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등학교에나 과학 동아리는 한두 개 정도 있지만 세현고등학교(교장 이강호)의 솔릭(Science Holic)만큼 학생주도의 실험과 토론이 이루어지는 동아리는 찾기 힘들다. 방과 후 수업의 인기에 이어 상설동아리로 개설한지 2년차, 실험 위주의 활동으로 학생들의 탐구 욕구와 호기심을 일깨워가고 있는 ‘솔릭(지도교사 윤익현)’ 멤버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방과 후 과학실험반을 상설동아리로 개설
수업이 끝난 금요일 오후 2시, 조용하던 과학실에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실험복을 갈아입고 각자 준비한 재료를 가지고 실험을 할 준비를 마친다. 이번 주의 주제는 ‘우유로 만든 플라스틱’ ‘액체에서 나일론 추출하기’‘비탄성 유체실험’ 등이다.
2013년 창설된 솔릭은 방과 후 과학실험반의 수업을 상설동아리로 개설한 케이스다. 동아리 인원은 모두 20명으로 1,2학년이 중심이다. 동아리 활동은 매주 금요일 2시부터 실험이 끝날 때까지다.
솔릭은 교과서 속 자료 사진을 통해 배우는 과학이 아니라 직접 실험해보고 그 결과로 과학을 증명하는 과학수업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여기서는 이색적인 ‘실험 수업’은 아니더라도 과학적 탐구 정신과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과학 교과서에 본 실험을 직접 진행한다.
동아리에서 하는 실험은 모두 학생들이 주축이 돼서 정해진다. 4개조로 나누어 화학 생명 물리 등 분야별로 하고 싶은 실험을 정하면 된다. 어떤 실험을 할지부터 실험을 하기 위한 계획, 재료 준비, 실험과 실험 이후 보고서 작성까지 모두 학생들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때로는 전공자도 현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발동하면 실험을 하기도 한다. 실험이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실험을 하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실패한 실험은 이유를 분석해 다시 도전해 보는 등 열정과 열심을 가진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실험을 하면서 에피소드도 많다. 실험이 마냥 재미있는 것으로만 생각하다 크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과학실험반을 통해 알게 됐다. 염색한 머리카락을 비이커에 넣고 끓이다 실험실을 암모니아 냄새로 꽉 채운 일, 불씨가 약해서 메탄을 붓다 불이 난 경우 등 실험실에서 경험한 이야기도 많다.
이런 결과가 모여 학교 축제 때 동아리 활동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솔릭의 지도를 맡고 있는 윤익현 교사는 “축제 때 ‘야광팔찌’와 ‘손난로 만들기’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며 “친구들에게 과학 이론을 설명하면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등 열성적인 활동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과학전시관의 개방형 실험실, 천문대, 과학관으로 수업 범위 넓혀
올해 동아리 활동 2년차를 맞게 된 솔릭은 2학년 선배들이 후배들을 지도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과학전시관의 개방형 실험실을 방문해 ‘열화상카메라로 보는 세상’ ‘초고속카메라를 활용한 교과서 물리실험’ ‘pH 미터 및 전기 전도도, 온도 센서를 활용한 산・염기 중화적정’ 등의 과학실에서 실험자재의 부족으로 할 수 없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때로는 천문대, 과학관 등을 방문해 경험의 폭을 다양하게 넓히기도 했다.
이곳의 회원들은 모두 이과 학생들로 과학자나 의사가 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효주(2) 회원은 이과 진학을 목표로 과학동아리에 참여하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실험을 하면서 교과서에서 배우는 과학을 넘어 실체로 체험하는 과학을 인지하게 됐다”며 “과학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삶의 일부가 과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소개한다. 이지은(2) 학생은 “학교 교과서에만 나오는 실험이 아니라 평소 궁금했던 실험도 할 수 있다”며 “10원짜리 구리 동전의 표면을 벗기면 색깔이 은으로 변하는 실험에 성공한 동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밝힌다.
김동현(2) 회원은 “과학거점학교에서도 과학실험 수업을 하고 동아리 활동도 과학실험반”이라며 “화공학과에 진학하고 싶은데 미리 화학실험과 실험기구에 익숙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고 전한다. 의사가 되고 싶은 김혜우(2) 회원은 “많은 실험을 통해 조작 변인과 통제 변인을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고 온도, 압력, 질량에 따라 변인 조작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박민서(2) 회원은 “생물공학자가 돼 외래종의 DNA를 분석해 외래종의 뿌리를 뽑아내겠다는 장래 희망으로 DNA추출에 관한 실험도 하게 됐다”며 “우리 동아리는 겉도는 친구가 없이 1~2학년이 융합돼 모두 참석해 결속력도 강하다”고 덧붙인다.
미니 인터뷰
윤익현 교사
“솔릭 회원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주도가 돼 실험 계획을 세웁니다. 과학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쉬운 실험부터 전공자들도 하기 어려운 실험까지 도전해 보면서 흥미와 호기심을 넘어서는 실험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윤혜령 부장
“1학년 부장에 이어 2학년 부장도 맡게 됐습니다. 주1회 실험 계획도 세우고 4개 조로 나누어 과학실험대회도 개최하는 등 2년 동안 부장활동이 저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김주섭 학생
“잠정적 가설을 염두 해 두며 실험을 하다 결과가 맞게 나오면 흐뭇합니다. 만약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문제점이 뭔지 파악해 다시 실험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학실험반에서 과학 지식이 더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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