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
양천구 신정동 이펜하우스 아파트 3단지 주변, 으슥한 밤에 되자 아파트 주변에 야광조끼를 입은 순찰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짝반짝 경광등을 손에 들고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며 순찰을 돌고 있는 이들은 신정동 이펜하우스 3단지 지킴이 자율방범대 대원들이다. 마을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주민들 스스로 방범에 나선 대원들을 만났다.
아파트 주변 으슥한 곳, 접수 완료
신정 이펜하우스 3단지 지킴이 자율방법대(이하 자율방범대)는 지난 2012년 아파트 입주와 함께 창단됐다. 자율방범대 대장을 맡고 있는 이동진 대장은 “신정 이펜하우스 아파트는 3단지부터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입주를 하고 보니 아파트가 산 밑에 위치하고 있고 조명시설도 설치가 덜 돼 있어 불안해하는 주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마을은 우리 스스로 지켜보자’는 생각을 가진 주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자율방범대를 창단하게 됐습니다.”
창단 멤버는 30명. 회원들 대부분이 남자일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모집을 하고 보니 남자 16명, 여자 14명일만큼 여성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시간이 갈수록 매일 저녁마다 방범을 돌아야하는 것에 힘겨움을 느낀 대원은 차츰 정리가 되면서 현재는 20명 중 7~8명이 순번을 정해 매일 밤 순찰하고 있다.
회원들의 대부분은 40대지만 64~5세로 최고 어르신인 최순옥 대원, 전명숙 대원, 이종례 대원을 비롯해 제일 나이어린 35세 김영현 대원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아파트 주민을 위해 순찰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야간 순찰, 범죄 예방에 큰 효과
자율방범대 대원들은 월~금요일까지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아파트 주변은 물론 지하 주차장, 아파트 앞에 있는 신은초등학교, 수변공원 등을 중점적으로 매일 밤 순찰을 돈다. 이동진 대장은 “3단지 순찰을 도는데 2시간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이 창단회의 때 결정됐다”며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사정상 11시까지로 정했다”고 설명한다.
대원들이 순찰을 돌 때는 꼭 제복을 갖춰 입는다. 초대회장을 맡았던 홍영수 대원은 “제복을 맞춘 이유가 보여주기 위함도 있다”며 “우리가 이 시간에 항상 제복을 입고 순찰을 도니까 알아서 조심하라는 예방효과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밤늦은 시간 여성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고 밤늦게 배회하는 학생들이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독려하는 것이다. 때로 순찰을 돌다 담배를 피우는 중고등학생을 발견하곤 하지만 징계가 아닌 선도가 목적이라 귀가 조치시키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는 경찰에 바로 연락해 싸움이 나지 않도록 한다.
순찰을 돌 때는 대원들만의 수칙이 있다. 정윤식 대원은 “2명씩 짝을 이루어 질서를 지키며 걷되 주민들과 만났을 때는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한다”며 “제복을 입고 어깨에 힘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주민끼리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 설명한다.
안전한 마을이 안전한 가정을 만든다
이들의 슬로건은 ‘안전한 마을이 안전한 가정을 만든다’이다. 동네를 지키는 것이 곧 내 가정을 지키는 것이라 대원들은 생각한다. 김영현 회원은 “마을을 지키는 것이 초등학교 3학년과 7살인 두 딸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직장 다녀온 후 저녁에 쉬지 못하고 나와서 힘들 때도 있지만 우리 딸들을 위해서 봉사한다”고 전한다. 나근웅 대원은 “방범대 활동을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며 “저녁에 2시간 운동 삼아 도는 순찰이 동네 치안 예방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자율방범대 활동 때문인지 이펜하우스에는 3년 째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대원들은 스스로 행복하고 안전한 마을을 만들었다는 자부심도 강하다. 최숙 대원은 “순찰을 돌다 어두운 곳은 아파트 관리실에 조명등 설치를 권하기도 한다”며 “대원들이 힘을 합쳐 아파트를 위해 봉사한 결과 3년 간 범죄가 발생하지 않은 청정마을이 됐다”고 강조한다.
순찰 활동이 대원들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남수범 회원은 “자녀들에게 봉사에 대해 가르쳐주고자 방학동안 청소년 방범대를 구성해 함께 활동했다”며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봉사를 배우고 더불어 부자간 친밀도가 더 높아졌다”고 자랑한다.
대원들에게 위기도 있다. 초창기 퇴근 시간이 늦다보니 헐레벌떡 달려와 순찰에 합류하는 일이 다반사. 게다가 항상 제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엔 추워서 힘들었다. 그래도 마을을 지킨다는 일념 하나에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대원들. 올해 새로운 계획으로 주민을 만날 것을 약속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미니인터뷰
이동진 대장
“3년째 자율방범대가 활동을 하다 보니 신정 이펜하우스가 범죄가 없는 마을이 됐습니다. 올해는 여성 안심 귀가 동행서비스, 소방대와 연계해 심폐소생법을 배워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방범대의 활동을 더 넓힐 계획입니다.”
남수범 부대장
“방범대 활동이 곧 우리 아이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민들, 특히 어르신들이 칭찬을 많이 해줄 때 힘이 납니다. 항상 늦은 퇴근에 헐레벌떡 달려오지만 함께 활동하는 대원들이 있어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항상 대원들에게 감사합니다.”
최숙 총무
“유일하게 창단 멤버이자 여자 대원입니다. 처음에 순찰을 돌 땐 남자 대원들과 보폭을 맞추기도 어려웠고 밤길이 무섭기도 했지만 같이 활동하다보니 용기도 생겼습니다. 큰 수술도 받아 건강하지는 않지만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참여할 것입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