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마다 학교 내신 준비 기간이 되면 학생들은 계절마다 찾아오는 주변 풍경의 아름다움을 여유롭게 누릴 새 없이 움직인다.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컵라면을 후루루 먹는 아이, 햄버거나 소시지를 한 손에 들고 허겁지겁 씹어 먹으며 승강기에 오르는 아이, 어젯밤에 수십 장의 과제물을 하느라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하소연하는 아이. 스스로 원했든 주어진 환경 때문이든 간에 이 악물고 버티려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씁쓸함과 미안함, 동시에 대견한 마음이 든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노는 것도 참고, 먹는 것도 참고, 자는 것도 참아가며 학교 정규 수업, 수행 평가, 학원 수업, 과제 등을 꾸역꾸역 해내는 것만으로도 사실 대단한 일이다. 너는 왜 이렇게 성적이 이 모양이냐, 나중에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느냐 등의 훈계는 아이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다. 아이들은 불철주야(不撤晝夜)의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칭찬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
세조 시대 간경도감(刊經都監)이란 기관에서 번역한 불경 <무량수경(無量壽經)>의 ‘십년공부나무아미타불(十年工夫南無阿彌陀佛)’의 말에서는 공부(工夫)의 참의미가 ‘어떤 일을 애써 노력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국어사전에 공부(工夫)는 ‘학문이나 기술을 익힘’으로 기록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공부를 쿵푸(gongfu)로 발음하며 이는 ‘노력해서 얻어낸 뛰어난 기술, 사물의 이치를 온몸으로 체득함’ 등과 같이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이외에도 역사의 기록을 찾아보면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공부의 출발점은 공통적으로 ‘노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의 사실에 비추어볼 때, 공부의 올바른 목적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자기 깜냥대로 어떻게든 간에 노력하고 있으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어른들이 주로 하는 실수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성적에 민감하여 ‘꾸역꾸역 버텨왔던 아이들의 노력’까지 무시하는 발언이다.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늘 배워왔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지만 ‘과정이 착실했다면 결과도 좋아야 해’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댈 때가 너무 많다. 인생에서 과정이 착실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던 사례는 얼마든지 들 수 있고, 역사적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얼마 후면 아이들이 1학기 중간고사 시험을 치른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노력했으니 그 자체로 칭찬의 박수를 아끼지 말자. 하고 싶은 것이 없어도 버텨냈으니 그것만으로도 칭찬해 보자.
최재호
미담(美談)언어교육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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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이력
현 미담 국어논술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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