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커피 전문가 이송아씨와의 조우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인연을 마시러들 옵니다”

지역내일 2015-05-28

오늘 아침 커피 한잔 하셨어요?
리포터는 커피를 참 좋아한다. 요즘처럼 커피가 다양해지고 고급화되기 전 믹스커피로 커피 맛을 알았다. 그렇다보니 “하루에 믹스 커피 두어 잔 정도는 마셔야 정신이 또릿해진다”고 너스레를 떠는 믹스커피 예찬론자다. 원두커피 열풍이 불고 너나없이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도 달달한 믹스커피의 유혹은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사실 맛있게 맛본 원두커피에 대한 기억도 없다. 원두커피는 그저 씁쓸하거나 퀴퀴한 냄새까지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예술대학교 골목 한 켠에서 드립커피전문점을 발견했다. 발길에 이끌려 들어 간 그곳에서 난생처음 맛있고 신선한 원두커피와 조우했다. 드립커피전문가가 직접 드립해 주는 커피가 있는 곳 ‘이송아 드립커피전문점’을 알린다.

이송아


그 커피숍 풍경
처음 커피숍을 찾은 날, 닫혀 있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커피 마실 수 있어요?”라는 질문에 지긋해 보이는 여성이 들어오라며 웃었다. 그녀가 바로 이곳의 주인 드립커피 전문가 이송아(62세) 씨였다. 5평 남짓의 작은 가게 안에서는 뭔지 모르는 독특한 기운이 풍겼다. 벽에 는 누군가가 지은 자작시가 붙어 있었고 그 아래로 더치커피 기계도 보였다. 더치커피 기계에서는 커피 원액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이곳의 더치커피, 그때그때 들어온 신선한 원두를 12시간 이상 우려서 만든단다. 테이블은 2개,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 일행들에게 이송아 씨는 본인 앞자리에 위치한 바(bar)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먼저 말을 걸어왔다. “핸드드립커피 다보니까 저와 손님의 거리가 가까운 것이 좋아요. 커피는 메뉴판에서 고르시면 됩니다.” 메뉴판을 쳐다봤다. 손 글씨로 ‘차가운 커피(5,000원), 따뜻한 커피(5,000원), 코스커피(15,000원)’라고 적혀있었다. 다양한 커피 종류라고는 찾을 수 없었고 그저 메뉴판에 적혀 있는 대로 커피의 온도만 정하면 그뿐이었다. 이송아 씨는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커피종류를 고르기에 앞서 ‘가장 신선한 커피로 주세요’라고 말해보세요. 커피는 신선한 커피가 가장 맛있는 커피거든요. 우리 집은 메뉴가 따로 없어요. 그저 일주일을 넘기지 않은 신선한 커피만 있을 뿐이예요. 그때그때 들어오는 가장 신선한 커피가 그날의 커피가 되는 거예요.” 리포터는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커피, 그녀의 커피론
그날의 커피는 ‘코케 커피’ 였다. 이송아 씨는 드립 기에 커피원두를 가득 담은 후 따뜻한 물을 부었다. 보글보글 빵모양 거품이 올라왔는데 바로 앞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잠시 후 따뜻한 커피 한잔이 테이블에 올려졌다. 커피를 마시기전 커피 향을 맡아보라면서 드립 한 원두커피를 내밀었다. 진한 참기름 냄새가 났다. 바로 신선하고 질 좋은 원두커피에서 만 맡을 수 있는 커피향이란다. 커피를 마셔봤다. 부드럽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었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일행을 보면서 이송아 씨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엔 차가운 커피도 한잔 드실래요? 방금 들어 온 신선한 ‘케냐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 운이 좋으시네요.” 그리고는 다른 드립 기에 케냐원두를 듬뿍 담았다. 그렇게 해서 일행들은 주문한 따뜻한 커피 외에 차가운 커피와 라떼 까지 여러 잔의 드립커피를 덤으로 마셨다. 이송아 씨는 말했다. “손님들을 만나서 좋은 기운을 느끼면 메뉴와 상관없이 신선한 커피를 선사하게 된다. 나한테 커피는 누군가에게 그저 한잔 드립해주고 끝나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밝은 에너지를 서로 소통하는 통로가 된다. 그래서 그런지 손님들과 즐겁게 커피를 나눠 마시고 나면 그때부터는 인연이 된다.” 이 말을 듣자 커피숍에 들어서면서 느꼈던 표현 할 수 없던 기운이 바로 여느 사람에게서 느낄 수 없는 그녀만의 기운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날 리포터는 술도 아닌 커피를 분위기에 취해서 맛에 취해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단돈 5천원에 ‘코스커피’로 마셨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이송아 씨가 한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았다. 커피는 내 삶을 업그레이드 해줬다.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것이 아니라 인연을 마시러 온다고 했다. 커피로 인해 모두가 힐링이 되길 바란다.” 이날 리포터는 맛있는 원두커피와의 조우가 아닌 새로운 인연과의 조우를 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오래전 그리던 천상병의 ‘귀천’ 그 찻집을 추억했다.
위치 안산시 단원구 고잔2동 639-9번지
한윤희 리포터 hjyu678@g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