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각성의 패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많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생물학적 인자를 꼽으라면 ‘하루주기리듬’, ‘수면항상성’과 ‘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루주기리듬(일주기리듬)과 수면항상성의 상호 작용은 약 16시간의 각성과 약 8시간의 수면 상태를 형성하게 만드는 기본 요인이다.
인간에 있어서 수면과 관련된 하루주기리듬이란 낮 2~3시와 새벽 2~4시쯤에 졸림이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내부적인 시계는 생후 첫 1~6개월 사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자궁 안에서는 모체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영향을 받아 엄마의 하루주기리듬에 맞추다가 태어난 뒤에 점차 자신만의 하루주기리듬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하루주기리듬과 함께 수면과 각성에 또 다른 영향을 주는 수면항상성이란 잠이 부족해지면 자고 싶은 욕구가 증가하고 따라서 더 깊게 잠을 잘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깨어있었나에 좌우된다.
앞서 말한 수면과 관련된 내부시계는 다양한 요소, 즉 빛, 어둠, 기운, 식사, 저주파 전자장, 기상 및 수면시간, 업무시간, 활동, 자세, 약물, 호르몬 등에 영향을 받게 되는 데 이를 자이트게버(zeitgeber), 즉 ‘시간신호’라고 한다. 만약 이 시간신호를 완벽하게 제거된 조건에서 인간의 하루주기리듬은 대개 길게 유지되는데, 대략 24.2시간이다. 대부분의 실험에서 사람들은 밤마다 점차 30~60분 정도 늦게 잠자리에 들게 되며, 2주 정도 지나면 낮에 자고 밤에는 깨어 있게 된다.
이러한 개인차로 인하여 수면과 각성 주기는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 것이 가장 편한지에 따라 3가지 종류로 나누어볼 수 있다. 먼저 표준형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함되며, 저녁 11시 전후에 잠들고 아침 7시 전후에 기상한다. 다음으로는 저녁 9~10시쯤 잠을 자고 새벽 5~6시에 깨는 아침형 또는 종달새형과 자정 너머 잠들지 못하고 늦은 아침까지 일어나지 못하는 저녁형 또는 올빼미형이 있다.
하지만 수면과 각성의 주기 변화에 임상적으로 중요한 지표는 역시 ‘나이’이다. 수면의 지속성과 수면 단계별 분포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나이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수면잠복기와 수면개시후 각성은 증가하고, 렘수면은 약간 감소하며, 3단계 깊은 수면은 감소하고 1단계와 2단계 수면은 증가하게 된다. 또한 나이가 듦에 따라 대체로 1시간 정도까지, 더 일찍 자고 더 일찍 일어나는 경향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젊을 때 저녁형이었던 사람은 노인이 되면서 표준형으로 바뀌기도 하고 표준형이었던 사람이 아침형으로 바뀌기도 한다. 만약 젊었을 때 아침형인 사람은 동이 트기 전, 너무 일찍 일어나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잠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일단 자신의 수면과 각성의 패턴이 어느 유형인지, 또 해당 나이에 맞는 수면과 각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부터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순서이다.
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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