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이의 재능이건 잃어버릴 여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단 한명의 학생도 포기할 수 없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교육선진국, 핀란드의 교육 모토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성적순으로 주인공과 조연을 맡고 나면 모두가 관람객이 되어야 하는 나라. 혹여 공부에 방해라도 될라치면 문제아로 취급해버리는 냉혹한 현실 속에 핀란드의 모습은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아이들과의 수업을 통해 치유가 된다는 선생님.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믿어준 선생님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학생들. 이들의 보금자리인 전교생 14명의 작은 학교, 횡성의 서원중학교를 소개한다.
학생과 교사 함께 하는 배움이 있는 곳
횡성 읍내에서 차로 약 20분을 더 달려 서원면에 자리 잡은 서원중학교. 이곳의 아침은 매일 도서관에서 시작된다. 전교생과 선생님이 모두 모여 차 한 잔 마시며 원하는 책을 읽는 평화로운 도서관 풍경.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됐고, 발표력과 표현력도 날로 발전해 이제는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아올 정도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이 아침독서 활동을 김순걸 교장 선생님이 직접 주관한다는 것. “학교는 배움이 있는 곳이고, 배움은 선생님과 학생이 같이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학교는 배움의 공동체이지요.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작은 학교에서 더 알찬 만남, 큰 배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작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교직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더 많다고 해야겠지요.”
실제로 작년 9월에 전근 왔다는 함선순 국어교사는 하루하루 아이들을 만나면서 마음이 충만해진다고 했다. “아이들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따뜻함과 진지함이 느껴졌어요. 아이들과 수업 시간의 만남을 통해 치유가 되는...... 그런 기쁨을 교사로서 느낀다는 것, 사실 생각지도 못했었어요. 지금은 정말 이 아이들한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모두가 주인공인 작지만 강한 학교
전교생 14명의 서원중학교는 여러모로 작지만 강한 학교다. 별도의 운동부 없이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운영하는 탁구와 펜싱은 그 실력이 도내 최고 수준. 펜싱의 경우 지난 전국체전에서 8강까지 진출할 정도다. 모든 학생들이 탁구와 배드민턴을 기본으로 익혀 1인 1스포츠 이상을 즐기며 체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교과과정 역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으며, 기초가 중요한 과목의 시수를 늘려 맞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작은 학교로서 개별화 수업도 철저히 이루어져, 영어와 수학 학습이 부진한 경우 학교에 배치 된 인턴교사가 1대 1로 학생 옆에서 함께 지도해준다. 한상미 연구부장은 “우리 학교에는 느리게 가는 학생은 있을지 몰라도 영구 부진학생은 없다”며 한명도 놓치지 않고 모두가 함께 가는 것이 작은 학교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학교 임원을 모두가 돌아가면서 하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장기자랑을 하는 학교. 부끄러움을 타는 친구가 있으면 함께 손잡고 나와 같이 노래를 불러주는 학생들이 있고, 모든 교사가 14명의 담임이라고 할 만큼 학생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 알고 응원하는 선생님이 있는 학교. 이현정(16) 학생은 “지난 3년간의 학교생활이 너무나 행복했다”며 모두가 가족 같은 존재로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학교가 희망이다.
서원중학교는 강원도지정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모델학교 겸 디지털 수업 연구학교다. 주변의 시선을 많이 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내실 있는 운영이 기대되는 학교이기도 하다. 원래 서원면의 서원초등학교 졸업생만 입학 할 수 있도록 배정되었으나, 작년부터 공동학군으로 묶이면서 서원 소재 초등학교는 물론 횡성읍의 횡성초등학교와 성북초등학교 학생들도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청소년 자살률 1위, 경쟁으로 치닫는 교육 현실, 공교육의 위기라는 어두운 현실에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작은 학교. 서원중학교 김순걸 교장은 작은 학교가 공교육의 희망이라 말한다. “학교의 본분은 배움입니다. 그 배움을 선생님과 아이들이 같이 할 때 행복이 솟아납니다. 작은 학교는 그런 배움이 풍성한 곳입니다. 선생님과 아이가 손을 잡을 수 있고, 두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작은 학교입니다. 앞으로 더욱더 많이 작은 학교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문의 342-8014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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