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우리나라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6년 만에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이 시작됐지만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시급히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조언까지 쏟아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대전시 등은 최근 과학벨트 거점도시인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 기공식을 열었다.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서는 인근 신동·둔곡지구는 실시계획이 승인돼 내년부터 본격적인 보상작업에 돌입한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지난 2009년 1월 과학벨트 종합계획을 확정한지 꼭 6년 만이다.
우여곡절 끝에 과학벨트 조성사업이 시작됐지만 거점도시인 대전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당초 거점도시에 집중키로 했던 50개 연구단은 지역간 나눠먹기로 끝나고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 완공은 2021년으로 6년이나 늦어졌다. 이상민 국회의원은 “세계적으로 속도경쟁이 치열한 중이온가속기 분야에서 선점효과나 정책효과는 크게 줄었다”면서 “자칫 수천억원의 혈세만 잡아먹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점도시와 유기적으로 연결, 연구성과를 사업화하는 기능도시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기능도시는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시, 세종시 등 충청권 3개 도시다. 이들 지방자치단체는 최근까지 기능도시의 핵심시설은 SB플라자(Science-Biz Plaza) 입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입지가 아니라 기능도시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부다. 거점도시 조성이 이제 시작하고 중이온가속기 완공이 2021년인 상황에서 연구성과물 사업화가 언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다. 자칫 건물만 세워놓고 세월만 보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래부는 “현재 연구단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중간에 연구 성과물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기초과학분야는 사업화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분야다.
이상민 국회의원은 “4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가 과학벨트 사업에 대해 의지를 갖고 제대로 추진하든지 아니면 전면 재검토하는 게 국가미래를 위해 옳은 길”이라고 주장했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선근 대전대 교수는 “과학벨트가 6년 동안 헤맨 가장 큰 이유는 과학벨트라는 대규모 국가사업을 교통정리하고 끌고 가는 컨트롤타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은 7개월이 넘는 공석 끝에 최근 선임됐고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 사업단장은 5개월째 공석 중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행정기능 중심이고 기능도시 SB플라자 운영은 자칫 각 지자체에게 맡겨질 판이다.
김 교수는 “과학벨트를 둘러싼 과학계의 경쟁을 정리하고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이를 이끌어갈 힘 있고 전문성 있는 컨트롤타원 수립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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