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지역 일반고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사례 2

뻔한 도식은 가라, 영역 넘나드는 융합형 인재가 선택된다!

지역내일 2015-02-02

입시간소화 정책에 따라 올해부터 수시는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으로 선발한다. 그 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성적 이외에도 동아리,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학생이 자신의 꿈과 끼를 어떻게 펼쳐나갔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전형이다. 다면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히 상위권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진 어떤 활동도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기재할 수 없고, 비슷비슷한 학교활동 안에서 어떻게?차별화 할 수 있는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정량적으로 수치화된 성적이 아닌 정성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선발기준이 모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선배들의 사례를 들어보는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2015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분당지역 일반고 선배들의 스토리를 들어보자.


하주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합격한 낙생고등학교 하주민
“화려한 스펙보다 사람을 품을 줄 아는 따뜻함이 있는 의사인가?”


고2말부터 고3초까지 역사공부에 빠진 의대 지망생
분당지역 최초로 수시 일반전형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한 하주민 군. 전교 1등으로 지역균형 선발권을 받았음에도 이를 포기하고 일반전형으로 지원해 거머쥔 합격이라 더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 최고 수재들이 모인 의대이기에 하 군의 고교 3년이 더 궁금해진다.
“고등학교 2학년 말에서 3학년 초에 역사공부에 빠졌었어요. 평소 역사문제에 관심이 많아 아버지와 밥상머리 토론을 즐겼거든요. 마침 그때가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진 시기였는데, 한국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사인증시험까지 봤습니다.”
한국사를 하지 않아도 무방한 자연계열 학생이 그것도 고3 때 한국사 공부에 매진한다는 것이 자칫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하 군은 이미 한국사뿐만 아니라 한자와 국어인증시험 급수도 취득했다. 무엇이든 호기심이 생기면 앞뒤 안 가리고 몰두하는 성향이 자신의 강점이자 경쟁력이라고 하 군은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틀에 박힌 공부를 하진 않았어요. 이른바 ‘의대진학 프로세스’ 같은 과정을 밟지 않았어요. 학교공부나 독서 동아리 등의 활동을 하면서 생겨난 궁금증을 풀어나가기 위해 열정을 쏟았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부터 고전원서 즐겨, 영어잡고 인문소양도 쌓다
자연계열 고3이 입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한국사 공부에 몰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독서광이기도 한 하 군은 중학교 때부터 원서로 고전읽기를 즐겼다고. 하 군의 학생부 독서 활동란에는 영어독서 목록이 많은 이유다.
“‘아마존 킨들’이라고 아마존닷컴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책들을 e-book으로 볼 수 있는 전자책이 있어요. 무료로 다운로드가 되거든요. 이렇게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많은 원서를 읽었던 경험은 iBT토플과 텝스 고득점의 바탕이 됐어요.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이라는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체능 영역에도 열정을 드러낸 하 군은 교내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만큼 축구도 잘하고, 춤과 노래도 수준급(?)이다. UCC 콘테스트에 도전했는가 하면, 아이디어 기획에도 관심이 많아 화학과 연극을 접목한 연극 ‘근대 화학의 역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잘하지는 않지만 춤과 노래는 물론 스포츠도 엄청 좋아해요. 어떤 사람, 어떤 분위기에서도 잘 어울리고 한껏 즐길 줄 아는 것이 제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특성이 학생부에도 기록되어 있으니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진로특강 통해 다양한 삶과 만나 ‘의사로서의 사명감’ 정립계기
매주 토요일 학교에서 진행되는 ‘진로특강’을 하 군은 빠지지 않고 들었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가 궁금했기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에만 국한해서 듣지 않았다고.
“뜨개질 하는 분, 가구 만드는 분도 오세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오랫동안 듣다보니 분야는 달라도 성공한 직업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사명감’ 같은 것이었어요. 의사로서의 사명감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되죠. 이런 느낌을 자기소개서에 풀어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과학캠프, 국립과천과학관 캠프에 참여해 ‘생체모방’, ‘적정기술’, ‘빅데이터 분석’ 등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100여 페이지 논문보고서도 작성했다. 하 군은 이러한 결과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스펙이 합격증을 주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의대는 다중인적성 면접을 보는데, 6단계를 통과해야 돼요. 아무리 화려한 스펙이 있어도 그 과정에서 학생의 지식은 물론 가치관과 철학, 문제해결력 등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어요.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은 폭넓은 사람으로 봐주셨던 것 같아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합격한 분당 영덕여자고등학교 이정은
“많은 활동을 하기보다 깊이 있는 한 활동에 올인했어요”


