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고수 아빠 양홍준의 세 아들 교육법

“자녀 공부습관 기르는데 6년, 아빠도 나서야 한다”

지역내일 2015-03-19

애 잘 보는 아빠에 이어 요리 잘하는 아빠가 인기몰이중이다. 이 같은 ‘프랜들리 대디’들은 중고생 자녀가 넘어야 할 입시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 수집에 나설 뿐 아니라 본인의 사회 생활 경험과 접목해 진로교육에도 열심이다. 엄마들의 전유물이었던 학부모회 활동에 참여하는 열혈 아빠도 조금씩 늘고 있다.
 학부모총회, 학부모상담이 줄을 잇는 3월 신학기. 공교육 현장에 ‘건강한 바짓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고수 아빠 양홍준(50세)씨에게 자녀 교육 팁을 들어보았다.

양홍준


 “내 아이만 아니라 우리 아이를 키워야 합니다.” 고3, 중2, 초6 아들 셋을 키우고 있는 회사원 양씨(광진구 구의동)가 강조한다. 그는 학교운영위원 4년, 교육부가 운영하는 행복교육 학부모 모니터단 서울시 회장, 직업능력개발원 진로모니터링 학부모 팀장, 시교육청 정보공개 모니터링 학부모 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한 학부모운동가다.
 평범한 아빠가 학부모 활동에 뛰어든 건 큰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 겪은 학교와의 작은 불화 때문이다. 시험 답안 채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체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학교 행정의 불합리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학교의 잘못된 관행이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건 잘못이라는 생각 때문에 끝까지 문제 제기해 바로잡았습니다. 이걸 계기로 학교 행정 시스템을 꼼꼼히 따져보게 됐지요.” 그 뒤 자청해서 학교운영위원이 된 후 ‘교장의 거수기’가 아닌 학교 행정의 심의· 자문 권한을 지닌 운영위원 본연의 역할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교육부, 교육청 홈페이지를 검색하고 정부기관에 정보공개 요청을 해 모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료를 만들어 회의 때마다 제시했어요. 인근 지역 학교별 특색 프로그램 현황, 수의 계약 자료 등 각종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가면 우리 학교의 개선 방향을 제안했습니다. 당연히 학교 입장에서는 내가 껄끄러운 존재였고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지요. 하지만 4년간 활동하며 운영위원회를 체계화했다는 자부심은 있습니다.”
 점점 일선 학교 현장에서의 활동 못지않게 상급 기관의 교육 정책을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 뒤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학부모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 나갔다.
 그는 왜 직장 생활로 바쁜 시간 쪼개가며 학부모 활동에 열정을 쏟고 있을까? 자녀 교육에 관한 남다른 소신 때문이다. 양씨 부부는 ‘사교육 없이 아이 키우기’를 18년째 뚝심 있게 실천중이다.
 “사교육 없이 아들 셋을 키우고 있는데 과연 우리 부부의 교육관이 맞는지 내심 불안하더군요. 정부의 교육 정책과 방향을 제대로 알고 싶었습니다. 사실 많은 가정에서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입시 정책을 잘 몰라 불안하기 때문이지요.”


Q. 신학기 학부모 상담에 아빠들도 적극 참여하고 권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우리 집은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신학기 상담 때 부부가 함께 학교에 갑니다. 아이 성향, 특징에 대해 담임 교사와 서로 정보를 주고받지요. 학기 중에 아이 지도와 관련해 담임에게 SOS를 청할 일이 있으면 정중하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부탁하기도 합니다. 진심은 통하기 때문에 그동안 담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 학교 진로 상담교사와 개별 상담을 신청해 아이의 각종 진로 검사 결과지를 놓고 다양한 조언을 받습니다. 공교육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셈이지요.
 아이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생활에 부모가 관심을 쏟고 교사와 ‘소통의 끈’을 갖는 건 중요합니다. 부모의 의무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학부모의 관심만큼 학교 운영이 투명해지고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아빠들의 ‘재능 기부’를 필요로 합니다. 지인들에게도 학교운영위원, 학부모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라고 권합니다.


Q. 사교육 없이 세 아이를 키우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맞벌이였던 우리 부부는 셋째가 태어난 뒤 아이들 양육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 셋의 공부를 책임졌고 나는 ‘아들과 통하는 아빠’가 되기로 결심한 후 담배부터 끊었습니다. 독서, 여행, 체험 활동을 온 가족이 늘 함께 했지요. 특히 한자교육을 강조해 셋 다 한자 급수를 땄습니다.
 공공기관 프로그램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초등시절에는 방과후 프로그램 중에서 미술, 컴퓨터를 수년째 꾸준히 가르쳤습니다. 자료 검색과 PT제작까지 능수능란하게 하는 컴퓨터 실력은 중고교 시절 모둠별 수행평가 때 큰 도움이 되더군요. 자녀 교육의 제1 원칙은 뭐든 끈기 있고 꾸준히 가르치는 거라는 걸 절감합니다. 내 경험 상 아이들의 공부습관은 6년쯤 실천해야 몸에 배더군요.
 (광남고 3학년생 큰 아들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중2 둘째는 독서량이 풍부하고 손재주가 좋으며 초6 막내는 성적, 인성 면에서 고르게 우수하다는 주위 평가를 얻고 있다.)


 Q.독서 3원칙을 세우고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하던데요.
 책은 따로 사주지 않고 공공도서관에서 대출해 읽도록 합니다. 기한 내에 읽고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책을 고를 때는 부모가 관여하지 않고 100% 아이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대신 아이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은 평소 대화중 은연중에 흘리며 호기심을 갖도록 유도합니다. 아이가 책 권수 늘리려는 욕심에 겉핥기 식 독서를 할 수 있으므로 가끔씩 아이가 읽는 책을 함께 읽으며 대화와 토론하는 시간은 꼭 갖고 있습니다. 공부는 결국 독서력에서 나옵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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