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스산한 가을바람에 몸과 마음이 쓸쓸해지는 계절, 마음의 양식인 독서를 통해 풍성한 여유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감수성을 자극하는 잔잔한 감동스토리부터 흥미진진한 반전 스토리까지, 깊어가는 가을에 힐링하기 좋은 책들을 소개한다.
홍기숙 리포터 hongkisook66@gmail.com
자료제공 : 희망의 책 대전본부 조병열 사무국장
밤의 여행자들 / 윤고은 / 민음사
고요나는 ‘재난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정글’의 10년차 프로그래머이다. 직장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그녀는 재계약대상 상품인 ‘무이’의 씽크홀 여행상품에 대한 현장답사 겸 출장을 떠난다. 귀국 중에 사소한 실수로 무이로 돌아온 고요나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불구였던 노인은 멀쩡하게 운동을 하고, 자원봉사로 팠던 우물은 다시 메워져 있다. 고요나가 참여했던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연출이었으며, 무이는 일상의 세계로 돌아와 있었던 것.
더구나 무이는 다시 관광지로 주목받기 위해 스스로 재난지역이 되려는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무이의 지하에 씽크홀을 만들고,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참사를 기획한다.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 그럴듯한 시나리오까지 작성되고, 아무것도 모르는 무이의 주민들은 각각의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시나리오에 저항하려는 사람들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스토리는 반전을 되풀이하며 속도감 있게 읽힌다. 자본의 논리 앞에 재난과 생명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지독하게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가상의 이야기인데도 지금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섬뜩하게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 창비
''2002년, 약관의 나이로 등단한 이래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두 권의 소설집만으로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2000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김애란의 첫 번째 장편소설.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청춘과 사랑에 대한 눈부신 이야기를 다룬다.
관광단지 공사가 한창인 마을, 아직 자신이 자라서 무엇이 될지 모르는 열일곱 철없는 나이에 덜컥 아이를 가진 부모가 있다. 어린 부모는 불안과 두근거림 속에서 살림을 차리고,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태어난 아이 ''아름''은 누구보다 씩씩하고 밝게 자란다. 하지만 아름에게는 미처 다 자라기도 전에 누구보다 빨리 늙어버리는 병, 조로증이 있다.
열일곱 소년의 마음과 여든의 몸을 지닌 아름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이웃의 예순 살 할아버지를 유일한 친구로 삼은 아이이다. 고통과 죽음을 늘 곁에 둔 채 상대적으로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을 겪어야 하는 만큼 아름은 자연스레 인생에 대해 배우고 느낀다. 아름은 어린 부모의 만남과 연애, 자신이 태어난 이야기를 글로 써서 열여덟 번째 생일에 부모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는데….
조로증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 소설은 역정(歷程)의 비화를 처절하게 그리는 데 큰 관심이 없다. 삶의 찬란한 순간들을 포착해내고 인생에 대해, 시간에 대해 진중한 사색을 가져다줌으로써 보편성을 획득해나가는 것이다. 작가 김애란은 아프지만 아름다운 청춘, 그리고 인생을 특유의 생기발랄한 문장과 반짝이는 통찰로 그려낸다.
힐링 / 박범신 / 열림원
작가는 “사랑이 가장 큰 권력”이라고 얘기한다.
<힐링>은 우리로 하여금 고통과 외로움의 신랄함에 빠질지라도 여전히 사랑이라는 단단한 울타리가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저버리지 않게 한다. ‘비우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문’이며 욕망을 좇으려는 마음과 욕망을 내려놓으려는 마음, 이 둘 사이에 균형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고 그럼으로써 삶은 풍요로워진다고 작가는 짧은 문장 속의 힘 있는 목소리로 행복한 삶을 얘기하고 있다.
“늘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그에게 묻고 싶다.
기대고 싶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랑의 위로가 아니라 생의 게시를 보여줄 위대한 스승이다.
‘스승’이 그립다.
-책 중에서-
힐링은 스승이다.
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 / 고규홍 / 휴머니스트
나무 에세이스트 고규홍씨가 쓴 책으로 천리포 수목원의 식생에 관해 편안한 필체로 쓴 글이다. 일단 대전과 가까운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천리포 수목원‘의 이야기이고, 더욱이 천리포수목원은 국제수목협회가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정한 10곳 남짓한 수목원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곳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목원의 잘 갖춰지고 관람객을 배려하는 모습과는 조금 다른 자연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관리되는 것이 독특하며 미국인이었던 민병갈씨가 귀화하여 우리나라에서 열고 가꾼 곳이다. 그 안의 꽃과 나무들의 이야기를 각각의 특색에 맞게, 특징이며 이름의 유래 등을 정감 있게 기술해 놓았다. 그러면서 자연물들이 서로서로 연관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개인이 생존하기 위해 갖춰야할, 모든 생명체가 갖춰야할 최소한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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