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남편의 코골이를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

지역내일 2015-05-27

드르릉드르릉, 드르렁드르렁, 푸륵푸륵, 드릉드릉, 드렁드렁, 고르릉고르릉, 쿠렁쿠렁, 코랑코랑, 코릉코릉, 다르랑다르랑, 구르릉구르릉, 푸우~푸우 ….


이상은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코고는 소리 의성어 중 일부다. 코고는 소리가 이처럼 다양한 것을 보면 코골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상적인 현상이 아닌가 싶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남자가 고단하면 코를 골수도 있는 것이지…”, “코를 골면서 잤으니까 이제 피로가 다 풀렸겠구나”라는 식의 말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코골이는 건강한 남성의 상징으로 간주되던 것이 보통이었다. 때문에 코골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대체로 긍정적이었거나 어떤 의미에서는 일정 부분 선호되었다고 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코골이에 대한 생각도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심한 코골이로 인해서 멀쩡한 부부가 서로 각방을 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요한 이혼 사유가 되고 있다. 코골이가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원인이 되어 이웃 사이에 다툼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심각한 코골이에서 비롯된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한 나머지 졸음운전으로 대형 교통사고가 유발되기도 한다. 단체생활에서의 코골이는 동료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어렵게 하고 심한 경우에는 조직원들로부터 왕따 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코골이는 당사자들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코골이는 밤에 충분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 동안에 심각한 졸음을 불러와서 일상적인 사회활동을 어렵게 한다. 수험생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불러오는가 하면 아예 몇 시간씩 책을 덮고 책상에 코를 처박아서 부모님을 걱정스럽게 하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심한 코골이는 밤 동안 두뇌를 줄곧 각성 상태에 있게 하여 각종 호르몬의 분비를 교란시킨다고 한다. 그 결과 청소년의 정상적인 성장이 억제되고 중장년층에서는 비만과 고혈압, 당뇨를 비롯한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약 진행 중인 성인병이 있다면 그 치료를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코골이는 불안증, 의욕상실, 정서장애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유발하기도 하며 특히 성기능 장애, 기억력 감퇴, 조기치매, 노화촉진 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남편의 코골이 때문에 내가 잠들기 어렵다면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홍욱희 세민수면건강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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