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_ 안산대학에서 만난 정치인 이준석 씨

“1등이 아니라 리더가 되려고 노력해야”

지역내일 2015-06-04

지난 28일 안산대학교 금융정보학과 한 강의실. 이 대학을 방문한 중학생 40여명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 바로 이준석 새누리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서울과학고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고, 귀국 후 벤처사업을 하다가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전격 영입된 인물이다.
이날 이 위원장은 “일등이 아니라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의했다.
벤처기업(클라세스튜디오) 대표이면서 정치권과 방송가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가 안산대학교에서 중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준석


전문대학 교육현실 알고 싶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3월부터 안산대학교 금융정보과에서 매주 2시간씩 캡스톤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다. 이 대학 금융정보과 백진욱 교수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백진욱 교수님이 강의 제안을 했을 때 제가 가진 지식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전문대학의 교육현실을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결정했습니다. 이 강의가 제 삶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가 안산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만 강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안산대학교를 찾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도 한다. 이럴 때면 “1등이 아니라 리더가 되라”는 말을 강조한다고 했다. 과거에 비해 리더가 될 수 있는 인재풀은 넓어졌지만 리더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거나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은 적어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제가 정치권에 입문한 게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대학이라는 학벌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학벌은 저 말고도 수없이 많습니다. 제가 정치권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것은 문제의식을 갖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뚜렷하게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질문이 던져질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명료하게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건 1등을 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교육 분야에서 계속 활동할 계획
이 위원장은 정치를 계속 하게 된다면 교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교육이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는 전제가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공부를 가르치는 교육봉사단체인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 강사로 활동한 후부터다.
“10년 전, 배나사를 만나기 전까지 저는 수월성교육 대상자였고 신봉자였습니다. 그런데, 배나사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니 수월성교육은 구호에 매몰되어 있는 ‘수준별 격리수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난 하지 않아도 돼”라면서 목표를 낮춰버린 경우를 수없이 만났다고 했다. “문제를 풀라고 하면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 학교에서는 이런 어려운 문제 풀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라고 말합니다. 처음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아이들 스스로 목표를 낮춘 거잖아요. 그 말이 얼마나 차별적인 말인데, 아이들 스스로 당연하게 느끼도록 교육이 체계를 잡아놓았잖아요. 교육정책이 (집중적으로) 투여돼야 할 곳은 지금의 교육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시스템 내로 들어 올 수 있도록 만드는 곳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공부 열심히 하는 것과 좋은 대학 진학은 다른 의미
이 위원장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과 좋은 대학에 간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또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것과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는 혼재될 때가 많단다.
“‘힐링 멘토링’이라는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배나사에서는 성적 조금이라도 더 올려보려고 강의하는데, 힐링 멘토링 강의 듣고 온 아이들이 ”공부 열심히 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고 꿈을 찾아 나서라고 얘기했다“는 말을 하면 힘이 빠지죠. 좋은 학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이 위원장이 활동하는 배나사에서는 아이들이 정해진 분량의 공부를 모두 한 후에 집에 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1∼2시간에 모든 과제를 수행하는 아이도 있지만 저녁 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렇게 공부를 시키면 성적이 오르고, 성적이 오르는 걸 경험한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생각자체가 바뀐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이런 과정을 “첫 바퀴를 굴리는 게 힘들지 굴리기만 하면 스스로 빠르게 굴러간다”고 표현했다.
“부모님들이 아이의 도전, 그게 공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더라도 응원을 해줬으면 합니다. 아이의 도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도전 자체를 하지 않게 됩니다. 제가 정치 제안을 받았을 때 부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네가 가서 시간 낭비할 인간은 아니지.” 이 한마디가 제게는 정치했을 때 득이 무엇이고 실이 무엇인지를 분석해서 알려준 것보다 더 큰 힘이 됐습니다.”


이춘우 리포터 leee87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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