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유가족 및 피해자가족들은 여전히 눈물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1년 전보다 더 차갑고 잔인하게 찾아오는 봄으로, 쉬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특별법 시행령안, 일방적으로 발표된 배·보상 계획, 세월호 진상조사 의지 없는 정부, 그리고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4월 2일 눈물의 삭발식 현장부터 해수부 항의방문까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피해 가족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따라갔다.
4월 2일, 유가족들은 왜 눈물의 삭발을 했을까?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통한의 심정으로 자른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흐느낌은 빗물과 함께 광장을 축축하게 적셨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48명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광화문 농성장에서 정부 시행령 즉각 폐기, 세월호 온전한 선체 인양, 배·보상 중단 등을 촉구하며 눈물의 삭발식을 가졌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도 4명이 참여했다.
“예은아, 유민아, 수진아, 다윤아….” 삭발에 앞서 가족들이 그리운 아이의 이름을 목 놓아 외치자 지켜보는 이들도 곳곳에서 눈물을 흘렸다.
왜 가족들은 삭발까지 했을까? 이날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하고 세월호 선체 인양 공식 선언할 때까지 배상·보상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세월호 진상 조사활동을 위축시키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발표하고, 연이어 배·보상 계획까지 내놓아 가족들의 진상규명 활동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에서 발표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공무원들이 특별위의 주요업무를 관장하고, 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 및 조사로 직무의 범위를 한정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기존 정부 조사결과에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특별조사위원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딱히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마저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4월 4일, “세월호법 시행령 폐기하라” 영정 안고 도보행진
화랑유원지에 있는 정부합동분향소. 250여 명의 상복 차림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유가족들이 합동분향소 안으로 들어가 희생자들의 영정을 품에 안자 분향소는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16명과 시민 2명은 삭발을 했다. 지난 2일에 이은 두 번째 삭발이다.
상복 차림에 영정을 든 유가족들이 맨 앞에서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400여명의 시민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그 뒤를 따랐다. 단원고등학교와 서울 여의도 국회를 거쳐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1박2일간의 고단한 도보행진이다.
도보행진에 앞서 4.16 가족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히자고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정부의 시행령으로는 진상조사가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이를 철회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제출한 시행령을 공포하라”고 요구했다. 또 “유가족과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아는 정부가 배·보상 액수가 얼마니 하며 돈으로 답하고 있다.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을 중단하라”고 했다.
4월 5일, 우리의 요구는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만들자는 것’
5일 오후 5시, 도보행진을 마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4일 오전 9시30분께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를 출발한지 31시간여가 지나서다. 봄비가 내리는 광화문광장에는 도보행렬을 맞이하는 시민 5000여명이 기다리고 이었다. 어린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 연세 지긋한 노인, 가방을 맨 대학생….
광화문광장 북쪽 세종대왕상 앞에 가설무대가 차려지고 문화제가 시작됐다. 이날도 유가족들의 주장은 하나였다. 진상규명과 그것을 통해 안전사회를 만들자는 것.
오후 6시30분, 문화제가 마무리되고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 농성장으로 이동하는 가족들의 행렬에 시민들은 박수로 응원했다.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입법예고 기간 마지막 날인 6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종시 해양수산부로 향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진실과의 싸움을 위해.
이춘우 리포터 leee87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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