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만난 사람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대견한 친구들 이야기

“젊은 명장(名匠), 내 꿈에 시동을 걸자”

지역내일 2014-10-30

1903년 고종황제 즉위 40주년 기념으로 한국 땅에 처음 들어온 자동차. 11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는 약 1980만대이다. 인구수에 비교해본다면 약2.59명중 한사람이 자동차를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자동차생산국이며 자동차 무역액은 1조원을 넘는다.
이런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실습하고 배우는 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기자동차는 언제 실용화될지? 미래형자동차는 과연 어떤 모습인지? 학생들은 어떻게 입학을 했는지? 여러 궁금증을 안고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를 찾았다.
안산 시민들이 자주 찾는 물왕리 저수지에서 광명시 쪽으로 10분 거리에 경기자동차과학고가 있다. 수도권지역에서 처음으로 자동차에 대한 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에서 올해 18세인 두 청소년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새싹 창업경진대회’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로 미국연수 기회를 얻어낸 두 사람. 구체적인 자신의 꿈을 현실로 갈아 끼우는 기특한 이야기이다.

경자고


멋진 차보다 소소하고 실용적인 디자인
자동차디자인과 2학년 정세한 군은 전라도 광주에서 온 친구이다. 먼 곳까지 공부하러 온 이유는 자동차가 좋고, 디자인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곳은 대부분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모인 학교이다. 중학교 때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의 권유로 오게 되었다.”
정 군은 크고 멋진 차보다 소소하고 서민적인 차를 디자인하고 싶다고 한다. 실용적인 디자인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란다. 말이 없고 수줍음을 타는 정 군이 자동차 이야기를 할 때는 매우 단호했다. 정 군은 “자동차는 편리하게 즐기고, 개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와 지위를 표현하는 문화는 개선되어야 한다”며 “수입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니, 밀리지 않도록 국산차에 대한 연구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덧 붙였다. 정 군의 꿈은 돈을 벌어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하고 공부를 다시 하는 것이란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 일하는 것이 곧 공부하는 것이고  그러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정 군. 정 군을 만나니 졍기자동차과학고가 한층 새롭게 보였다.


명장(名匠) 초청하여 기술 전수
자동차과 2학년인 권우현 군의 꿈은 자동차 레이싱선수이다. 중학교 때 레이싱선수인 형을 따라 경기장에서 자동차경주를 보고 너무 멋지다는 생각에 이 학교를 지원했단다.
권 군은 “한 선수가 한 대의 차로 완주하기 때문에 정비는 기본이다. 내가 수리한 차를 직접 타기 때문에 불편함을 빨리 알아채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고칠 수 있다”며 레이싱과 자동차 정비기술의 조화를 잘 설명해 주었다.
권 군은 경기자동차과학고를 선택한 것과 학교의 수업방식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1학년 때는 인문계 과목 수업이 많고, 2학년이 되어 자동차에 대한 전문 기술을 배운다. 자동차설계실습실을 비롯하여 좋은 실습장이 많아 실습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또 교사의 특별한 노하우를 또 배울 수 있어 더욱 좋다.”
실제로 이 학교에는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특별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명장(名匠)을 초청하여 기술과 작품을 전수하는 것이다. 강금원 자동차 명장은 대한민국의 열손가락 안에 드는 정비업계의 대가이다. 명장이 직접 수업을 하니 장인(匠人)정신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지 않겠는가.


컴퓨터와  IT기술에 자동차까지
경기자동차과학고에는 자동차과, 자동차IT과 그리고 자동차디자인과가 있다. 특히 자동차IT는 2009년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개설된 학과이다. 자동차IT를 지도하는 강한수 교사는 국내 유명한 자동차 회사의 개발과 연구에 참여했던 실무경험도 있다.  강 교사는 “이제 자동차 부품은 전자식으로 교체되고 있다. 컴퓨터나 전자장치의 이해, 제어하는 기술이 필수이다. 교과내용이 좀 어렵지만 열심히 배우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실습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컴퓨터와  IT기술을 함께 배우면 어디서든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취업률인데, 2013년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 BMW를 비롯해 대부분이 공기업과 외국계 취업을 했다.
전혜연 교사는 “올 해 졸업생중 외국자동차 서비스센터에 합격한 학생이 전국 자동차고교 중에서 가장 많다”며 “이름만 들어도 놀라운 글로벌 기업에 취업을 한다는 것은 기술 향상을 위해 자신은 물론 나라의 자동차 산업을 위해 모두 유익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주관하는 ‘한국형 일 ·학습 듀얼시스템’ 도입해 학비지원이 된다. 등록금이 3개월에 7만6천원이다.
온 몸에 자동차의 피가 흐르는 느낌인 학생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복도 게시판에 이런 글이 있었다. “내 꿈에 시동을 건다.”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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