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당찬영어학원 최건웅원장
쉬운 수능영어의 함정
수능영어가 쉬워졌다. 일견 대입 수험생을 둔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반가워 보이는 이 현상은 말처럼 그렇게 간단히 받아드릴 일을 아닙니다. 특히 시험이 쉬워졌으니 공부를 덜 해도 되겠다는 단선적인 결론에 도달하셨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문제입니다. 절대적인 난이도는 낮추는데 성공해서 만점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등급으로 성적을 판단하는 상대평가 제도 하에서 자신의 자녀에게 유리하게만 전개될까요? 평소보다 잘 봤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다른 수험생은 자신보다 더 잘 봐서 점수는 높아졌는데 등급은 낮아지는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상위권학생에 불리한 제도인데, 상위권은 만점을 목표로 해야 하고 실수로 점수가 낮아질 가능성은 큰 반면, 운으로 점수가 높아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중위권은 예전보다 등급을 올리기가 수월해졌고 운 좋게 모르는 문제를 맞추는 경우 등급에 도움이 될 확률이 더욱 커 졌습니다. 시험이 너무 어려워도 안되지만, 너무 쉬워도 원래의 역할을 다 할 수 없는 것이, 그 결과가 표준 분포곡선에 근접하게 나와야지 인위적으로 높은 점수에 치우치게 만드는 시험은 본래 기능을 상실했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분위기에서, 영어를 공부순위에서 한 켠으로 미뤄놓는 경향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수능의 난이도는 대학의 필요성, 사회적 공론에 의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고, 대입을 떠나서 우리가 왜 영어를 준비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에서 한발 늦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능영어가 쉬워지면 대학영어수준도 그에 따라 쉬워지고 대기업 영어 시험도 그 수준에 따라 쉬워지고 더 나아가 각종 국제관계에서 통용되는 영어도 우리나라 수준에 맞춰서 쉬워(낮아)지나요? 넌센스입니다. 모두가 영어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사람이 해야 되고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고 안타깝게도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학창시절 외운 태정태세문단세가 평생 머릿속에 남아있듯, 학창시절 영어의 바탕 없이 정작 필요한 성인시절에 영어를 시작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다들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자제가 영어가 필요한 사람이 될 것으로 희망하는 분들은 이런저런 잔파도에 미래를 맡기지 마시기를 충언 드립니다. 물론 저의 마음은 한국어가 국제 공용어가 되어서 영어 그만 가르치고 유럽에서 원어민 신분으로 한국어 선생해보는 것이 꿈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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