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미술관 건립 백지화를 결정한 권영진 대구시장의 오락가락한 행보가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일명 ‘이우환 미술관’(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건립과 관련 찬반 논란의 불씨를 지핀 주인공으로 지난 3일 대구시의회 확대의장단회의에서 백지화 선언을 하기까지 약 5개월 동안 우유부단한 행보를 보여 이우환화백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시민사회의 갈등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권영진시장은 취임직후 전임 시장의 역점사업이었던 이우환미술관 건립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찬반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후 권시장은 지난 8월 10일 당일치기로 직접 일본을 날아가 이우환화백을 만난 직후인 8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재추진의사를 밝혀 원점 재검토입장을 뒤집었다.
그런 가운데 이우환화백이 지난 9월 11일 대구시를 방문, “작품구입비가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0억원은 될 것”이라고 하자 대구시는 다시 소극적인 태도로 돌변했다.그후 권시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총예산이 사업비가 얼마가 들지도 모르고 참여작가와 작품을 모르는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면서 미술관건립의 관건이 이우환화백에게 달렸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권시장은 이우환화백에게 서신을 보내 참여작가와 작품구입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며 “이우환화백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어 늦어도 2015년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기전에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성난 이우환화백, 대구시에 경악 사과 요구
대구시의 오락가락한 행정에 화가 난 이우환 화백은 지난달 9월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대시민 공개를 전제로 서신을 보냈다.
이우환화백은 서신에서 “비겁하고 무책임하고 확신과 실천의지가 없는 대구시에 경악했다. 저를 중상모략하고 범인취급하게 내버려두니…시를 믿고 쫓아다녔지만 믿기지 않은 상황에서 몰리니 걸려든 내 잘못이라 생각하고 이 시점에서 그만두겠다. 대구시는 정중히 사과해해야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미술관 건립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안국중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지난달 21일 다시 서울을 방문한 이우환화백을 만나 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공식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행보를 했다.
권시장은 시민공개를 전제로 보낸 이우환화백의 서신을 10월 15일 받고도 약 50일 동안 편지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숨겼다. 시장비서실은 ‘시장개인에게 온 서신을 공개할 수 없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이우환화백 의사 알고도 내년 예산 편성 ‘이중행보’
심지어 미술관 담당과의 과장과 계장도 편지내용을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신의 내용을 몰랐던 것으로 추측되는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는 내년도 예산안에 이우환 미술관 건립비 48억원을 편성해 대구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때까지도 권시장은 예산안 제출전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실과 담당부서 공무원이 엇박자를 내는 대구시의 행정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권영진시장은 지난 3일 긴급하게 대구시의회 확대의장단회의에 참석해 미술관건립백지화를 선언하고 이우환화백의 서신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미 권시장과 대구시의 무책임과 무소신, 무능력은 한계까지 드러난 상태였다. 이우환 미술관 유치로 구겐하임미술관 유치로 유명해진 스페인 ‘빌바오효과’도, 이우환미술관과 지추미술관 등을 유치한 일본의 ‘나오시마 효과’는 오간데 없고 권시장은 논란과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됐다.
대구시의회는 “대구시가 이우환 화백의 미술관 건립 추진의지가 없는 상황임을 인식하고도 2015년도 예산안에 건립비 48억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한 것은 대구시 미술관 정책의 혼선을 빚은 결과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며 대구시행정의 난맥상을 질타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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