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제와는 다른 오늘, 조금 더 발전적으로 달라질 내일을 살고 싶어한다. ‘인생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가지만 그 찬스를 꽉 잡아 내 것으로 만드는 주인공은 흔하지 않다.
정철우 군에게는 선사고가 ‘기회의 무대’였다고 고백한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썩 잘하는 편도 아니었고 크게 내세울 것도 자신감도 없는 평범한 아이였어요. 그런 내 자신이 못마땅했고 고교생이 되면 확 달라지고 싶었어요.”
변신하고 싶었던 미운 오리새끼
변신을 꿈꾸던 즈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선사고 학생회 선배들은 별처럼 반짝거렸다. “신입생 수백 명 앞에서 조리 있게 말하는 태도며 위트 있는 학교 소개 콩트로 객석을 휘어잡는 파워며 무대 위 학생회 임원들의 당당함에 반해 나도 한번 도전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7:1의 경쟁률을 뚫고 학생회 일원이 되려면 차별화 전략과 용기가 필요했다. 정군은 면접 때 모든 질문에 큰 목소리로 대답하고 눈 딱 감고 춤추고 노래까지 불렀다. “특별한 고교생활을 해보고 싶었기에 용기를 냈지요.” 결과는 학생회 학예부 차장 합격.
자발적으로 도전하고 노력한 경험은 정군의 잠자던 자신감을 끌어내줬고 1년 뒤 학생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학생회 활동이 준 선물은?
선사고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입생 환영회부터 스승의 날, 학생의 날 행사, 학교 축제까지 학생회 주도로 치러지는 행사들이 많다.
늘 바쁘고 몸은 고되지만 학생들끼리 아이디어를 짜내 호응 속에 행사를 무사히 마무리했을 때의 뿌듯함, 또 과정 속에서 배우는 팀워크와 리더십이 그만의 자산으로 차곡차곡 쌓였다.
“스승의 날 행사 때 모든 선생님께 학생들이 깜짝 상장을 선물했어요. 007작전처럼 비밀리에 준비했지요. 종례를 빨리 끝내줘 인기가 좋은 선생님께는 ‘LTE종례상’, 얼굴이 잘생긴 분께는 ‘조각상’처럼 재치 넘치는 상장과 학생들의 롤링페이퍼를 전달했어요. 학생도 선생님도 모두 즐겁고 감동적인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전교생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꽃배달 서비스 같은 색다른 아이디어까지 선보였다. “친구, 선생님, 부모님께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전하고 싶은 사연을 받았는데 300여명이 SNS로 신청했어요. 장미꽃을 포장해 사연까지 카드에 적어 학생회 친구들이 한명 한명에게 꽃배달에 나섰지요. 손이 많이 가는 이벤트였지만 보람이 컸어요.”
지난해 세월호 사건 때는 전교생이 자발적으로 추모 행사를 열었고 학생의 날 행사는 일제 치하 광주학생항일운동 당시의 억압을 재현하기 위해 ‘차별 게임’을 진행하며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학생회장으로서 지난 1년 동안 나 스스로 많이 성장했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리더로서 20여명의 임원들에게 역할을 분배하는 방식, 모든 일을 끝까지 되게끔 마무리 짓는 추진력을 하나씩 익혔으니까요.”
정군은 노트북 안에 빠짐없이 정리해 놓은 학생회 활동 자료를 보여주며 배우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고2 여름방학 중에는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도 서봤다. “사제동행 뮤지컬에 참여해보겠냐는 선생님의 권유를 받았어요. 어릴 적 꿈이 뮤지컬 배우였기에 흔쾌히 동참했지요.”
처음에는 비중 있는 배역을 맡았다 코러스로 역할이 바뀌면서 마음고생은 했지만 겉으로 내색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연출자로부터 칭찬까지 받았다.
“관객 시선 받으며 무대에 서는 그 순간이 즐거웠어요. 그런데 노래와 연기를 좋아는 하지만 배우를 꿈꿀 만큼 실력이 빼어나지는 않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뮤지컬이 내게는 직업이 아닌 취미라는 걸 깨달음 셈이지요.” 좋은 공부였고 의미 있는 현장 경험이었다고 그는 덧붙인다.
이제부터 공부 시작!
화려하고 역동적인 고1, 고2 시대를 마감하고 정군은 고3 수험생 생활을 착실하게 해나가는 중이다.
“지난 2년간 공부에 매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아요. 본격적인 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웃음).” 입시를 코앞에 둔 고3생 치고는 느긋한 답변이다.
“성적 대신 나는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자신감을 얻었으니까요. 공부도 조바심 내기 보다는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할 생각입니다. 내가 욕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그러면서 수능만점이 자신의 목표라며 살짝 귀띔한다.
‘현재와 달라진 나’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정군이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궁금했다. “뭐든 시작이 중요해요. 임원에 도전해 보든 진로와 연관된 동아리 활동을 하든 목표를 정했으면 될 때까지 끝까지 파고들어야 해요. 그 경험이 개인을 성장시킵니다”라고 정군은 의젓하게 답한다. 그 말은 입시를 앞둔 본인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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