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 나돌던 <수능영어 EBS그대로 베끼기>, <한글로 영어암기>가 10월 8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의 폭로로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영어지문을 영어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글로 번역된 해답지를 달달 외우게 해 수능을 준비시키는 해괴한 영어교육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건 영어실력이 아닌 기능을 익히는 일이다.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만 등급을 높여주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라는 뉴스를 보면 한심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 이게 무슨 영어교육인가? 단순히 시험 치는 요령만 가르치니 학생들에게 진정한 영어실력 향상을 어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상위 4%에 들어가야만 1등급을 받고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에서는 불가피하게 점수를 따기 위한 요령과 찍기를 가르치는 죽은 영어교육이 성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떤 시험제도를 도입해야 이 같은 병폐를 막을 수 있을까? 지난 8월에 교육부 장관이 이러한 수능영어의 문제점을 고치려고 발표한 『절대평가』를 어떤 방식으로 시행할 것이냐에 국민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다. 결국 실용영어를 키우는 쪽으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할 수 있는 칼자루는 교육부가 쥐고 있다. 옛날 미국 시카고 대학이 인문학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펼친 이후 학생들의 실력에 엄청난 질적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대한민국에서도 이러한 혁명적인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미 영어권의 세계적 교육학자들이 잘못된 한국 영어교육을 수차례 지적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국 같은 비 영어권에서는 원서다독을 통한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며 곳곳에 영어도서관을 지어 영어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어민 몇 명 데려와서 회화 몇 마디 교육시킨다고 해서 영어가 유창해지지 않는다. 현재 사용되는 중, 고등부 교과서는 부교재로 활용하고, 그 대신 영미권의 원서를 세밀하게 검토 선별한 후 중등부 60권, 고등부 40권 약 6년 동안 총100권을 읽고, 쓰고, 토론하고, 발표하게 한 후 그 지정된 필독서 안에서 영어시험을 출제한다면 저절로 100권을 읽게 되어 영어실력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미권의 문화는 물론 글로벌 언어감각을 익혀 해외에서도 통하는 유창한 영어인재를 길러 낼 수 있다. 현재 입시처럼 죽은 영어를 가르치고 배울 수밖에 없는 잘못된 수능체제를 혁명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영어는 미래가 없다.
이두원
『원서읽기로 영어완전 정복 7가지 전략』과『하루1시간 영어독서의 힘』저자
현)센트럴1리딩클럽 대표(www.central-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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