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초대석 - 허태정 유성구청장
“원자로 재가동 검증, 주민 참여 보장해야”
원자력연구원 원자로 ‘하나로’ 가동 중단 … “공개 않은 것은 사실상 은폐”
“가동을 중단한 게 지난해 7월인데 8개월 넘게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은폐입니다. 시민들의 안전보다 자신들의 보안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부터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알려진 원자력연구원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의 가동중단사태 때문이다. 유성구에 위치한 하나로는 지난해 7월 일부 건물벽체의 내진기준이 미달한 것으로 드러나 가동을 중단했지만 지난 19일에서야 관련 사실이 국회 자료 제출과정에서 알려졌다.
허 구청장은 “대전시조차 중단사태를 모르고 있었다”며 “이 같은 일이 발생하니까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구청장은 “이 같은 상황에도 하나로가 연구용이라는 이유로 다른 지역에 대부분 있는 원자력안전협의회도 없다”면서 “하나로는 대도시 한복판에 있는 만큼 내진기준을 대학병원(리히터 규모 7.0)보다 낮은 6.5에서 일본 기준인 7.0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는 3만 드럼이 넘는 방사선 폐기물의 처리와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도심 한복판에 있는 대전지역 폐기물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로가 내진기준 미달로 가동이 중단됐다. 현재 유성구에서 파악하고 있는 현황을 설명해 달라.
국회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후쿠시마 사고 후속조치 검토보고서’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하나로 원자로 내진설계가 기준에 미달하는 것을 발견했다.
원자력연구원에서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연구용원자로 하나로의 건물 및 굴뚝 내진성능평가를 했고 그 결과를 2014년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 자료에서 외부 건물벽체 전체 면적의 4.8%가 내진설계기준 0.2g(리히터 규모 6.5)를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내용이 지난 3월 19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민들이 알게 됐고 그동안 정부와 원자력연구원측에서는 이 사실을 유성구는 물론 대전시와 주민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쉬쉬해왔다.
이어 곧바로 원자력연구원 측에서도 해명자료를 냈는데 연구원측에서는 건설 당시 기술기준과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측정 기술력이 향상됨에 따라 내진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을 발견했고 현재까지 이상없이 가동됐다고 주장하며 올 11월까지 보강공사를 통해 12월 중에 재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진기준의 상향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 하나로의 내진기준 리히터 규모 6.5는 40여 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를 건설할 때 설정된 기준이다.
이는 일본 기준인 7.0과 우리나라의 대학병원 기준인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우리 유성구는 대도시 한복판에 있는 곳이다. 내진기준을 더 높여 일본 기준에 맞춰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불투명한 행정으로 유성구는 물론 대전시조차 가동 중단사태를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지역주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국가 안보나 필수적인 보안이 요구되는 사안이 아닌데도 8개월 넘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은폐에 가깝다. 시민들의 안전보다 자신들의 보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국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원자력의 안전성만 일방적으로 강조했지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대책을 분명하게 밝혔다면 지금과 같은 비난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상의 해결책은 ‘투명성’이다. 정부는 원자력 업계의 이익보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연구용 원자로’는 제도 자체가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이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시민들에게 자료가 공개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발전소용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제도를 하루빨리 법제화해야 한다.
■시민단체에선 주민 지자체 등이 하나로 재가동 결정에 공동검증단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이번 사태는 단순히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물론 원자력연구원측이 해명한대로 내진기준에는 미흡하지만 20년간 문제없이 사용해 온 것이 맞다. 하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는 일본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에서 보듯이 하나로를 포함한 원자력 관련 시설 관리는 중요하다.
특히 이번 사태는 33만 유성구민은 물론 153만 대전시민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 해결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나로는 연구용이라는 이유로 다른 지역에 있는 원자력안전협의회조차 없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정부 차원의 원자력안전협의회 설치와 각종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
연구용 시설도 고리나 월성과 같이 법적으로 감시기구를 설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감시기구에는 해당 지자체는 물론 주민들이 포함되는 폭넓은 협의체로 구성해야 한다.
역할도 단순히 자문이 아닌 심의·의결권을 갖는 사실상의 권한을 부여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하나로는 그동안 연구용이라는 이유로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돼 왔다. 실제로 지난 1989년 원전 주변지역 지원법률 제정 이후 지난해까지 경북 등 원전주변지역에 2조3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지원됐는데 우리 지역은 철저히 지원에서 소외받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원자력연구원에 임시 보관 중인 방사성 폐기물도 조기에 처리하고 이전과정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대전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지 등에 핵연료 4.2톤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3만98드럼이 있다. 이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부지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더구나 ‘고성능다목적’ 원자로인 하나로는 연구용 원자로로는 세계 10대 규모에 해당한다. 또 한전원자력연료는 이미 가동 중인 1, 2공장에 이어 제3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용 시설이라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잘못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력 시설을 주민 거주지역에서 안전한 거리로 이전하고 보관중인 방사능폐기물은 영구처분장소인 경주 방폐장으로 즉각 이송해야 한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은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다. 더 이상 경제성장을 앞세우며 안전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중앙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똑바로 인식해 법적인 장치를 제도화해야 하며 이에 걸맞는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