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관내 54개 초등학교 중 10여개 학교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고 2주가 지난 시점에서 반을 재편성했다. 해마다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 다시 진행하는 반 편성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학생과 교사에게 적잖이 불편함을 주거나, 혹은 형편상 꼭 진행해야할 절차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안산 지역 초등학교들은 어떠한 기준과 어떤 절차를 거쳐서 반을 편성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을 현직 교장·교감과 ‘안산 교육지원청’ 반 편성 담당자의 입을 통해서 들었다. 인터뷰에는 안산 양지초 정병균 교장·광덕초 조길현 교감이 응해주었고, 안산교육지원청에서는 백동호 주무관이 도움을 줬다.
“왜 반을 바꾸는 거예요?”
올해 관내 초등학교는 3월 2일에 대부분 개학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지난 2월 봄방학 때 배정 받았던 새 반과 담임교사를 만나 한창 적응기간을 보내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배정받은 반을 뒤집고 다시 편성하는 반 재편성이 실시됐다. 반이 재편성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주. 학생들은 3주차가 되는 16일에 본인 사물함과 책을 정리해서 새 담임과 교실을 찾아 이사를 해야 했다. 양지초 정병균 교장의 말이다.
“우리 학교는 이번에 28명이 전학 왔다. 이 과정에서 2학년이 반을 재편성했다. 그 결과 학급 수는, 학급 별 인원은 줄었다. 앞으로 학생들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지만, 그로인해 다시 적응기를 보내게 됐다. 학교에서도 되도록 빠르게 일을 진행하고 싶지만 여러 절차상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아직 어린 2학년들은 “그동안 선생님도 좋아졌고, 친구들도 벌써 사귀었는데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게 서운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사실 이 학생들은 도대체 왜 학교를 다니다가 반을 옮기는지 알리가 만무하다. 명확한 이유를 모르는 것은 학부모들도 마찬가지. 그저 궁금증과 불만이 생길 뿐이다. 이쯤해서 경기도교육청 2015년 초등학교 지침서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봤다.
1월말 1차 반 편성, 3월 5일 2차 반 편성 진행
도내 초등학교 반 편성은 교육지원청을 거쳐 경기도교육청의 허가를 통해서 이뤄진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초등학교 1차 반 편성을 1월중 진행했다. 안산은 1월22일에 1차 반 편성을 실시했다. 그런데 이것은 가편성. 전입생을 포함한 본 편성은 날짜가 뚝 떨어진 3월 5일에야 하고 있었다. 이점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안산 교육지원청 백동호 주무관에게 물었다.
백 주무관은 “학생들 대부분이 전입하는 시기가 3월2일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학생을 포함한 재편성 서류를 2일부터 4일까지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3월5일을 기준일해서 재편성 허가를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3월이 되면서 갑자기 복잡하고 빡빡하게 느껴지는 일정. 다시 요약정리를 해보면 학교는 2일부터 다시 반 편성서류를 내고 5일까지 기다렸다가 9일에 신규교사를 발령받고 신규 교사들은 다시 일주일을 기다렸다가 16일에 근무를 시작해야 한다. 어찌됐든 간에 학교는 무조건 2주를 기다려야하고 결국 학생들은 반이 편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학을 해야 하는 다소 어리둥절한 시스템이다.
말 많은 반 재편성, 학생들 혼란 최소화가 관건
그렇다면 도교육청 지침에는 반하지만 애초에 전입 예상인원을 포함하여 반을 편성하면 어떨까? 이에 대해서 양지초 정병균 교장은 “교육청에서는 학생인원수에 맞춰서 예산을 편성한다. 이때 예측 인원으로 반을 편성했다가 인원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국고가 낭비된다. 사실 이 문제를 놓고는 답답하기는 모두 마찬가지다”라고 답했다.
학부모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는 학교도 있었다. 전입은 되도록 2월 20일 이전에 진행해달라는 것. 그것이 반을 재편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전입 가정이 날짜를 맞추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한편 재편성을 미리 전체 공지한 학교도 있었다. 6학년을 재편성한 광덕초등학교가 그곳이다. 광덕초는 반 재편성 건을 놓고 학부모회들이 다수결 투표를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찬성 80%로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었다. 광덕초 조길현 교감의 말이다. “학교입장에서는 3월 5일 이전에 와준 전입생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 학생으로 인해서 반이 증원됐고 학급당 인원은 31명에서 25명으로 줄었다. 물론 기다리는 2주가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남은 1년여를 위해서 잘 참아주었다.”
사실 들어보면 제각각 볼멘소리를 하는 이 상황에서 과연 반 재편성을 줄이고 재편성을 하더라도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반 편성과 신규 발령을 조금 서두르는 일은 과연 누구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일까? 다만 학부모들은 도교육청과 학교, 학부모에게 어떤 역할이 남든 학생들의 혼란은 최소화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개선하기를 바랄 뿐이다.
한윤희 리포터 hjyu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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