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지방자치를 넘어 주민자치의 시대다. 주민이 필요한 예산안을 스스로 세우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우리 동네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하고 마을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마을신문을 만들고 시원한 동네 놀이터 그늘에서 축제를 열기도 한다. 어디 이 뿐이랴. 마을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들도 이웃 주민들이다. 마을 크고 작은 행사를 결정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바로 각 동 주민자치위원회다.
올해는 2년 임기인 주민자치위원 임기가 만료되는 해. 각 동마다 주민자치위원을 공개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할 일은 많은데 정작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적다. 주민자치위원회가 관변단체라는 편견 때문일까? 주민자치위원회란 무엇이며 어떤 활동을 하는지 찬찬히 훑어봤다.
주민자치위원회가 뭐에요?
주민자치위원회란 ‘안산시 주민자치센터설치 및 운영 조례’에 의해 각 동마다 만들어진 주민자치 조직이다. 이 조례 때문에 동 사무소 이름이 ‘주민자치센터’로 바뀌고 주민자치센터운영을 위한 주민자치위원회도 만들어졌다. 조례로 규정하고 있으니 동네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의무적으로 꾸려져야 한다. 조례에 의하면 주민자치위원은 각 동마다 25명 내외로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다. 주민자치위원의 자격은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자치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춘 자’로 규정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특별한 이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동네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다.
사1동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지현씨는 “동네일에 관심 있고 작은 노력이라고 보태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열심히 하려고 하면 끝도 없는 일이 바로 주민자치일이다. 새로운 사업을 기획할 때는 거의 맨땅에 헤딩 하듯 처음부터 끝까지 도맡아 해야 하기 때문에 열정이 필요한 일이다”고 덧붙혔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주민자치위원으로 선발되면 우선 매달 1회 정기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정기회의에서 주민자치센터 운영 프로그램 계획승인, 마을 자치 프로그램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다. 요즘 주민자치위원회가 나서서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는 동네도 많아서 마을 공동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논의하는 것도 회의시간에 진행된다. 회의에 참석하면 일정 정도 회의수당이 제공되지만 대부분 동에서는 회의수당을 모아 주민자치위원회 운영비로 사용한다.
주민자치위원회가 하는 기본적인 일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자체 사업을 진행하는 곳도 적지 않다. 원곡본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진행 중이다. 하루 2번 당번을 정해서 무단 투기된 쓰레기를 치우고 가로수, 화단 가꾸기를 통해 쓰레기 불법 투기를 막는 활동이다. 또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방도 운영한다.
사2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마을 신문만들기와 영화길 마을축제를 진행한다. 마을마다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은 각양각색이다. 자치위원들의 역량, 그 마을 동장의 열정에 따라 사업주제도 활동영역도 천차만별이다. ‘우리 동네 이런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면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며 제안할 수도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논의해서 주민참여예산안을 안산시에 제안 할 수도 있다. 안산시는 지난해 77억 여원을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했다.
주민자치위원은 남자들의 전유물?
‘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데 여자라서’ 망설이고 있다면 걱정 마시라. 안산시는 조례를 통해 여성위원의 참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여성위원이 전체 위원의 3분의 1이상이 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조례에 명시한 것이다. 그 만큼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호수동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했던 전경희씨는 “주민자치센터 교육프로그램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주부들인데 여성위원이라면 위원회에서 의견을 낼 때도 훨씬 다양하고 섬세한 제안을 할 수 있죠. 마을일을 할 때 여성들 특히 주부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기 때문에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넓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 활동 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대부분 그렇듯이 정치적 견해에 따라 편가르기가 일어나는 법.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한 주민자치위원은 “처음엔 두루두루 친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딱 편이 갈라가지는데 활동하는 게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그런 정치색만 없다면 정말 좋겠어요. 여성위원들은 그런 게 좀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마을일 하는데 적합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내 아이의 고향으로 오래오래 살아보고 싶어 정착한 동네라면 이왕이면 좀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가족을 위한 일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이웃을 위해 애쓰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것이 있지 않을까? 우리 동네 주민자치위원 공개모집에 관심을 가져 보자.
안산시 25개 동 주민자치위원 공개모집 일정(표)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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