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학교인권조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최근 들어 ‘강원학교인권조례’가 학부모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위인지 알 수 없는 극과 극의 의견들만 난무한 상황.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강원학교인권조례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채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다. 과연 학교구성원인 학생, 교사,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난 5월 27일, 강원도교육청에서 진행된 강원학교인권조례 좌담회를 통해 ‘강원학교인권조례’의 쟁점을 살펴봤다.
학생도 하나의 인력체 vs 학생은 아직 어린 미성년
강원학교인권조례에 따르면 학생은 당연히 인간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인권이 강조되면서 타인의 자유를 침 해하는 방종을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기준 교사(봉래중)는 “강원학교인권조례 내용은 좋지만 학생의 권리를 강조한 것에 비해 책임과 의무가 미비하다”며 학교 현장에서는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전지표 군(봉의고) 역시 “학생들은 아직 어린 미성년자”라며 “경험도 나이도 부족한 학생들에게 성인과 같은 권리를 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을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정현 교사(명진학교)는 “자유가 주어지면 방종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는 그동안 우리가 학생들을 통제로서 관리했다는 증거”라며 “자신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킬 줄 안다는 것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는 것인 만큼 통제에 익숙한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통을 통한 진정한 교권 보장 vs 제재・ 처벌 약화로 교권 침해
강원학교인권조례에 대한 또 다른 대립의 축은 교권이다.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이기준 교사는 “학생인 인권을 보장한다는 것이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권 침해와 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권리에 비해 책임과 의무가 미비하다고 비판했다. 비록 한 두명의 학생들일지라도 수업을 방해하는 상황이 펼쳐지면 현실적인 대처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도 이 문제를 전혀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역시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황기면 교사(기린고)는 “물리적인 힘이나 강압적인 요소에 의한 교권의 시대는 끝났으며,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는 대립이 아니라 조화스러운 관계”라고 말한다.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소통하며 학교생활규정을 함께 만들어가면 오히려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쉬워진다는 것. 실제로 먼저 시행한 타 시도에서도 교사의 체벌이 줄고 학생들이 학교를 더 좋아한다는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 김영국 교사(춘천여고)는 “교권의 침해 사례는 학생과의 관계보다 학부모, 관리자, 동료교사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며 인권조례 문제를 교사와 학생의 대립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원학교인권조례는 학생 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까지 규정하고 있어 바람직한 학교 문화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 6조 사생활 보장의 권리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긴급한 상황 혹은 명백히 필요한 경우 이외에 학생의 사물함과 소지품 검사를 하여서는 아니되며, 학생의 동의를 얻는 등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제 10조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학생은 체벌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 vs 데모하는 학생들 키워낸다?
강원학교인권조례의 뜨거운 쟁점 중 또 다른 하나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집회’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즉, 집회라고 하면 과격한 시위 현장만을 떠올리는 기존 사회의 모습이 반영되어 학생들이 데모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실제로 이기준 교사는 “학생들의 강력한 의사 표현이 학교 질서를 어지럽힐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한다. 전진표 학생은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집회의 자유는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황기면 교사는 “오히려 지금 상황이라면 학생들이 기존 사회의 잘못된 의사 표현을 닮아갈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절차에 의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학교가 진정한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 8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 학생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 다만, 학교 내의 집회에 대해서는 학습권과 안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학칙으로 시간, 장소, 방법 등을 제한할 수 있다. |
차별받지 않을 권리 vs 학생들의 성적 타락을 부추긴다?
강원학교인권조례의 또 다른 오해는 제 5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성적타락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어느 항목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조장과 성적타락과 같은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의가 제시하는 차별금지 대상과 타시도의 학생인권조례에는 성적지향이나 임신출산 여부에 따라 차별할 수 없다는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강원학교인권조례 역시 2013년 발의안에는 국가인권위원회 기준에 맞춰 성적지향이나 임신이나 출산 등의 이유로 차별 받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걸쳐 2015년 발의안에서는 삭제되었다. 좌담회 참석자 모두 이 부분을 확인하고 잘못된 지적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제 5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 학생은 대한민국헌법 제 11조,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 2조, 교육기본법 제 4조에서 예시하고 있는 차별금지 사유를 비롯한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당연히 가져야할 권리. ‘인권’이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가치임에 반대하는 이가 있을까? 그런면에서 강원학교인권조례의 필요성은 당연한 듯 하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설명회를 통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참석해보자.
좌담회에 참석한 류승열 학생(강원고)의 말로 마무리를 대신한다. “처음에는 인권조례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도 몰랐어요. 이 자리에 참석하려고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보니 이제야 알겠어요. 우리 모두에게 인권이 있다는 그 자체를 아는 것, 이것이 인권의 시작이구나. 제 주위의 친구들도 그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어른이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니까 모두가 함께 이해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시면 좋겠어요.”
▶ 강원학교인권조례 설명회
원주 : 6월 9일 오후 2시 30분 원주교육지원청 대회의실
춘천 : 6월 11일 오후 3시 국립춘천박물관
김재석리포터 kb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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