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둘레산길을 걷다 - 4구간(식장산 길)

한눈에 들어온 대전을 가슴에 담다

지역내일 2015-07-01 (수정 2015-07-01 오후 1:05:58)

대전둘레산길 4구간은 식장산(598m)을 품고 있다. 대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골도 깊다. 산세도 제법 크다.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고 밀림같이 숲이 우거져 도심의 허파 구실을 톡톡히 한다. 보만식계라 불리는 보문산,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산줄기를 모두 볼 수 있어 조망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대전시가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어 대전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산이다.



활공장에서는 대전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가히 환상적이다.

닭재에서 망덕봉까지
4구간의 들머리는 삼괴동 덕산마을이다. 마을입구를 지키는 느티나무의 배웅을 받으며 닭재로 향한다. 닭재를 거쳐 부드러운 산길을 30분 남짓 걸으면 계현산성이다. 계현산성은 닭재가 삼국시대 신라-백제간 경계지역으로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보여준다. 시간의 흐름 속에 대부분 허물어졌지만 그래도 남동쪽 성벽 일부는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그 시대의 흔적을 보여준다.
계현산성 성벽을 타고 내려와 평탄한 산길을 걷다보면 꼬부랑재이다. 꼬부랑재에서 망덕봉까지는 오른쪽에 서대산을 끼고 가는 길이다. 산이 높아지며 조망도 좋아진다. 망덕봉에 닿으려면 서너 개의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망덕봉에 오르는 비탈길은 숨차다. 10여분 지그재그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면 식장산이 성큼 다가온다. 이제부터 식장산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계현산성은 옛날 닭재를 지키는 중요한 군사요충지였다. 


곤룡재는 한국전쟁 때 양민학살의 현장이다.

역사의 아픔 간직한 ‘곤룡재’
발길은 곤룡재를 향한다. 식장산이 다가오는 만큼 서대산은 뒤로 처진다. 곤룡재는 대전 동구 낭월동과 충북 옥천군 군서면 사양리를 잇는 고개다. 곤룡티, 골링이, 골롱이라고도 한다.
곤룡재는 본래 산 생김새가 용과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 전해진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노인들은 한국전쟁 때 이곳에 끌려와 학살당한 양민들의 뼈가 산처럼 쌓였었으니 ‘골롱이’가 ‘골령’의 예언적 이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이다.
곤룡재와 낭월임도종점 중간쯤에는 사양리산성이 있다. 식장산 442m봉을 둘러쌌다. 역시 백제계 산성이다. 흔적만 남아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다. 이제 식장산 품에 들어왔다.
사양리산성에서 낭월임도종점까지는 느긋한 걸음으로도 15분 안팎이다. 낭월임도 능선을 사뿐히 올라서면 식장산 송신탑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좌우로는 장쾌한 조망이 펼쳐진다. 대전둘레산길 구간 중 손꼽히는 경치다. 동오리고개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고된 줄도 모르고 걷는다. 대전시가지도 점점 제 모습을 드러낸다.



동오리고개로 가는 능선에서 본 식장산 주능선. 식장산이 성큼 다가온다. 


식장산 주능선에서 만나는 조망이다.


세천공원은 물이 많고 숲이 울창해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대전시가를 한눈에
동오리고개에 닿는데 어디선가 굉음이 들렸다. 좀 지나 예닐곱 대의 산악오토바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달 3구간을 걸을 때도 둘레길 구석구석을 망가뜨려놓아 눈살을 찌푸렸는데 오늘은 직접 맞닥뜨렸다. 이들은 거침없이 등산로를 따라 독수리봉 갈림길을 오르더니 식장산을 누볐다. 사람들이 다니는 좁은 산길을 오토바이로 누비니 길을 망가뜨리는 것도 문제지만 사고의 위험성도 있다. 오랫동안 굉음을 들으며 언짢았다.
독수리봉 갈림길을 가파르게 오르면 동서로 뻗은 식장산의 주능선을 만난다. 주능선을 타고 해돋이 전망대로 가는 길에 만나는 자연적인 전망대들에서 한껏 눈 호사를 누린다. 하지만 해돋이 전망대와 활공장에서의 호사에 비하면 아직 예고편이다. 해돋이 전망대에 도착하면 눈에 가득 첩첩한 산과 대전시가지가 들어온다. 지금까지의 고된 산행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경치다.
송신탑 철조망을 옆으로 두고 좀 험한 산길을 지나 활공장에 닿는다. 곳곳의 나무계단이 속살만 남아 좀 위험했다. 활공장에서는 대전시가지가 그야말로 눈에 한 가득이다. 가히 환상적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더욱 멋지다. 정면으로 앞으로 가야 할 5구간 계족산 능선이 펼쳐진다. 그 옆으로는 대청호도 모습을 드러낸다.
세천공원까지는 내리막길이다. 포장길에서 산길로 접어들어 한참 내려오면 세천공원이다. 일요일 오후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계곡에 들어차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전에서는 드문 깊고 물 많은 계곡이다. 세천공원 초입의 세천수원지는 1934년 만들어져 대청댐이 들어서기 전까지 대전의 상수원이었다. 지친 발걸음을 잘 닦인 산책길이 달래준다. 덕산마을을 출발한지 여섯 시간 남짓 만에 동신과학고 버스종점에 도착했다. 5구간 시작점이기도 하다.
글·사진 윤덕중 dayoon@naeil.com


동오리고개로 가는 능선길은 둘레산길 구간 중 손꼽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4구간 : 삼괴동 덕산마을-닭재-망덕봉-곤룡재-낭월임도종점-동오리고개-독수리봉 갈림길-해돋이 전망대-활공장-세천공원-동신과고 버스종점(13.6km)
- 교통편(출발점) 버스 501 / 삼괴동 덕산마을 하차
- 교통편(도착점) 버스 60, 61, 62, 63, 313, 607, 611, 612, 618, 619 / 동신과학고 버스종점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한밭벌 둘러싼 12구간 명품 트레킹 코스, 330리를 잇다


전은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대전의 상징인 보문산을 시작으로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금병산 갑하산 도덕봉 빈계산 구봉산 등이 아늑하게 대전을 감싸고 있다.
10여 년 전 대전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 산길을 이었다. 대전둘레산길이다. 대전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가꾼 소중한 길이다.
대전둘레산길은 330리(133km)에 걸쳐 예부터 들이 넓고 커서 ‘한밭’이라 불린 대전을 굽어보고 있다. 이 길을 12구간으로 나눴다. 한 구간은 하루 등산에 알맞은 9~13km이다. 각 구간은 등산 시간이나 방향에 따라 계절별로 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며 등산객을 맞이한다.
대전세종 내일신문은 지난 3월 1구간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매달 한 구간씩 대전둘레산길 12구간 걷기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시리즈를 시작한다.
4구간은 6월 28일(일) 걸었다. 네 번째 둘레산길 산행이다. 닭재에서 시작해 식장산에서 장쾌하게 펼쳐진 대전시가지를 굽어보며 마무리했다.
아무쪼록 대전둘레산길의 아름다움과 길을 타고 면면히 흐르는 대전의 이야기가 대전시민들에게 오롯이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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