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지역 방과후강사 17명이 사회적협동조합 <그루>를 만들었다.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이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유는 무엇일까? 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 4층 세미나실에서 <그루> 소속 방과후강사들을 만나보았다.
아이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는 경우 대부분 방과후수업 하나씩은 받고 있을 것이다. 방과후수업은 정규수업과는 다르게 아이들의 특기 적성에 따라 수강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아이들의 흥미도가 높은 편이다. 또 방과후수업은 아이들의 진로 탐색에도 큰 기여를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방과후강사들의 활동 여건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1년 단위의 계약직이라는 것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한데다 외부 강사라는 이유로 학교의 눈치를 봐야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공통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지난 4월 6일 강원지역 방과후강사 17명이 모여서 방과후강사 사회적협동조합 <그루>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들은 작년 9월 1일부터 11월 5일까지 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방과후강사협동조합 창업 아카데미 과정>을 이수했다. 이 과정을 통해 방과후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해결책에 관심을 가지는 과정에서 <그루>가 만들어진 것.
<방과후강사협동조합 창업 아카데미 과정>을 제일 먼저 제안한 사람은 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 이영숙 관장이었다.
“저희가 그간에 방과후강사들을 많이 양성했어요. 그런데 취업 현장에서 이분들이 겪는 고충이 많아 보였습니다. 방과후강사들의 경우 온종일은 아니어도 반나절 동안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교육 현장에서 활동을 하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사회적협동조합을 제안하게 되었지요. 사회적협동조합은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경제적 이익’과 더불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지향하는 조직입니다. <그루>의 경우 유료 방과후수업과 별도로 ‘재능기부’ 형식의 수업을 지속적으로 하게 됩니다.”
계약직이라는 한계, ‘을’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뛰어넘고 싶어
지난 4월 8일 여성인력개발센터 세미나실에서는 <그루> 소속 강사들의 열띤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창립총회를 개최한 지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향후 활동 계획들을 논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5년째 방과후 과학수업을 하고 있다는 한 강사에게 <그루>에 들어온 이유를 물어보았다.
“학교에 들어가면 항상 느끼는 것이 우리는 ‘을’의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불합리한 대우를 당해도 다음 학기 계약을 위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심한 경우 화장실 청소까지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사료 지급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강사료가 바로 바로 지급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학생 중 한 명이라도 수업료를 내지 않으면 그 달치 강사료를 받을 수 없어요. 할 수 없이 미납 학생의 수업료를 저희가 대납하고 나중에 그 학생에게 따로 수업료를 받아야 하는 일이 발생하지요. 학생이 끝까지 수업료를 내지 않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이런 불만들을 강사 한 사람이 제기하기는 어렵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 <그루> 소속 강사들의 공통된 기대이다.
지역․계층 간 교육 격차 해소, 다양한 학습욕구 충족시켜줄 수 있다
최근 <그루>는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에서 공모하는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되었다. 이는 앞으로 <그루>가 계획하고 있는 방과후강사 육성사업, 학교․지역아동센터 연계 위탁사업, 지역․계층 간 교육 격차 해소 사업 등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도심 학교의 경우 방과후수업이 활성화된 반면 외지 학교의 경우 방과후강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학교가 다양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찾아가는 방과후수업’을 구상 중입니다. 수업을 하다보면 수강신청 학생이 두세 명밖에 되지 않아 폐강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경우도 아이들이 정말 필요로 한다면 적자를 무릅쓰고라도 달려갈 의향이 있습니다.”
<그루>의 조합이사장이자 10년째 방과후 공예수업을 맡고 있는 민경미 강사의 말이다.
‘방과후 2시간,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방과후 2시간, 방과후강사의 미래를 바꾼다.’
이는 방과후강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루>의 창립으로 강원지역 방과후강사는 물론 강원지역 아이들의 미래까지 밝게 빛나기를 기대해본다.
김선순 리포터 kssti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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