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둘레산길을 걷다 - 1구간(보문산 길)

대전둘레산길 첫걸음을 내딛다 ‘아! 대전이여’

지역내일 2015-03-25 (수정 2015-03-25 오후 4:28:00)


오도산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 아래 도로가 대전남부순환도로다. 바로 보이는 산이 식장산이다.

대전둘레산길을 소개하는 사이트 ‘숲의도시 푸른대전만들기(greencity.daejeon.go.kr)’는 1구간 소개를 이 말로 시작한다. ‘아! 대전이여’ 시루봉에 올라 대전시내를 내려다보면서 나지막이 내뱉었다. ‘아! 대전이여’


대전의 상징 보문산
대전둘레산길 1구간은 보문산공원 청년광장에서 시작한다. 보문산 시루봉과 오도산을 거쳐 금동고개까지 9.3km이다.
1구간은 둘레산길 12구간 중 거리도 짧고 쉬운 편이지만 시작은 만만치 않다. 처음부터 고촉사까지 40도 가까운 경사로를 걸어야 한다. 10여분의 짧은 거리지만 숨이 차오른다.
고촉사는 작지만 알차다. 잠깐 다리쉼을 하며 대웅전 지붕 옆으로 펼쳐지는 대전시내 풍경을 꼭 봐야 한다. 미륵불을 닮은 자연암석도 볼거리다. 또 하나 자연석굴인 나한전 입구 바위천장에 자라고 있는 멸종위기 식물인 고란초도 유명하다.
고촉사에서 보문산 주봉인 시루봉까지 가는 길은 1구간 최고 난코스다. 나무계단길이 계속 이어진다. 넉넉잡고 10여분이면 오를 수 있는 길이지만 땀이 맺히고 다리가 묵직해진다.
보문산은 대전시민들의 추억이 얽힌 산이다. 보문산 녹음은 대전팔경 중 하나이다. ‘보물이 묻혀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산이기도 하다. 대전 사람치고 보문산 한 번 오르지 않은 이는 거의 없다. 학창시절을 대전에서 보낸 사람은 단골 소풍지로 기억한다. 토박이들은 지금은 없어진 케이블카의 추억도 있다. 어린이날 긴 줄을 선 끝에 탄 케이블카는 이제는 기억 속에만 있다.
청년광장을 출발한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시루봉이다. 시루봉 보문정에 오르면 사방이 확 트인다. 계족산을 비롯한 대전둘레산들이 포근히 감싼 대전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잠깐 눈을 돌리면 보문산성 너머로 식장산이 보인다. 그 옆으로 만인산과 남쪽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겹겹이 펼쳐진다. 


이사동전망대에서 바라본 보문산성.

구완터널을 지나 오도산까지
주변 조망과 함께 휴식을 취한 뒤 오도산으로 향한다. 보문사지 갈림길을 지나 이사동전망대에 닿는다. 이사동전망대에서 뒤를 돌아보면 보문산성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보문산성은 해발 402m 보문산 남쪽 산 정상부에 있는 백제 말기의 산성이다. 신라와의 다툼이 치열하던 시기, 이 지역 민초들의 삶을 지켜봤을 것이다. 대전둘레산길을 걷다보면 많은 산성과 보루들을 만난다. 그렇게 둘레산길은 역사를 품고 있다.
이제 한 시간 가량 호젓한 산길을 걷는다. 머지않아 보문산 임도를 지난다. 여기서부터 오도산 초입까지는 대체로 내리막길이다. 쉬엄쉬엄 간다는 생각이 들만큼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기자니 대전남부순환도로가 눈길을 잡는다. 구완터널 위를 지나는 길이다. 이제 슬슬 오르막을 준비해야 한다.
오도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또 다시 가파른 계단길이다. 철도 침목계단길 사이 땅을 다지고 나무 기둥을 박아 만든 계단길은 곳곳이 꺼져 좀 위험했다.
10여분 계단길을 오르면 크지 않은 돌탑이 오도산 정상임을 알린다. 해발 337m이다. 대전남부순환도로의 모습이 멀리까지 시원하게 보인다. 식장산은 산 형태를 완연히 드러내 보인다. 임도가 산허리를 휘감은 보문산은 더 멀어졌다. 남쪽은 만인산으로 향하는 2구간 산길들 너머로 서대산을 비롯해 산줄기가 길게 이어진다. 여기서 간식을 먹으며 좀 길게 쉬었다. 



오도산에서 금동고개 가는 길.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새로운 시작, 금동고개
1구간은 금동고개에서 끝난다. 오도산 정상에서 금동고개까지는 4km남짓.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평탄한 길이다. 마무리가 좀 지루할 수 있다. 만나는 이정표마다 남은 거리를 확인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쯤부터는 버스시간을 가늠해 산행속도를 조절하는 게 좋다. 1구간 날머리인 금동고개에는 30번과 31번 버스가 다니는데 각각 배차시간이 110분과 200분이다. 자칫 시간을 맞추지 못해 버스를 놓치면 낭패다.
막바지 금동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꽤 가파르다. 올라오는 길이라면 땀깨나 흘리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금동고개에 도착했다. 동구와 중구의 경계를 알리는 이정표가 산행의 끝을 알린다. 일행들과 함께 충분히 쉬며 걸어 4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1구간 날머리 바로 길 건너편이 2구간 시작점이다. 과수원 사이로 오르는 길가에 소나무 세 그루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 서 있다. 관심 갖는 이 드물어도 수령 200년 이상 된 보호수다. 대전둘레산길은 이렇듯 끝과 시작이 맞물려 크게 대전을 감싸고돈다. 다음 달 2구간 산행을 기약하면서 마침 도착한 3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윤덕중 리포터 dayoon@naeil.com


- 구간 보문산 청년광장-고촉사-보문산 시루봉-헬기장-보문사지 갈림길-구완터널 상부-오도산-철탑-금동고개(9.3km)
- 교통편(출발점) 버스 618, 317, 311 / 한밭도서관에서 하차(청년광장까지 10분 정도 거리)
- 교통편(도착점) 버스 30, 31 / 장척동(대전역, 서부터미널, 낭월동 차고지 방향)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한밭벌 둘러싼 12구간 명품 트레킹 코스, 330리를 잇다


대전은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대전의 상징인 보문산을 시작으로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금병산 갑하산 도덕봉 빈계산 구봉산 등이 아늑하게 대전을 감싸고 있다.
10여 년 전 대전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 산길을 이었다. 대전둘레산길이다. 대전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가꾼 소중한 길이다.
대전둘레산길은 330리(133km)에 걸쳐 예부터 들이 넓고 커서 ‘한밭’이라 불린 대전을 굽어보고 있다. 이 길을 12구간으로 나눴다. 한 구간은 하루 등산에 알맞은 9~13km이다. 각 구간은 등산 시간이나 방향에 따라 계절별로 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며 등산객을 맞이한다.
대전세종 내일신문은 3월 22일 1구간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매달 한 구간씩 대전둘레산길 12구간 걷기 ‘대전둘레산길을 걷다! Walking in the Daejeon!’ 시리즈를 시작한다.
아무쪼록 대전둘레산길의 아름다움과 길을 타고 면면히 흐르는 대전의 이야기가 대전시민들에게 오롯이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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