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생동하는 봄. 묵은 때도 닦아내고 겨우내 버리지 못했던 헌옷, 헌책도 묶어 한쪽으로 집합, 집안을 심플하게 정리해 본다.
한쪽에 정리된 헌옷과 헌책, 오늘은 그중 헌책을 처분해야겠다. 가장 값을 잘 받을 것 같아 직거래를 해볼까 싶지만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번거로움은 차치하고 팔릴 때까지 전화 받고 조율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니 이만저만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어디 믿고 맡길 데가 없을까. 대전 중고서점 해피북을 소개한다.
2배 넘는 이익, 원주인에게 수익 되돌려 줘
해피북 박현항 대표는 요즘 책을 사 나르느라 바쁘다. 이사철 전후로는 책을 사느라 바쁘고 새학기나 방학을 전후해서는 책을 파느라 바쁜 것이 중고서점이기 때문이다.
가게엔 온갖 전집들이 가격표를 붙이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박 대표는 “인터넷으로도 판매를 하고 있지만 책은 상태를 보고 거래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또한 그는 “보통 직거래가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인터넷 직거래는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같은 지역이 아니라면 굳이 권하고 싶지 않다”며 “직거래만큼은 아니어도 제값에 가깝게 받을 수 있는 업체를 찾아 신뢰를 기반으로 수월하게 책을 사고파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자기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매 순간 거래를 조절한다. 원주인이 워낙 싸게 내놓거나, 내용 확인을 못해 싸게 가져온 책을 팔아 2배 넘는 이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박 대표는 그런 경우 책을 판매한 후 원주인에게 일정부분의 값을 자기 스스로 더 치러준다. 원주인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터이지만 그래도 그의 양심은 알고 있기 때문에 2배 넘는 이익을 혼자 독식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책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중매쟁이 역할
박현항 대표는 집방문 책대여를 시작으로 도서사업의 세계에 입문했다. 사업이 잘 되면서 출판유통의 대강을 알게 됐고 인터넷으로 하는 전집대여를 시작했다. 그렇게 전집대여가 활기를 띌 무렵 중고매매도 시작할 수 있었다.
한번 만들어진 책은 버리지 말고 팔아야 책으로서의 가치를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귀찮고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책에게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 그런 면에서 의미있다”고 귀띔한다.
중고책을 사러 각 가정을 방문해 보면 여러 모습의 주인들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사람들은 책을 팔면서 섭섭하다고 우는 경우다. 값도 값이려니와 자기와 혹은 자기 아이와 정든 책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자신은 책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는 중매쟁이라고 말하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달래주고 스스로도 그런 각오를 다진다. 이 책을 잘 이용해줄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하는 것. 중고책에 대한 그의 마음은 그래서 각별하다. 기회가 되면 기증을 하기도 하는데 지난 추석 즈음엔 동구청을 통해 3700여권을 기증했다.
요즘은 새 제품도 사는 방법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정가가 없는 중고는 그 가치를 알기가 더 어렵다. 파는 입장에서 흥정능력이 필요한데, 그나마도 업자의 능력이 뛰어나면 제값받기 어렵다.
박 대표는 “책의 소유주와 제가 판매금을 반반씩 나누는 것을 기준으로 일한다. 착한 사람들을 호구 취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함께 사는 세상을 바라는 중고책방주인의 작은 실천이다”고 말했다.
위치 산성동 한밭가든아파트 상가 지하 1층
문의 070-8757-1379(해피북)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해피북이 전하는 중고책 잘 파는 Tip
1. 중고책 업자에게 팔려고 하는 경우, 책은 책꽂이에 번호 순서대로 꽂아놔서 책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줘야 가장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 팔 책을 노끈으로 묶어 놓거나 상자에 담아두어 상태를 확인할 수 없으면 제값을 줄 수가 없다.
2. 책을 구입하면 보증서, 부록, CD 등을 잘 챙겨두라. 같은 값이면 구성대로 다 있는 것이 더 잘 팔린다.
3. 중고시세는 새학기 전이나 방학 전에 가장 좋고 6월에 가장 안 좋다. 이때를 이용하라.
4. 직거래를 하고자 한다면 서로 얼굴을 보고 거래하라. 얼굴 볼 수 있는 같은 지역 사람과 거래하는 것이 만약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5. 중간에서 거래를 중재해주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책 상태를 먼저 사진으로 찍어두라. 발송 직전 찍는 것도 방법이다. 단순변심임에도 판매한 쪽에 꼬투리를 잡는 거래자도 있다. 다섯 질 잘 팔고 한 질만 이런 경우를 당하면 중고책방에 파는 것보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