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들- 무대에 서는 아낙들 ‘풍물쟁이 아낙‘

“지난해의 액은 물러가고 새해는 행복만 가득하길 비나이다~”

지역내일 2015-01-06 (수정 2015-01-06 오후 10:12:13)

‘아낙’, 그 이름에서 왠지 정겨움이 넘쳐난다. 풍물쟁이 아낙은 주부의 옛말인 아낙네의 의미와 한자로 ‘我樂’, 즉 즐거운 나의 음악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아낙네들이 뭉친 풍물은 어떤 소리가 날까? 얽고 매고 풀고, 주거니 받거니 연결되는 소리는 함께 어울려 즐거움도 아픔도 하나로 승화될 것이다. 




■아낙 이야기 1 - 무대에 서는 그들
풍물쟁이 ‘아낙’과 마주한 첫 느낌, 참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5~6명의 순수 아낙들이 모여 댕기로 팀을 창단한 것은 1999년, 그 후 ‘아낙’으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 오랜 시간 동안 30~50대 초반의 13명 정도의 회원들이 쉼 없이 활동해 왔다. 아마추어 단체지만 6번의 정기공연과 해외공연, 각종 대회 참여 및 전통문화 전수 등을 하며 무대에 서고 있다.
아낙네들의 공연? 그저 그런 학예회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2013년에 있었던 ‘아낙 무대에 서다’ 정기공연의 면면을 살펴보자. 여러 액살을 물리치고 순조로운 삶을 기원하는 ‘지신밟기’로 시작해, ‘삼도 사물놀이’ 가락을 서서 연주하고, 설장구 명인들의 가락을 전수한 ‘설장구 놀음’, 전통 풍물굿이 지닌 악(樂)·가(歌)·무(舞)의 특징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판굿’ 등을 차례로 무대에 올렸다. 만만치 않은 실력과 기량이 있어야만 가능한 공연을 해낸 이들이 바로 풍물쟁이 아낙이다.
그들이 모두 처음부터 역량이 뛰어났던 것은 물론 아니다. 초급자가 들어와도 연습과 노력으로 자신들을 다듬어 나간다. 앉은반 사물놀이(수), 진도북(금), 꽹과리, 북(토) 등을 연습할 기회가 있다. 월요일 저녁에는 직장에 다니는 회원들이 퇴근 후 모여 연습에 참여한다. “배우고 싶은 악(樂)이 있으면 스스로 참여해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풍물이 좋아 모인 회원들이라 자신의 시간을 쪼개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는 박정길 회장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회원들이 고맙기만 하다. 홍혜영 회원은 아낙들의 뜨거운 피로 참여를 설명한다. “풍물이 주는 신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회원들이기에 그 소리에 운명처럼 이끌려 간다.” 




■아낙 이야기 2 - 감성을 나누는 그들
아낙은 ‘我樂汝有’(아낙여유-내가 즐거운 것은 당신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에 그들의 활동의 의미를 두고, 삶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소 네 사람이 서로의 호흡을 느껴야 연주가 제대로 되는 풍물이기에 공동체 속에서 나눔을 배워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낙의 회원들은 모두 주부들. 김경옥 회원은 주부로 느끼는 고민도 함께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다 보니, 그 마음들은 연주할 때도 고스란히 전해져 멋진 가락을 만들어 낸단다. 이들의 팀워크는 개인사도 서로 챙겨준다. 국악 대학원을 마친 홍혜영 씨의 재작년의 졸업 연주회 무대에 아낙 회원들과 함께 섰다. 아낙이 없었다면 그 영광의 자리가 불가능했을 것이라 감사를 전한다.
가족보다 오히려 밥을 더 자주 같이 먹는다는 아낙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끈한 것들이 많다. 신현옥 씨는 “같이 배우고 놀기도 하며 수다도 실컷 떨 수 있는 제2의 가족”임을 강조한다. 이정희 씨도 “오래 함께 하다 보니 가족 같은 사람들에 중독돼 헤어날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하나라는 그들의 감성은 서로에 대한 배려에서도 빛을 발한다. 대다수의 회원들은 직장생활과 병행하느라 연습이나 공연에 매번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마음의 짐이 있었다. 이민경 씨는 상쇠인 자신이 공연에서 빠지면 곤란한데, 직장 때문에 종종 연습과 공연에 빠짐을 못내 죄스러워했다. 신현옥 씨는 쉬는 날 공연이 잡히면 열일을 제쳐두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해 평소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낸단다. 
 




■아낙 이야기 3 -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
풍물쟁이 ‘아낙’은 저마다 마음속에 비슷한 소망들을 간직하고 있다. 개인적 역량을 키워 아낙의 더 나은 발전을 이루어 내고, 자신들의 공연을 필요로 하는 곳에 봉사를 가고 싶어 한다. 공연의 준비와 연습은 사실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공연 후에 밀려오는 뿌듯함과 자부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아낙은 이러한 느낌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희망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농악이 등재될 정도로 세계인들은 관심을 가지지만 정작 우리네 삶에서는 멀어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회원들은 “아낙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아낙과 함께 하고 싶으신 분은 언제라도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 있다”고 동참하기를 바랐다.
아낙은 2015년에도 정기공연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박 회장은 “작년에 우리나라는 세월호라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을 경험했다. 8월까지 풍물을 연주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가 힘들었다. 새해는 지난해의 액들은 모두 물러가고 사회 곳곳에 희망의 굿판이 펼쳐지길 기원해 본다”고 전했다. 아낙의 정기공연도 회원들이 똘똘 뭉쳐 멋진 희망의 무대를 만들어 갈 것임을 약속했다. 정기공연을 맞이할 때면 마치 소풍처럼 설렌다는  그들의 2015년의 공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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