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에 사는 6세 미경(가명)이의 엄마 아빠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우리 미경이가 자다 깨서 발작적으로 심하게 울면서 몸부림을 쳐요. 전에도 없진 않았고 1달에 한두 번 정도는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에 이사를 하고 유치원도 바꾸게 되어서 그런지 요즘은 1주일에 4~5번은 계속되네요. 잠드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맞벌이인 우리 부부가 몇날며칠을 이런 식으로 잠을 설치니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에요.”라며 미경이 엄마가 힘든 내색을 보인다.
‘야경증(night terror)’은 소아기의 수면장애 중 하나로서, 주로 수면 초기, 즉 보통 잠든 지 3시간 이내에 깨어나서 심하게 소리를 지르고 몸부림을 치면서 거친 호흡, 심계항진, 식은땀 등의 자율신경 반응과 함께 심한 공포나 공황 상태를 보이는 증상이다. 보통 1분에서 10분 정도 지속되며, 엄마 아빠가 달랜다거나 어떤 자극을 주어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는 꿈을 꾼 기억이 없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지난 밤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야경증은 보통 4~8세에 가장 많이 시작되며 12세경이 가장 많이 보고되고 여아보다 남아에게 더 흔하다. 원인으로는 각성 기전이 미숙하거나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추정되는데, 가족력이 많아서 유전적 요소가 의심되는 질환이다. 한의학에서는 ‘야제증(夜啼症)’이라고 하여 심기(心氣)가 약해서 겁이 많던지, 간기(肝氣)가 울체해서 억울이 많던지 할 때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야경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유발 원인으로는 발달 과정에서 겪는 갈등이나 스트레스, 그날 낮에 격은 공포감이나 충격, 심한 피로감, 발열, 부족한 수면, 그리고 자기 직전에 복용한 삼환계 항울제 또는 향정신약물 등이 있다. 만약 사춘기 이후에 발병하거나 성인기까지 지속된다면 정신병리 또는 기질적 장애가 중요한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소아기 야경증과 조금 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중년 이상, 노년기에 발병하면 뇌종양 등의 기질적 장애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야경증 발작시 부모는 급히 달려가 아이를 따뜻하게 품에 안아주고 조용히 위로하며 안심시켜 주어야 한다. 일부러 급하게 깨울 필요는 없지만 물이나 주스를 한 컵 먹여주거나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게 하면서 살며시 살짝 깨웠다가 다시 편한 조건에 자연스럽게 잠들도록 옆에서 지켜줘야 한다.
소아의 야경증의 경우, 대개 특별한 다른 문제가 없다면 수면발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지만, 야경증의 수면문제가 길어지면서 성장장애, 피로, 두통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집중력 및 기억력에 문제를 일으켜 학습에 장애가 초래된다면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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