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 속에 한 해를 정리하는 마음들이 바쁘다. 이럴 때일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우리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투철한 직업의식과 성실함으로 남이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경비원, 119구조대, 간호사, 버스기사, 환경관리요원. 각 분야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그들에게 깊은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점점 감사함을 잊어가는 요즘, 그늘에서 늘 우리의 삶을 뒷받침하는 그들이 있어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고맙습니다! 언제나 당신을 응원합니다.”
김소정, 박수경, 이영임, 이주은, 홍기숙 리포터
아파트 경비원 염석균씨 - “24시간 맞교대로 몸 힘들어도 보람돼”
반석마을 7단지아파트 경비원 염석균(62)씨는 세무직공무원으로 정년퇴임한 후 경비원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퇴직 후 음식점을 차렸다가 실패한 뒤 찾은 직업이 아파트 경비다.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낯설고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경비원 일이 자랑할 만한 직업이 아니라 아는 사람 눈에 안 띄려고 일부러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반석동을 선택했어요. 24시간 맞교대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몸이 적응하는데 힘들었죠. 서비스직이라 주민들에게 인사도 잘해야 하고요.” 염 씨는 경비원 일을 시작한 6년 전을 떠올렸다.
지난해에는 경비반장으로 승진도 했다. 근무가 있는 날이면 염 씨의 일과는 일찍부터 시작된다. 전날 근무자와 오전 6시 30분에 교대해야 하기 때문에 6시가 조금 넘으면 아파트에 도착한다.
아파트 주변 청소와 음식물 쓰레기통 정리, 순찰, 지하주차장 차량관리, 택배관리가 주된 일이다. 1주일에 한 번씩 있는 분리수거 날에는 생활폐기물 분리수거도 챙겨야한다. 요즘처럼 눈이 잦은 겨울에는 제설작업도 큰 일거리중 하나다.
염 씨는 “일이 있어서 열심히 산다는 점이 큰 보람이다. 아파트 주민들을 불편한 점 없이 보조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것도 좋다”면서 “지금은 친구들에게도 아파트 경비 일을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얘기한다”고 변화된 모습을 전했다.
“요즘은 경비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고 주민들이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많이 협조해 큰 어려움은 없어요. 주민들에게 당부사항을 굳이 이야기하라면 분리수거를 좀 더 세심하게 해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월평 119안전센터 구급대원 임동준씨 - “119구급차, 택시가 아니랍니다~”
임동준(30)씨는 불을 끄는 소방대원을 꿈꿨다. 대학에서 소방행정을 공부하고 지방소방사로 임용되어 119안전센터에 처음 배정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사가 유일한 꿈이었다. 그러나 막상 안전센터에 들어와 보니 무엇보다 구급대원 수급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양한 업무경험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멀티소방관을 꿈꾸며 이후 몇 개월간 노력을 쏟아 응급구조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1년여, 그는 구급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구급대원으로 일하면서 늘 느끼는 것은 본인이 부족하다는 점이란다. 구급대원들은 일반적으로 의학공부를 해서 그 바탕에 의학지식이나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자신은 그런 노하우나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 씨는 다양한 응급상황의 환자유형을 충분히 처치할 수 있는 노련한 구급대원이 되고 싶다. 같은 구급차를 타는 선배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고.
임 씨는 무엇보다 위급한 상황에서 안전하게 환자들을 도왔을 때 보람을 느낀다. 병원으로 이송했던 환자가 일부러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했을 때, 집에서 산고를 겪던 산모의 아이를 받아줬을 때를 잊을 수 없단다. 출동했을 때 이미 아이 머리가 어느 정도 보여서 아이를 우선 받을 수밖에 없었다.
외국에서 소방관은 영웅대접을 받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문화가 없다고 아쉬움을 말하는 임 씨는 그래도 구급차가 택시처럼 이용돼서는 안 되지 않겠냐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구급차는 택시가 아닙니다. 위독한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선진화된 시민정신을 보여 주십시오.”
대학병원 응급실 간호사 박민경씨 - “고맙다는 인사가 가장 큰 보람”
교대 근무의 특성상 인터뷰 약속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아 오후 11시가 다 된 늦은 시간 병원에서 만났다. 박 씨는 경력 13년차 응급실 간호사다. 임상간호사로, 간호학과 대학원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으로, 중부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시간강사로 1인 3역을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이제 석사과정을 끝내고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직장인인 그에게도 방학이 그마나 한숨 돌릴 수 있는 기간이다.
