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학기말 무렵 힙합음악에 푹 빠져 살던 윤관호군은 음악친구들과 ‘졸업파티’ 이벤트를 주도면밀하게 기획했다. “장소 섭외부터 무대 구성과 연출, 포스터와 초청장 제작까지 일사불란하게 준비했어요. 파티 당일 친구들 1백여 명이 참가해 신나게 즐겼지요. 무대 위로 박수 갈채가 쏟아질 때의 짜릿함은 최고였지요.”
끼가 넘쳤단 ‘중딩’ 윤군은 일찌감치 미래 진로를 고민했다. 때마침 방학 캠프에서 대학생 멘토들과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광고기획자’ 꿈을 찾아서
“어렸을 때는 가수, 소방관, 경찰관, 동물사육사... 등등 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진로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캠프에 작정하며 참가했지요. 틀에 박힌 일보다는 새로운 콘텐츠를 여럿이 만들어 내는 걸 즐기는 내 성향을 파고들다 보니 광고기획자, 방송PD라는 직업에 도달하더군요. 막상 꿈은 찾고 나니까 ‘내가 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이 밀려오면서 주저주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지요.”
문제는 성적이었다. 중학교 첫 시험에서 전체 500명 중 200등, 그 뒤로 성적은 300등까지 떨어졌다. “목표를 향해 제대로 달려보지도 않고 지레 꿈을 꺾는 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카리스마와 열정이 넘치는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행운도 뒤따랐고요.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마다 교실에 오셔서 공부하라고 억척스럽게 반 아이들을 다그치는 선생님 덕에 공부습관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300등 성적을 끌어올리기까지
300등 성적은 졸업 즈음 50등까지 수직상승했다. “덕분에 공부 방법론을 깨우칠 수 있었어요. 공부의 양은 ‘본인’이 만족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남들’이 공부한다고 느끼며 인정해 줄 수 있는 정도까지 해야 되더군요.”
진로의 방향이 분명하고 공부기술까지 터득한 윤군은 고교 입학 후 학교 프로그램을 바지런히 소화했다. 이 가운데서도 교지 동아리 활동은 그의 ‘한뼘 성장’을 도운 1등 공신이다.
“우리학교 교지제작은 아이템 선정을 위한 브레인스토밍부터, 취재, 최종 교열까지 외부 간섭 없이 모두 우리 손으로 해요. 14명이서 일 년에 두 차례 교지를 발행하려면 부지런을 떨어야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하지요.” 고1 때부터 지금까지 만든 4권의 교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기사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엿보인다.
고교 시절의 선물 ‘교지 편집장’
교지 편집장까지 지낸 그가 동아리에 쏟는 노력의 양과 질 그리고 과정을 통해 배운 경험치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을 통해 배운 게 많아요. 군인 출신으로 청와대 비서관까지 오른 서용석 배명고 대선배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한겨레신문사 김용철 기자와 서강대 신방과 진현우 선배와의 대담을 성사시키면서 평소 궁금했던 미디어에 대해 깊이 알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내 진로와 관련된 조언도 두루 얻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지요.”
착실하게 자기 길을 걷고 있는 인생선배들에게 직접 들은 ‘최선, 열심히’란 삶의 핵심 키워드는 윤군에게 커다란 자극제가 됐고 시간을 쪼개가며 알짜배기 학교 프로그램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중이다.
“토요일과 방학 기간 중에 진행하는 비전 스쿨, 융합교육을 통해 문과생인 내가 동물의 장기를 해부해 보고 토목공학 관련 특강까지 들을 수 있어요. 교과서에 가볍게 스친 손자병법, 비스마르크의 외교정책을 자세히 배우기도 하며 논문쓰기 실용팁도 얻지요. 덕분에 광고관련 논문까지 완성할 수 있었지요.”
30페이지 분량의 ‘대중매체의 편향성과 사용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이란 소논문 속에는 그가 자료 조사부터, 설문과 분석, 집필까지 마무리 짓기 위해 동분서주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이처럼 하루 24시간을 촘촘하게 보내기 위해서 시간 관리는 필수. 그는 공부 절대량을 확보하기 위해 학습플래너를 꼬박꼬박 쓰고 있다. “공부의 양은 다다익선이지요. 게다가 점수는 인스턴트식품이 아니라 발효음식이고요. 노력이라는 숙성 과정이 필수입니다.”
스스로 욕심 많고 승부근성이 강하다는 그는 예비 고3에게 중요한 겨울방학 동안 ‘1일 10시간 자습’을 매일 실천하고 싶다며 활짝 웃는다.
후배를 위한 Tip
·공부와 휴식의 황금비율을 찾아라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종종 공부 흐름을 놓쳐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공부할 때와 놀 때를 구분하는 자신만의 잣대를 분명하게 갖는 것이 좋다.
·진로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성적은 최상위권인데도 막상 꿈이 없어 전공과목을 선택할 때 우왕좌왕하는 친구들을 종종 만난다. 나는 중학교 때 진로를 정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중하위권 성적을 꾸준히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케이스다. 목표가 있어야 공부가 덜 힘들다.
·고1 때부터 준비하는 나만의 입시 전형
입시의 3대 축인 학생부, 논술, 수능 중에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입시전형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교내활동 계획과 내신관리는 고1 때부터 꼼꼼히 해야 한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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