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사람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궁금하니?

전곡선사박물관과 선사유적지

주먹도끼 만들기, 막집 짓기, 고기 구워먹기 등 체험 풍성

지역내일 2015-03-19

역사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긴 시간에 대한 개념을 잡는 것이다. 먼지가 쌓여 토층을 형성하는 그 긴 시간을 이제 갓 10년 남짓 살아온 아이들이 가늠하기란 쉽지 않은 일. 구석기와 신석기가 헷갈리고 청동기와 철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확실하게 시간을 느끼게 해주는 법은 바로 온 몸 감각을 이용하는 것이다. 추위를 피해 막집을 짓고 돌을 쪼개 주먹도끼를 만들어 사냥하면서 배우는 선사시대. 원시인이 되어 석기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곡선사박물관 만한 곳이 없다. 이제 5학년 역사공부를 시작하는 딸과 함께 연천 전곡리로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유물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인류의 위대한 행진
안산에서 아침 일찍 전곡선사박물관으로 출발했다. 2시간 남짓 이동하면 한탄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거대한 지렁이 모양을 한 전곡선사박물관이 나타난다.
전곡선사박물관 2층 전시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이 전시되어 있다. 최초로 직립 보행을 시작한 700만년 전 ‘투마이’부터 1만년 전 만달인까지 14개체의 화석인류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복원 전시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원시인류 ‘투마이’는 유인원과 다른 뚜렷한 특징을 가졌다. 그것은 바로 두개골과 척추뼈를 연결하는 ‘후두공’의 위치. 이 후두공이 두개골의 뒤편이 아니라 아래쪽에 위치해 원시인류가 유인원과 달리 직립보행을 했다는 증거가 된다. 직립보행으로 손이 자유로워진 원시인류는 손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뇌의 용량이 커지며 점점 진화하게 된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원시인류는 두발로 걸어 해안선을 따라 멀리 한반도까지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추위와 굶주림을 피해 걷고 또 걸었던 인류의 조상. 그들은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한 결과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로 진화했다. 한반도에서 약 70만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우연히 발견한 ‘주먹도끼’ 고고학 정설 뒤집어
한탄강변 작은 마을인 전곡리가 한반도 고고학의 중심이 된 것은 그렉보웬이라는 한 미군병사 덕분이었다. 고고학을 공부하던 그렉보웬은 학비마련을 위해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중 우연히 이곳에서 데이트를 하다 주먹도끼를 발견했다. 1978년 당시 고고학에서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유럽과 서아시아에서만 발견돼 주먹도끼 문화권과 찍개 문화권으로 나누는 학설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끝인 한반도에서 좌우 대칭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되면서 기존의 고고학 정설이 뒤집어졌다. 인류 진화가 그러하듯 전곡리 주먹도끼의 발견도 우연과 필연의 결합으로 이뤄진 셈이다.
그 후 전곡리는 30년 동안 17회 이상 발굴조사가 진행 6000여점의 석기가 발견되는 등 우리나라 선사유적의 중심지가 됐다. 지금 이곳엔 석기 전시와 석기시대 체험이 이뤄진 전곡선사박물관과 토층전시실이 있는 선사유적지가 조성되어 있다.


다양한 체험으로 느끼는 선사시대
기록이 아닌 유물로만 전해지는 선사시대. 주먹도끼와 불에 그을린 자리, 몇 조각의 뼛조각으로 전해지는 선사시대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그들이 남긴 유물로 직접 체험해보는 방법 밖에 없다. 때문에 전곡선사박물관에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은 막집짓기, 창 던져 사냥하기, 주먹도끼 만들기 등 원시인처럼 생활하는 원시체험프로그램과 고고학자가 되어서 발굴을 진행하는 발굴체험으로 이뤄져 있다. 발굴체험은 토층에서 구석기 유물을 찾아내는 것과 화석인류를 관찰해서 그들의 생활상을 추측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몇 개의 체험으로 선사시대를 맛본 후 더 생생한 원시체험을 위해 선사유적지내 선사체험마을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직접 토기를 만들고 석기로 고기를 잘라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워먹는 바비큐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구석기인으로 살아본 아이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불편하지만 재밌었다”였다. 온가족이 함께 선사체험을 하고 싶다면 전곡선사박물관은 1박2일 가족캠프 프로그램에 참가해도 좋다. 이 밖에도 선사시대 다양한 생활상을 한자리에 모아 축제로 진행하는 선사축제에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사축제는 오는 5월 1일부터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진행된다.


구석기 체험안내 (온라인 접수)
체험명 : 가죽옷 만들기
진행기간 : 04/04~11/28 매주 토요일
참가비 : 7000원
장소 : 전곡선사박물관 실내 교육실


체험명 : 선사시대 가족캠프
진행기간 : 매월 1회 토요일~일요일(온라인 공지)
참가비 : 1가족 10만원(3,4인) 11만원(5인)
장소 : 전곡선사박물관


체험명 : 야외체험(막집짓기, 사냥체험, 발굴체험)
진행기간 : 1~12월 매일 3회 운영
참가비 : 무료
장소 : 전곡선사박물관 야외체험장


체험명 : 구석기 바비큐 체험
진행기간 : 9월부터 3월까지
참가비 : 2000원
장소 : 선사유적지


체험명 : 구석기 만들기 체험(장신구와 와당)
진행기간 : 연중
참가비 : 개당 2000원
장소 : 선사유적지 토층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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