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중학생이 학교 숙제로 독후감을 쓰는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책으로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과 영화로 줄거리를 알게 되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요? 둘 다 줄거리만 잘 찾으면 마찬가지 결과 아닌가요? 그런데 왜 굳이 영화도 있는데 소설책으로 읽어야 하나요?”
어떠한 행동에는 명확한 인식과 신념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 실천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독서활동이 단순히 정보습득 과정으로서의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명확히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영화시청과 독서행위를 비교해 볼 때, 단순히 에너지 소모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오히려 영화를 볼 때 에너지 소모량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의 깊이와 폭의 측면에서 영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독서의 각인효과는 크다.
인간의 생각은 이미지를 먹고 자란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영화는 감독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수동적으로 감지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독서는 이미지를 조합하고 창조해내는 능동적 편집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만약 “그녀가 고풍스런 베란다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무명 같은 손을 흔들었다.”라는 문장을 읽게 된다면, ‘그녀, 고풍스런, 베란다, 무명, 손, 흔들었다’ 등의 단어들은 우리 뇌리에 들어와 과거의 기억들 속에서 경험적 이미지들을 퍼 올릴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의식은 이 이미지들을 조각하고 편집하여 한 장면을 완성시킬 것이다. 어떤 독자는 ‘그녀’를 짝사랑했던 누군가로, 또 어떤 독자는 아이돌 가수인 ‘수지’의 모습으로 말이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생각의 속도를 높이고, 집중력을 얻으며, 상상력을 향상시키게 된다.
그런데 독서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난생 처음 보는 단어와 수식이 복잡한 문장이다. 위 문장에서 만약 ‘베란다’나 ‘무명’같은 단어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아마 문맥적 상황을 통해 ‘베란다’는 장소의 하나이며, ‘무명’은 손의 비유적 모습으로 연상할 테지만 경험에서 퍼 올리는 속도와 이미지의 선명도는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특히 이러한 독서 행위가 성적을 목표로 하는 시험시간에 이루어진다면 그 속도와 선명도의 차이는 곧 사실적 독해와 감상 능력의 차이를 가져와 성적의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독서를 양으로 승부하거나, 한자를 무작정 익히게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편견만 가중시킬 수 있다. 어휘 추론 학습과 바른 독서 학습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 강 소장
미담(美談)언어교육 연구소장
문의 : 042-477-7788 www.sindlin.com
주요이력
현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신들린 언어논술 학원장
현 해법 독서논술 세종·대전북부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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