신입일 땐 근무가 끝난 뒤 땀에 흠뻑 젖어 퇴근해도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그이지만 이제는 밤근무가 조금씩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도 몸이 힘든 것보다 연차가 쌓이면서 선배로서 요구되는 역할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응급실의 특성상 주말이나 연휴 때 환자가 많고 일도 힘들다. 입사와 동시에 고향인 통영을 떠나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명절을 비롯해 집안행사에는 두세 번 밖에 참여하지 못했다. 규칙적이진 않아도 개인적인 시간은 쓸 수 있지만 연휴에 혼자 긴 시간을 쉬기는 힘들다. 뛰어다니며 일하다 보면 식사를 거르는 일은 다반사다. 설날 집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울컥했던 기억도 있다.
박 씨는 “간호직이 아직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걸로 보인다. 해마다 간호학과의 입학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간호직을 독자적인 전문직이 아닌 의사의 보조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힘든 조건에서도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지지와 격려이다. 입원환자의 상태가 좋아지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산호교통 버스기사 유광쇠·박승우씨 - “시민의 발 자부심, 작은 실수 이해해줬으면”
충남대 시내버스종점에서 산호교통 소속 105번 버스기사 유광쇠(49)씨와 115번 버스기사 박승우(34)씨를 만났다. 버스기사들의 하루일과는 오전근무(105번 버스)의 경우 차고지까지 오전 4시쯤 출근해서 오일과 타이어점검 등 차량점검을 하고 5시 35분에 첫차로 출발한다. 그래서 약1시간 30분 정도 달려 반대편 기착지에 도착해 10분 쉬고 다시 출발한다. 이 코스를 교대할 때까지 왕복 운행한다. 낮 12시 30분에 차고지에 돌아와 교대를 하고 정산 등을 하면 오후 3시쯤 일과가 끝난다. 운행 중에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버스기사는 일단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피곤하다. 하루에 약 700명 정도의 승객들을 만난다. 또 운행시간과 안전을 함께 고려하면서 운전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심하다.
승객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들이다. 승차 전에 교통카드 미리 준비하기, 운행 중에는 꼭 안전손잡이 잡기, 하차 시에는 문이 열리기 전에 계단 내려서지 않기이다. 모두 승객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꼭 지켜주었으면 좋겠단다. 특히 눈 오는 날에는 차에 탈 때 신발을 털고 타면 쾌적한 버스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기사도 사람이니 간혹 작은 실수는 좀 너그러이 이해해 주길 부탁했다.
“365일 시민들의 발로 봉사하는 보람을 느끼고, 승객들의 ‘수고하십니다’라는 한마디에 더 힘이 납니다.”
서구청 환경관리요원 이준형씨 - “도시의 미관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매서운 칼바람에 한기가 느껴지는 새벽. 어두운 도로변에서 추위도 아랑곳 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 서구청 소속의 환경관리요원 이준형(60)씨.
매일 오전 6시면 어김없이 도로 위를 청소하는 이 씨는 올해로 11년차에 들어서는 베테랑 환경관리요원이다. IMF로 인해 직장에서 퇴출당한 후 택시·관광버스 기사를 전전하다가 2003년에 환경관리요원으로 입사했다.
1년 단위로 구역을 바꿔 청소를 하지만 도로변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는 언제나 그가 해야 할 몫이다. 특히 요즘처럼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는 시기에는 일거리가 두 배로 늘어난다. 쉴 새도 없이 맡은 구역을 바쁘게 청소하다보면 어느새 오후 4시. 마침내 고단한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다.
1년 중 가장 일이 고되다는 겨울이지만 그것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불법투기이다.
이 씨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거나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불법투기를 하는 경우가 허다해요. 심지어 파지를 줍는 분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파헤쳐 놓거나 길거리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전단지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죠. 이렇게 버려지는 쓰레기는 일일이 다시 분리수거해서 담아야 해요. 조금만 신경 쓰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데…”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 씨와 같은 환경관리요원은 어두운 새벽 도로변에서 일을 하다 보니 교통사고의 위험에도 항상 노출되어 있다. 또한 매연과 황사, 악취로 인해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관절·근육통 등의 직업병도 자주 발생한다.
2년 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 씨는 “일은 고되지만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 보람도 느낀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선한 인상에서 배어나는 깊은 주름과 편안한 미소가 묵묵히 맡은 바 일에 성실히 임해 온 그의 인생을 대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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