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수내고 맞은편에 위치한 ‘다께야’. 착한 가격에 끌려 찾았지만 친정엄마처럼 반겨주는 최인자 씨와 친정아버지처럼 정이 넘치는 표정의 이평구 씨가 아낌없이 반겨준다. 소박한 ‘다께야’에서는 전쟁 치르듯 정신없이 지내던 일상에 ‘맛깔난 맛’과 ‘살맛나는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벌써 20년, 한 자리에서 맛을 지키는 부부는 힘든 기억보다 70이 넘는 인생에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일에 감사한다고 한다. 부부의 뒤를 이어 가업을 잇는 아들이 있어 매일이 행복하다는 부부. 그들의 즐거운 인생을 들어보았다.
부부가 함께한 일, 소중함도 두 배
1996년 약국을 운영하던 부부는 최인자 씨가 가업을 잇기로 결정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해외여행을 갔는데 세상이 참 넓더라고. 그 넓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느 한 가지 일에 내 자신을 가둔다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져 친정오빠가 하는 우동사업을 함께 하게 되었어요”라며 최 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약사라는 직업을 뒤로하고 야심차게 우동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듬해 닥친 IMF로 체인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체인사업으로 손해도 보았지만 우동을 만들며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육체적으로 고되기는 하지만 이 일을 시작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라며 최 씨는 회상했다. 이후에 아내의 수고를 함께 나누려고 이 일을 시작한 이평구 씨. 음식 만드는 것이 행복하고 가업을 잇고자한 아내의 곁을 함께해준 은근한 사랑에 부러워진다.
약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그만 두고 후회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 웃으며 “후회한 적 없다”고 말하는 부부는 오늘도 희망찬 하루를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직접 육수의 간을 맞추고 주방에서 음식을 내는 최 씨와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이 씨는 70이 넘은 나이라도 일이 필요하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 가득, 살맛나는 우동 집
유명 맛 집을 찾아가도 편안함이 없으면 그 맛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오히려 기분만 나빠지기 마련. 그러나 주변에 큰 회사가 없음에도 ‘나홀로 식사족’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부부의 우동 집은 고향집 같은 편안함이 있다. 혼자 들어서도 언제나 반겨주고 배려해주는 부부로 인해 행복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부부에게는 오래된 단골손님들이 많다. 80~90대의 어르신은 물론 100세 할아버지가 노인정 친구 분들에게 한 턱 쏘러 들르기도 하고 중·고등학생들의 배고픔을 저렴한 가격으로 달래주는 명소이기도 하다. 수내고 1회 졸업생부터 재학생까지 20년 동안 만나온 단골들은 자신의 부모님, 여자친구, 가족들을 소개하러 일부러 들르기도 한다. 또한, 군대 가거나 결혼할 때 인사 오는 단골의 모습은 부부에게 행복을 선물해준다고 한다.
“며칠 전에 단골손님이 꿈에 보이더라고. 건강이 안 좋아져 부모 속도 많이 썩혔는데 몸이 좋아져 얼마 전 결혼을 했어. 분명 다시 유학을 간다고 했는데 꿈에 보이더라고. 그러더니 신기하게 어제 아내와 함께 찾아왔지 뭐야”라며 단골과의 끈끈함을 말했다. 이외에도 장난치는 어린 자녀를 혼냈다고 화를 내고 돌아간 후 다시 찾아와 용서를 구한 손님 등 부부의 기억 속에 함께하는 고객들은 셀 수도 없다.
고객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지난 2004년 뇌출혈로 이 씨가 쓰러졌으나 별 후유증 없이 다시 건강을 찾게 되었다. 이때, 새로 얻은 생명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가격을 반 가격으로 내려 감사의 마음을 고객들과 함께 했다. 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찾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값을 못 올리고 있다는 부부는 착한 가격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했다.
천천히 걷는 걸음이 멀리 갈 수 있어
무엇이든지 빨리 빨리 결과를 보려는 사회구조가 안타깝다는 이 씨. 천천히 걷는 걸음의 소중함을 젊은 세대가 알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또한, 최 씨는 평생직장이 사라진 요즘 불안한 남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미래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 현명한 아내의 역할이라고 덧붙인다.
“우리 집 음식 맛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아요. 아직도 직접 맛을 보고 내서 그러기도 하지만 매일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는 것이 다르지 않아. 별다른 점이 없는 일상이지만 천천히 준비하는 육수에서 맛이 결정된다니까.”
이처럼 꾸준함은 한 곳에서 20년을 지킨 부부의 비결이다. 최 씨는 음식의 색을 중시한다. 색은 음식의 조리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가업을 이어준 아들이 고맙기도 하다. 다가오는 4월에는 신현리에 ‘다께야’ 2호점을 오픈하게 되었다. 멀리 바라보기 위해 여행으로 재충전을 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부부. 그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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