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이요? 가장 액티브하고 변화무쌍한 때죠. 1학년이 고등학교 적응에 집중해야 하는 미성숙의 시기이고, 3학년이 입시의 중심에 서서 입시에 대비해야 하는 시기라면 2학년은 입시의 부담도 직접적으로 없으면서 자신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라 할 수 있겠죠.”
3년째 배재고(학교장 이재하) 2학년 부장을 맡고 있고 김중현(43·국어) 교사가 말하는 ‘고2’에 대한 정의다.
2학년 담임교사로 학생들의 진학과 생활에 집중하고, 국어교사로 학업과 동아리 활동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김 교사. 그는 배재고 축구와 농구 교사팀 선수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열정인이기도 하다.
각자의 장점 살려 키워주는 것이 교사의 몫
그가 가지고 있는 교사로서의 철학은 확고하다. 학업과 대입에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적인 것은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상식과 예의를 갖춘 학생이 되라는 것. 그래서 학생들을 대할 때의 자세 또한 그가 먼저 인격적 존중을 바탕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려 노력한다.
15년 전 첫 발령지인 배재고로의 부임을 앞두고 ‘차별하지 않는 교사라 되리라’고 다짐했다는 김 교사. 그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원칙이나 기준으로 학생들을 대하지 말자’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교과(학업지도)나 인성(생활지도) 다방면에 걸쳐 학생들을 바라보려 노력합니다. 학생들 모두는 각각의 전문성이 있게 마련이고 그걸 찾아 그들의 장점으로 살려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학생들 각자의 전문성을 찾다보니 자신의 교과 전문성만으로는 미흡함을 느꼈다는 김 교사. 스스로의 전문성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교육청논술고사모임이나 다양한 연수활동에 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또한 수업 외적인 부분에도 집중, 꾸준한 상담을 통해 학생들 저마다의 상황과 히스토리에 관심을 갖는 그다.
김 교사는 “학생들마다 각자의 특별한 상황이 있게 마련”이라며 “그 상황을 이해하고 학생들마다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그들의 성장을 이끄는 기본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교사의 관심, 학생들에겐 큰 힘
그에겐 아주 특별한 제자가 있다. 그의 교사 생활에 ‘지침’같은 것을 알려준 제자이기도 하다. 15년 전 교사로서의 첫 발걸음을 뗀 그가 상담실에서 상담을 하며 만난 학생이다. 졸업한 후 어엿한 직장인이 된 제자는 지금까지도 김 교사와 연락을 하고 있다.
“교사라는 자리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게 해준 친구죠. 오랫동안 그 학생의 성장을 지켜보며 고등학교 교사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15년 전의 한 고등학생이 갓 부임한 학교 상담선생님에게 가장 고마워하는 부분은 바로 ‘관심’이었다.
학생들과의 관계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김 교사는 알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선생님이 신중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그가 늘 학생들과의 관계 만들기에 집중하고 곁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스포츠 통한 교감, 남학교만의 장점
학생들과의 교감을 위한 그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다. 바로 운동을 통한 스킨십이다. 요즘 한창 학교장배리그(축구·농구)전을 치르고 있는 배재고등학교. 축구와 농구 교사팀 선수로 학생팀과의 리그전을 치르는 중인 그는 점심시간이면 학생들과 함께 뛰고 땀 흘리며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남학교만의 장점이 바로 이런 부분인 것 같아요. 교실에서 수업으로만 만나는 관계가 아닌 남자 대 남자로 한판 경기대결을 치르다보면 더 인간적으로 서로를 알아가게 되고 또 공감하며 유대 관계를 맺어가죠.”
워낙 운동을 좋아해 리그전이 없어도 학생들과 함께 하는 운동을 즐긴다는 김 교사. 교사축구동호회 회원으로 꾸준히 운동을 즐기는 운동 마니아이기도 하다.
국어, 독해·표현·정리·비판하는 힘 키워야
“김중현 선생님 수업 정말 재미있어요.”
“국어 수업인데도 지루하지 않아요.”
학생들이 말하는 그의 수업이다.
그의 수업은 질문이 많다. 읽기 능력이 중요시되는 국어에서 텍스트를 읽고 표현, 또 그 내용을 정리하고 발표한 후 비판까지 확장하는 것 모두가 학생들 스스로 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국어는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만 그치면 안 됩니다. 내용을 표현하고 정리, 비판하는 전 과정을 거치며 자기 스스로의 힘을 키워야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책 연구 동아리’를 맡고 있는 김 교사는 문학과 철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위한 ‘철학적 시 읽기’ 방과후수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철학적 입장에 연결되는 여러 시를 읽으며 학생들의 생각을 듣는 시간. ‘철학카페에서의 시 읽기(김용규)’ 책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사람과의 관계, 자아, 현대사회의 문제점 등이 주요 쟁점이다. 이 시간은 그에게 힐링의 시간이기도 하다.
“어리게만 느꼈던 학생들이 내놓는 성숙된 생각을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우도 또 힐링되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그들 특유의 말랑말랑한 사고의 감수성이 기성세대가 될 수밖에 없는 제게 많은 것을 던져주기도 하죠.”
학생들과의 생활이 행복하고 또 학생들과 함께 하며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도 더 노력하게 된다는 김 교사. 그는 오늘도 하루에 16시간 가까이를 학교에서 보내며 그들과의 히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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