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신이 ‘번쩍’ 나고, 기운이 넘치는 소리를 들었다. 바로 타악퍼포먼스 동아리 ‘울림’의 북소리이다.
지난 수요일 나른한 오후에 찾아간 원곡본동주민센터 4층 연습실. 지도강사를 중심으로 회원들이 둥글게 둘러서서 음악에 맞추어 연습 중이었다. 서로 바라보고 눈짓을 주고받으며 강약을 조절했다. 함께 만들어내는 리듬과 ‘둥둥’ 거리는 역동적인 북소리에 나른한 오후는 한방에 사라졌다.
둥~ 울림의 파장을 넓혀라
‘울림’은 15명의 주부회원으로 이루어진 타악동아리다. 원곡본동 주민센터에서 저렴하게 난타를 배우고, 땀을 흘리며 신나게 북을 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회원들. 연습하다가 채가 부러져 튕기고, 북채를 놓쳐 다른 사람 이마를 때리기도 하지만 모두 웃음을 주는 요인이라고 회원들 입을 모았다.
동네에서만 연습하던 이들이 무대를 넓혔다. ‘울림’동아리 회원들은 타악퍼포먼스로를 재능기부를 하고 거리극 축제에 참가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회원들은 ‘누군가에게 소리로 응원하는 마음을 전했다’는 뿌듯함에 함께 기뻐하고 무대를 내려오며 아쉬움도 함께 느꼈다고 말했다.
둥∼ 한 순간에 소리를 딱! 맞춰라
마음을 움직이는 북소리에 대해 묻자, 김영중 강사 “어울림이 가장 중요하죠. 함께 연주하면서 여러 사람의 소리가 딱! 맞는 순간 소름이 돋을 때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강사의 말을 듣던 윤선화 회원도 “여러 사람이 함께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누가 틀려도 이해하고 웃어준다. 나만 생각하는 습관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는 마음도 배우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내 북소리는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고, 다른 사람의 북소리에서 내가 또 힘을 얻는다는 ‘울림’회원들. 그들은 북을 치며 인성도, 철학도 함께 배우고 있었다.
둥∼ 몸으로 타법을 기억하라
북만 치는 것이 아니다. 화려한 몸놀림도 예사롭지 않다. 이 강사는 지나치게 신이 나도 박자가 빨라진다며, 좋은 울림은 흥이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타악기의 기본과 타법자세를 배우고, 호흡법을 익히고 몸으로 타법을 기억해야 한다. 동아리 이름처럼 가슴에서 나오는 ‘울림’소리가 나오면 좋겠다.”
‘타악 퍼포먼스’는 지난 1990년대 등장한 새로운 예술장르로 대사 없이 리듬과 비트, 몸의 움직임만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악퍼포먼스 ‘난타’가 워낙 유명해 대부분 난타로 불린다.
김 강사는 “타악기가 음이 없어 오직 리듬과 강약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고, 소리로만 소통하는 것이 다른 예술이나 취미생활과의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연주자도 듣는 이도 신명나는 한판 놀이라는 것이다.
둥∼ 화가 나면 북을 쳐라
김미숙 회원은 타악퍼포먼스를 하며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짜증나던 집안일도 신이 나서 더 잘하게 되었단다. “가족들이 먼저 ‘우리엄마가 달라졌다’며 이유가 뭘까? 궁금해 했죠. 결론은 바로 난타였어요. 북을 치고 나면 스트레스도 확~풀리고 진짜 신이 나요.”
‘타악기는 사람의 심장소리와 닮았다’는 말이 있다. 북의 힘을 제대로 삶에 활력소로 이용하고 있는 김씨는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단다.
“화가 나면 북을 쳐라!”, “북을 치면 기운이 난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타악기 북. 지친 누군가에게 활력을 전하기에 좋은 소리는 북소리가 아닐까? 북을 치며 새로운 힘을 얻는 것은 또 다른 ‘에너지 보존법칙’일 것이다.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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