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말, 글, 그림... 하지만 빠르게 마음의 불꽃을 일으키는 건 노래가 아닐까?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 더불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멋진 방법으로 합창을 선택한 양천구 여성 합창단 아니마를 찾았다.
박선 ninano33@naver.com
마음을 울리는 영혼의 합창
아니마 합창단을 처음 찾았을 때 2월에 있을 요양원 봉사 공연 연습이 한창이었다. 좀 더 멋진 화음을 만들어가고자 끌어가는 지휘자의 손짓에 단원들은 추운 겨울도 잊은 채 연습실을 후끈후끈 달구고 있었다. 악보를 들고 가곡을 여러 차례 연습하면서 소리를 맞추어 보는 모습에서 아마추어 같지 않은 진지함이 묻어났다.
아니마 여성 합창단은 지역의 순수 아마추어 여성들이 모여 결성 된 합창단이다.
‘아니마’라는 뜻은 이탈리아 말로 영혼, 마음, 생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니마 합창단이라고 이름을 정한 것은 ‘마음을 울리는 영혼의 합창단’이 되고자 함이란다. 실제 여러 차례 다양한 형태의 합창, 중창단을 만들어 본 경험을 살려 아니마 합창단을 만든 이현호 지휘자는 이탈리아에서 오랜 시간 유학하면서 발성법이나 교수법을 배우는 등 실력을 쌓은 바리톤 성악가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마추어 합창단의 수가 너무 적어 안타까워요. 이탈리아나 일본의 경우는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노래를 늘 가까이 하고 합창단에 가입하고 단기 노래 수업을 듣는 등 활동이 활발합니다. 잘하는 사람들만 노래를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서툴러도 자신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합창을 하면 노래 속에서 사랑이 보이더라구요.”
아니마 합창단에 가입할 수 있는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여성이어야 하고 간단한 오디션을 보게 된다. 노래 실력이 뛰어나게 좋아야 한다는 부담은 버려도 된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일주일에 한번 씩 목요일 오전에 있는 연습에 열심히 참여할 수 있는 마음가짐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연습곡들은 가곡, 가요, 팝송 등 합창단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들로 연습해 아니마 합창단만의 곡으로 재탄생한다. 홍미혜 단원은 “가장 좋아하는 연습곡인 넬라환타지아나 썬라이즈 썬셋을 부를 때면 활력이 솟고 기분이 좋아져 집안일을 열심히 하게 돼요”라며 악보를 펼친다.
아름다운 하모니로 소외된 곳 찾아가는 봉사
아니마 합창단은 창단한 지 3년이 되었는데 1년에 한번 씩 연말에는 꼭 정기공연을 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아니마 합창단의 또 다른 도전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 너무 떨려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고 드레스가 어색해서 더 긴장이 됐었다고 한다. 하지만 공연을 한 번 치루고 나면 노래에 대한 열정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고 단원들끼리 더 똘똘 뭉치게 돼 감사하게 된다고. 작년 공연의 경우 합창단의 하모니나 레퍼토리, 관객들의 호응도에 있어서 아니마 합창단 최고의 공연으로 꼽는다. 관객들의 박수도 많이 받았고 보러온 가족들에게 노력하는 멋진 아내,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 눈물 나게 감동적인 시간이었다고 단원들은 입을 모은다.
연주회가 끝난 후에는 단원들 간의 가감 없는 평가회를 통해 다음번 공연을 준비한다. 정미경 단원은 “하우스 콘서트 같은 스타일의 공연을 좋아하는데 많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이제는 동네에서 이렇게 문화공연을 지역주민들과 즐기고 참여할 수 있게 돼 기뻐요”라고 뿌듯해 한다.
실력이 많이 향상된 아니마 합창단은 올해는 큰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한번도 참가해 본 적이 없었던 전국규모대회에 출전하여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고 한다. 어렵긴 하겠지만 좀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보려 한다. 당장 2월에 요양원의 공연 봉사 일정이 있지만 소외받은 곳을 찾아가 아름다운 화음을 통해 봉사하는 공연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마 합창단의 또 다른 계획이다. 지역 아마추어 합창단으로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사랑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해 보고 싶다고 이현호 지휘자는 포부를 밝힌다. 자신들의 열정을 아름다운 하모니로 표현하고 더불어 봉사를 통해 다른 이들의 아픔을 노래로 위로하려는 그녀들의 모습이 눈부시다. 그리고 올 한해 활동이 기대된다.
이현호(지휘자)
아니마 합창단원들은 좋은 클래식 곡을 부르다가 눈물까지 글썽 일정도로 성품이 너그럽고 감수성이 예민합니다. 봉사공연에 열심히 참여하려는 단원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늘 마음이 뭉클합니다.
정미경
부산에서 3년 전 이사를 와 아는 사람 한명 없었어요. 원래 노래를 좋아했었는데 합창단에 들어오게 되어 노래하고 따뜻한 이웃들까지 만나게 되어 너무 기뻤어요. 노래를 잘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열심히 연습하게 되고 아니마 합창단 안에서 음악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 더 열심히 연습하고 참여하게 됩니다.
홍미혜
대학생과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런 저런 스트레스들이 많이 있었어요. 힘든 때 합창단을 만나게 되었는데 마법과도 같이 삶의 활력과 생기를 되찾게 되었어요. 노래를 하고 있으면 속상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은 일들로 바뀌어요. 합창을 시작하고 나서는 아이들하고의 대화가 늘었고 엄마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가족 간에 더 친밀한 시간이 늘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유영
성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노래는 늘 해오고 있었어요. 정기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 아니마 합창단에 합류했는데 정말 즐겁습니다. 준비하는 과정도 재미있고 늘 노래하며 즐거운 생각만 하다 보니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합창단의 활동이 더 늘어나 행복한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류지원
워낙 노래 듣는 걸 좋아했는데 막상 노래 부르고 무대에 서보니 쉬운 일이 아닌 걸 알았어요. 음악이 주는 효과가 대단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합창단에 모인 분들의 성격이 다르고 목소리도 모두 다른데 자신의 튀는 소리를 줄이고 함께 소리를 맞추어가고 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법을 배우고 인생 공부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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