전교에서 혼자 ‘경제’ 선택, 독학으로 수능에서 테셋까지
전교에서 혼자 경제과목 선택해 독학으로 경제과목을 공부했을 만큼 경제학에 대한 흥미와 열망이 강한 분당 영덕여고 이정은 양. 올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합격한 이 양은 경제부 기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단계인 고교생활을 들어보았다.
“경제학과라면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요. 저는 교지편집부에서 활동했는데, 교지에 저 뿐만이 아니라 동아리 부원들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제가 관심 있는 경제 분야의 칼럼과 기사 등을 쓰면서 경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나갔습니다.”
진로와 활동이 꼭 들어맞아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고정관념이라고 이 양은 강조한다. 정석이 아니어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어진 자리에서 진로를 열어나가기 위한 활동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로활동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그대로 드러냈다.
가끔 친구들과 복지관에 다닌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봉사활동도 하지 않았다는 이 양. 대신 교지편집 일을 도맡아 한 덕에 학교에서 받는 봉사시간이 많았다고. 나름 선택과 집중 을 한 것이다.


경제도서 1년에 20~30권 읽고 교지에 경제기사와 칼럼 써
“실제로 면접 때 교수님께서 교지 활동에 대해 자세히 물어봐 주셔서 뿌듯했고, 진솔하게 잘 대답할 수 있었어요. 동아리활동은 저의 자소서 2번을 꽉 채우는 중요한 활동이 되었어요. 특히 (경제부) 기자가 꿈이다!라는 타이틀이 들어갔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했다고 볼 수 있죠.”
이 양의 핵심활동인 교지 활동은 1학년 때 했던 잡다한 활동부터 2학년 때 개인적인 칼럼을 쓸 때까지 글을 쓰고 논증하는 실력을 키웠다는 것을 증명해 준 활동이었다. 이렇게 쌓은 실력으로 이 양은 논술전형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 경제관련 도서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문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독서활동은 교과 성적은 물론 다양한 비교과 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경제 분야에 관심이 생긴 2학년 때부터는 경제관련 책만 20~30권을 읽었어요. 무슨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에는 경제 분야의 책을 읽고 궁금해진 점을 또 다른 책을 읽어 극복하는 과정도 썼어요. 하지만 면접 때는 ‘경제 이외 분야의 책을 읽었다면 설명해주시겠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은 오히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는 학생이 아닌 다방면으로 균형 잡힌 학생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이 양은 말한다.


부족한 부분 진솔하게 보여주고 극복과정 상세하게
자신이 부족한 부분과 이를 극복한 과정을 증명하는 용도로 학생부를 활용했다는 이 양. 실제로 1학년 1학기 때 수학내신이 3등급이었다는 점, 하지만 책을 읽고 수학문제풀기 인증제에 적극 참여하는 등 최대한 많은 문제를 반복적으로 푸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은 수학과목 세부항목에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경제를 하고 싶었으나 학교에 과목이 개설되어 있지 않아 이를 극복하기 위해 테셋과 같은 경제경시대회를 준비해 상을 받기도 했어요. 수능은 독학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고요. 좀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요즘 학생부에 교외활동 기입이 정말 어려운데 테셋 만큼은 기입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선택한 거죠.”
경제공부를 처음 시작하면서 매몰비용의 오류가 잘 이해되지 않았고, 또 매몰비용에 영향을 주는 사회학적 요인이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한계를 느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논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수능, 논술을 모두 준비했기에 학생부종합전형에만 올인할 수 없었다. 최대한 자투리 시간과?방학기간을 활용해 교내 활동에 집중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 것이 주효했다고 이 양은 설명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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