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샘

현미숙 신암중교사

영어 티처에서 인생 코치로 ‘나는 진로교사다’

지역내일 2014-09-16

성적에 주눅 들고 가정 환경에 생채기 나 늘 쭈뼛거리고 자신감이 없던 아이들 눈동자에 서서히 생기가 감도는 모습을 볼 때 마다 마냥 신이 난다고 하는 현미숙 교사. 그는 영어교사로서의 23년 세월을 뒤로 하고 지난해 새내기 진로교사로 새출발했다.

현미숙
 
1시간 밀착 상담의 효과는?
학생 상담하랴 진로체험 일터 발굴 하랴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짜랴 몰려드는 일감에 혼이 나갈 지경이지만 ‘신암중의 인기샘’이라는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감돈다. 에너지의 원천은 ‘보람’ 때문. “성적으로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울 필요가 없어요. 학생 한 명 한 명이 존재감 느끼도록 기 살려주고 함께 적성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바뀌어요. ‘그 맛’이 참 신이 나죠.”
특히 아이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1:1 진로상담의 효과가 크다고. “상담하기 전에 그동안 실시한 다중지능, 적성과 심리, 홀랜드 검사 결과를 찾아보며 미리 아이 성향을 파악해 놓아요. 그래야만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상담이 밀도 있게 진행되거든요.”


영어교사에서 진로교사로, 티처에서 코치로
2년 전. 현 교사는 동료교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진로교사로 전과결정을 내렸다.
“영어는 특히 학생 간 수준차가 큰 과목입니다. 중학생인데도 알파벳을 모르는 아이부터 프리토킹이 가능한 수준까지 한 교실에서 가르쳐야 되니 수업의 활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기초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만 따로 모아 방과후 보충 수업을 열어도 그 아이들이 못견뎌하며 이 핑계 저 핑계 되며 외면해 버리더군요.” 자괴감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한편으로는 20년 넘게 중3 담임을 맡으면서 진로에 맞춘 고교 선택의 중요성에도 일찌감치 눈을 떴던 그였다.
“반에서 1~2등하니까 별 고민 없이 특목고에 진학했다 낭패 보는 아이들을 현장에서 많이 봤어요. 내성적인 아이일수록 중학교 때처럼 ‘남이 인정해주는 시선’을 못 받게 되니까 공부에 의욕을 잃고 마음의 상처까지 받더군요. 한편으로는 대학 진학이 힘든 성적인데도 아이도 부모도 무턱대고 일반고만 고집해요. 적성을 살려 특성화고를 진학하면 훨씬 선택의 폭이 넓어질 텐데요.” 
체계적인 진로진학 지도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터라 그는 자청해서 교사인생 2막을 열어 스펀지처럼 ‘진로의 신지식’을 빨아들였다. 영어 반평균 90점을 만들었던 초임 교사 시절의 열정이 다시 샘솟았다. “진로 교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돼요. 상담은 기본이고 자기주도학습 지도법, 우리 사회의 직업 변화 트렌드, 수시로 바뀌는 고입과 대입제도, 인성교육... 게다가 직업체험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학교 울타리 넘어 사회와 호흡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마당발이 돼야 하고요.”
진로교육의 두 축은 자아탐색과 직업체험. 교실 수업과 현장 교육이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엮어야 효과가 크다.
교실에서는 아이들 개개인의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친구들끼리 장점 찾아주기, 개인의 작은 성공 경험 발표하기, 본인의 단점을 적은 종이를 쓰레기통에 던지기 같은 소소한 경험이 꾸준히 쌓이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변해간다고. “단체 수업과 개인 상담을 적절히 병행하면 아이의 눈빛부터 달라져요. ‘선생님, 공부는 잘 못하지만 나도 분명 잘하는 게 있겠지요?’, ‘내 적성에는 일반고 보다 특성화고가 맞겠지요?’라며 건네는 말투부터 긍정적으로 바뀌어요.”


직업 체험 후 공부 목표 찾는 아이들
이 같은 맞춤형 코칭과 함께 직업체험을 동시에 진행한다. 지역 사회 협조를 얻어 요리사, 의사, 항공기정비사, 승무원 등의 다양한 직업인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아이들을 모아 부천까지 가서 현역 작가를 만났어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강의 내용 꼼꼼히 받아 적으며 눈을 빛내는 아이들 보며 내심 감동했어요. ‘관심 분야의 물꼬만 터주면 아이들 스스로 성장하는 구나’ 확신을 얻었지요.”
직업 현장이 학생들에게는 곧 생생한 배움터이기 때문에 그는 일터 발굴에 늘 두 손 걷어붙이고 나선다. “교외 진로캠프는 학생들의 참여도며 만족도가 높아요. 의사 체험에는 경쟁률이 20:1이나 될 만큼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체험할 일터는 늘 부족하지요. 아이들 현장체험 알선하고 직업인 섭외하려면 늘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진로교사가 된 뒤에는 성격이 점점 외향적으로 바뀌네요(웃음).”
학기 초 학생들에게 아는 직업 써 보라면 대개 30개 남짓이지만 1년쯤 진로수업을 하다보면 80개로 늘어난다. 아이들이 아는 직업의 개수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히게 하려면 지역 사회의 협조가 필수라며 그는 간곡히 부탁한다.
“현장 체험을 요청하면 대개는 의사, 변호사, CEO 같은 번듯한 직업이 아니라며 꺼려하세요. 하지만 어떤 현장이든 아이들에게는 공부가 되요. 채소가게로 체험 나갔던 학생들은 자청해서 밤늦도록 남아 물건을 직접 팔았데요. 그러면서 노동과 돈의 의미를 피부로 느꼈다면 솔직한 소감문을 써내더군요.” 
진로교사로서 보람은 크지만 학부모들의 ‘진로 고정관념’은 아직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학부모들이 진로교육을 공부의 대립각으로 여겨요. ‘진로교육을 받으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거라는 편견, 진로교육은 성적이 좋지 못한 아이들이 받는 거라는 선입견’이 있어요. 하지만 진로교육은 공부의 이유를 찾아주거나 공부 이외의 분야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유용한 실용교육입니다.” 그는 힘주어 거듭 강조한다. 어른들의 ‘진로 교육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걸 절감하기 때문에 현 교사는 시간 쪼개가며 학부모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대충대충 살지 말라고 목표를 세워 살라고 학생들에게 늘 입버릇처럼 말해요. 그건 아이들 뿐 아니라 내게도 해당되는 삶의 화두겠지요.” 50대의 새내기 진로교사의 얼굴에는 결기가 엿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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