주차장에서 바라본 공산성 전경
완연한 봄이다. 산과 들은 연초록 새순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따뜻한 햇살과 활짝 핀 꽃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모처럼 평일에 휴가를 쓴 남편과 봄나들이를 결정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초등학생인 아들이 하교할 때까지니 딱 반나절이다. 장소는 공주. 공주는 64년간 백제의 왕도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고장이다.
고풍스러운 공산성 성곽 길을 걷는데 1시간이면 족하다.
금강을 따라 고풍스러운 성곽 걷기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벗 삼아 달리다보니 공주로 가는 32번 국도변에 공주석장리박물관이 보였다. 아이가 있으면 선사시대 유물을 볼 수 있는 석장리박물관을 일정에서 빼놓지 않겠지만 우리는 봄기운을 만끽하러 나선 부부 아닌가. 다음을 기약하고 곧바로 공주 시내로 차를 몰았다.
먼저 도착한 곳은 공산성. 공산성을 마주하니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과거로 여행 온 기분이다. 공산성은 백제가 고구려의 공격에서 벗어나 전열을 재정비하고 패색이 짙은 백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역사의 현장이다.
성의 길이는 총 2660m. 성안에는 백제 때 건물지를 비롯해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의 건물지가 산재해 있다. 왕궁지를 비롯해 백제시대 임류각지, 연지와 통일신라시대 건물터, 그리고 조선시대 유적인 쌍수정, 영은사, 쌍수정사적비 등 유적이 남아있다.
매표소에서부터 오르다보니 공산성의 4개 문루 중 서쪽에 위치한 금서루가 보였다. 고풍스러운 성곽을 따라 걷는데 흙냄새와 따스한 햇살이 코끝을 간질이고 봄기운을 전한다. 병풍처럼 펼쳐진 벚꽃 경치도 아름답다. 특히 흐르는 금강을 발아래 두고 걷는 구간인 만하루에서 공북루 구간이 멋지다. 오르락내리락하며 성곽 길을 도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주말에는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이 있다. 역사적 고증을 통해 백제왕성의 수문병과 호위병의 근무를 재현한 프로그램인데 서문인 금서루에서 매시간 마다 진행한다.
황새바위성지
천주교 박해의 현장, 황새바위성지
무령왕릉으로 가는 길에 황새바위성지에 들렸다. 공산성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황새바위성지는 한국 천주교 역사상 가장 많은 순교의 기록이 남아 있는 곳이다. 작은 언덕으로 보이는 이곳에서는 천주교 박해가 심했던 조선후기에 충청, 호남, 영남 지방에서 끌려온 천주교도들이 처형당했다. 공식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순교자들만 337명에 달하니 가슴 아픈 세월이 묻어있다.
황새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황새바위라고 하고, 커다란 ‘황쇄’라는 형틀과 칼을 목에 쓴 채 처형당한 곳이어서 ‘황쇄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길을 따라 올라가 바위 문을 통과하면 순교탑과 무덤경당, 야외성당이 나온다. 순교탑 앞에 놓인 3개의 형구(구멍 한쪽에 목을 묶어 반대쪽에서 줄을 당기는 기구)는 종교를 이유로 죽어간 천주교 신자들의 고통을 느끼게 한다.
예수성심상에서 능선으로 가는 길에 카페가 있다. 몽마르뜨 카페에서는 금강의 물길과 공산성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과거를 돌아보게 해 마음이 숙연해진다.
돌문을 통과하면 무덤경당과 순교탑이 보인다.
백제의 찬란한 역사를 엿보다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고분군으로 향했다. 고분군 매표소로 향하는 길에 2년 전 개관한 웅진백제역사관이 눈에 들어왔다.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무령왕릉 내부처럼 외벽을 만들고 상부에는 반원형 구조물을 설치해 외관이 독특하다. 3개의 전시실과 전시홀, 영상실을 돌며 웅진시대 백제를 엿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가니 송산리고분군 매표소가 보였다. 송산리고분군에는 무령왕릉과 왕족의 무덤 6기가 남아 있는데 무령왕릉을 제외하고 다른 고분은 아직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무덤 내부는 송산리고분군 모형전시관에서 살펴볼 수 있다. 모형전시관은 무령왕릉과 5·6호분 모형을 실제 크기로 만들어 놨다. 모형 무덤을 드나들며 백제의 건축기술과 미를 짐작할 수 있다. 전시관을 나오자 거대한 봉분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덤으로 연결된 탐방로를 천천히 걷다보니 백제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기분이다.
송산리고분군 후문은 공주국립박물관으로 연결된다. 숲길을 따라 15분여만 걸으면 된다. 꽃내음 맡으며 걷다 야생노루도 봤다. 놀라서 후다닥 달아나는 모습에 내가 더 깜짝 놀랐다.
공주박물관에는 무령왕릉 출토품 4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이외에도 구석기시대부터 마한과 백제, 통일신라로 이어지는 공주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짧고도 굵은 공주 나들이, 반나절이었지만 왕성한 봄기운 받으며 남편과 둘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송산리고분군 모형전시관에서는 백제의 건축기술과 미를 짐작하게 한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무덤으로 연결된 탐방로를 걷다보면 백제가 더 가까워진다.
공주여행정보
아이들과 함께 공주여행을 계획한다면 통합관람권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공주의 대표 관광지인 공산성, 송산리고분군, 석장리박물관을 한 장의 입장권(어른 2800원, 청소년 1800원, 어린이 1300원)으로 이용가능하다.
공주에는 맛집이 많다. 공산성 맞은편 음식문화거리에는 맛집이 즐비하다. 소고기와 대파로 우려낸 국물이 시원한 공주국밥을 내놓는 60년 전통의 ‘새이학가든(041-855-7080)’, 알밤육회비빔밥이 일품인 ‘시장정육점식당(041-855-3074)’, 우렁된장찌개와 점장에 밥을 비벼먹는 ‘토속식당(041-855-4706)’ 등이 있다. 시 외곽에 있는 ‘동해원(041-852-3624)’은 전국 5대 짬뽕집으로 꼽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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