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짱!-영복여자중학교

같은 눈높이, 즐거운 발맞춤, 학생과 교사의 행복한 동거!

지역내일 2014-11-10 (수정 2014-11-10 오후 11:31:15)

2012년 10월5일, 영복여중 중앙 현관 벽면엔 노란 색의 포스트잇이 물결쳤다. 교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학교.’ 그 결과 교사는 ‘소통’을, 학생은 ‘자치문화활동’, ‘의견존중’ 등을 행복한 학교의 기준으로 꼽았다. 그리고 그해 12월, 혁신학교 영복여중의 교육목표가 됐다. 구성원 모두 각자의 꿈들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을 만드는 것, 2014년 영복여중(교장 이정희)은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1 교사 간담회_ YB카페 오전8시20분. 담임교사가 모여 활발한 토론을 이어간다. 11월의 주제는 학교 교육 목표에 관한 것들로, 교사들 간의 혁신 마인드도 공유하고, 짧은 시간 가운데서도 각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오고간다. 매월1회 요일에 따라 학년별로 운영된다.
#2 창의지성 교육_ 3학년 영어시간. 학생들은 레벨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읽기능력에 맞는 영어원서를 읽는다. 일명 RIY(Reading in Youngbok). 이를 위해 수준별 영어원서를 다량 구입해서 도서관에 비치해두었다. 매주 1차시마다 이뤄지는 도서관 연계 수업이 진행됐다.
2학년 교실의 또 다른 영어시간, 역사과와 융합한 영자신문만들기 프로젝트 수업이 한창이다. 여학생들 아니랄까봐 예쁜 글씨와 그림으로 제법 심도 있는 신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3 사랑품기_ 방과 후, 교실에서 고소한 냄새가 새어나온다. 학습능력이 부족하거나 가정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이 모여 선생님과 1~2주에 한번 정도 만나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그동안엔 영화감상, 기차여행, 대학탐방 등의 활동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선생님과 꽤나 친숙한 듯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요리하는 내내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4 학급별 활동 강화_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에서 자전거 탄 풍경이 펼쳐진다. 돌아오는 금요일에 있을 친구들과 담임선생님과의 자전거여행, 코스는 영복여중-이목동 해우재. 그 덕에 자전거를 못타는 학생들이 디데이를 위해 틈틈이 자전거를 배우는 중이라고. 3학년 이수빈 양은 벌써부터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또 어느 반은 학교에서의 야영을 준비한다. 오늘도 날이 새도록 이어질 친구들과의 수다, 피곤해도 그 재미에 캠핑이 즐겁다. 




‘우리 선생님이 180도 달라졌어요!’ 선생님과의 소통확률 100%
▷선생님과의 거리 Zero_ ㄷ자형 책상배열은 선지원(3학년) 양이 느낀 가장 큰 변화였다. 선생님이 모둠별로 구석구석 돌아다니니까 자연스레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교탁 위에서 내려오시고, 마이크도 사용 안하시니까 희한하게 선생님이 가깝게 느껴지는 거예요. 교탁 위에 계실 땐 어렵고 멀게만 생각됐는데…, 교무실도 스스럼없이 들락거릴 만큼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수업시간 중 모르는 문제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도 꼼꼼하고 성실해졌다. 예전 같으면 그냥 모른 채 무심하게 지나갔을 일이었다. 아이들에겐 단언컨대 싫은 선생님이 하나도 없단다. 교사들도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피드백을 받길 원한다는 장우석 교육혁신부장이 이런 아이들을 향해 살포시 미소 짓는다. 
“교육목표를 만드는 데 수많은 시간이 소요됐어요. 말 잘 듣는 아이보다 자신의 말을 잘할 수 있는 아이로 만들자, 수업 안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없도록 한명 한명에게 집중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죠. 친절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바람에도 부응해야 했고요.” 무조건 무한칭찬 등 평소 안하던 행동을 하면서 선생님 자신도, 아이들도 낯설고 오글거리는 고비는 있었지만, 이젠 그것이 오랜 습관처럼 익숙해졌다.

 

▷실력향상,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기초학력 미달 Zero_ 교과서도 과감하게 버렸다. 우리가 왜 교과서를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물론 깊었다. “지난 한해는 이렇게 수업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많은 힘이 들었다”고 장 교사는 회고한다. 여러 형태의 공개수업은 물론 선생님들 간의 협력, 협동, 배움 등이 이뤄졌다. 국가에서 최소한 배워야 할 것들을 토대로, 입시에 나오는 기본사항은 가져간다는 전제하에 대부분의 과목에서 교과서가 재구성됐다. 국어에서 읽기능력을 키우는 단원이라면 기존의 지문 대신 여학생의 흥미에 맞는 다른 지문을 가져오는 식이다. 도덕에서의 토론 배틀, 역할극 놀이, 영어수업에서 영어원서읽기 혹은 수학과 도덕의 융합수업 등 다양한 창의지성 교육들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모둠별로 멘토-멘티를 정하는가 하면, 모둠을 이룬 아이들에게 기록이, 나눔이, 안음이 등의 역할을 부여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도록 했다. 물샐 틈 없는 수업과정이다. 그 결과 지난 6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3학년 국어, 영어에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0명으로 나타났다. 가정환경 등 여러 여건 상 학교 의존도가 높은 영복여중으로선 고무적인 결과였다.


          
안주하지 않는 영복여중, 혁신의 필요성으로 달리고 달려라! 
혁신학교를 준비하는 중에 가진 교장과 평교사와의 문제점 토론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자만’, ‘착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정말 밑에 있는 것까지 드러나면서 지금까지 만족했던 삶에 왜 혁신이 필요한지를 깨달았다. “오픈마인드를 가진 이정희 교장선생님의 진두지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장 교사는 강조한다. ‘사랑품기’라는 프로그램도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기본욕구를 채워주고, 자존감을 높여줌으로써 소외된 아이들이 한 명도 없게 하겠다는 교육취지와 일맥상통한다. 앞으로의 영복여중은 또 어떤 모습일까. 
“사립이라는 특성 상 혁신학교의 목표에 대한 공유가 충분히 지속적이고, 누수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죠. 선생님들의 오랜 직장이니만큼 변화와 혁신에 늘 발맞춰야 한다는 생각들도 분명하고요. 그런 장점들을 살려 향후 결정에 있어 교사 민주주의, 학생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지역공동체와 더불어 아이들을 키워나가는 법을 모색할 생각입니다. 자유학기제도 추진할 예정이고요.”  




생기발랄한 영복여중의 아이들이여,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혁신학교 이전부터 영복여중의 오랜 전통이랄 수 있는 추석절 행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됐다. 전교직원과 전교생이 한복을 입고, 송편빚기, 제기차기, 윷놀이 등 각종 민속놀이를 투어하면서 우리의 문화를 오감으로 익혔다. 중학교에선 찾아보기 힘든 진풍경이었다. 이뿐인가, 배드민턴, 피구, 얼티미트, 플로어볼, 스피드스태킹 등 스포츠클럽 활동은 수원시 각종대회에서 1등을 석권할 정도로 실력이 상당하다. 우수 학교스포츠클럽으로 인정받아 수원교육지원청의 지원도 받고 있다. 플로어볼을 배우는 수빈이는 스포츠클럽 시간을 가장 기다린다. 그래서 인터뷰 내내 엉덩이가 들썩댄다. 공부하며, 놀며, 즐기며 바쁜 학교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덧 3학년. 수빈이와 지원이는 아쉬워하며,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모은다.
“선생님, 졸업하기 싫어요. 우리 유급시켜주시면 안돼요?”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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