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장애(Separation Anxiety Disorder)’는 애착을 갖고 있는 대상과 떨어지는 것을 심하게 불안해하는 증상으로 ‘격리불안장애’로 불리기도 한다. 분리불안장애는 보통 7~8세경에 가장 많이 발병하며 여자아이가 3배 정도 많다. 만 5~8세에는 애착 대상이 불안한 사건에 처하는 것에 대한 걱정, 학교거부증, 신체증상(복통, 오심, 구토)로 나타나고, 만 9~12세에는 과도한 위축증상, 무관심, 슬픔 또는 집중력 장애를 보이며, 만 13~16세에는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반항적인 태도가 두드러진다. 어른이 되도 대학에 가는 것을 피하거나 여행을 가는 것도 꺼려한다.
이런 분리불안장애는 언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보통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서 6개월이 지날 때쯤 ‘낯가림(stranger anxiety)’을 하게 되고 8개월이면 충분히 발달하여 엄마가 아닌 타인을 볼 때 불안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결국 엄마와 같이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반면 떨어지게 되면 불안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분리불안’이 보일 수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8개월 불안(eight months anxiety)’라고 하며 보통 18개월까지 지속된다.
이런 반응은 지극히 아이의 발달과정상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분리불안장애를 보이는 아이들의 과거력을 보면, 특히 이 시기에 정서적인 외상을 남길 정도로 부모와 떨어져야 하는 중요한 사건을 대개 확인할 수 있다. 첫 6개월 이후 이러한 모성 결핍이 있으면 영아우울증에 빠질 수 있고, 이후 자라서 성인이 되어도 사회성이 떨어져서 타인과의 공감대와 친밀하고 신뢰 있는 상호관계의 형성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불안 반응은 등교거부를 대표로 하는 낮은 학업성취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게 된다. 신경과학의 여러 연구를 보면, 어릴 때 아이와 양육자 간의 경험이 이후 감정생활과 인지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생후 2년 간 양육자와의 상호 반응이 특정 신경회로로 자리 잡게 되는데, 특히 생후 10~18개월 사이에 혼란스럽고 무서운 경험을 했다면, 편도와 기억회로가 이런 자극에 압도되어 언어나 학업에 대한 회로가 발달하지 못하게 된다. 즉 그 아이는 나중에 이러한 신경학적인 약점으로 공부를 못하는 또는 복잡한 인지기술을 습득 못하는 아이가 된다.
청소년 이후 성인기까지 불안은 거의 모든 정신신경 질환의 기초가 된다. 특히 영유아기에 지나치게 조장된 분리불안은 직접적인 분리불안장애 뿐 아니라 그 이후 모든 불안장애의 씨앗이 됨을 알아야 한다. 핵가족 시대, 맞벌이 가정은 피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일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문제로 보고 접근하는 시각이 절실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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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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