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교육문화회관 자원봉사센터 김용옥 회장

“봉사현장에서 어르신들 뵈면 엄마 생각에 울컥해요”

지역내일 2014-12-28

“인터뷰까지 할 일인가 싶은데......”
리포터의 인터뷰 요청에 완곡히 고사의 뜻을 표했던 파주시 교육문화회관 자원봉사센터 김용옥 회장. 그러한 그가 얼마간의 숙고 끝에 인터뷰 요청을 수락했다. 그의 가까운 지인들이 파주시 교육문화회관에 잘 꾸려진 자원봉사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평일 오전, 파주시 금촌동에 위치한 교육문화회관에서 김용옥씨를 만났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교육문화회관에서 첫 봉사로 지역 양로원에 목욕 봉사를 갔어요. 목욕탕에서 어르신들 머리 감겨드리고 몸도 씻겨드리는데...(잠시 침묵) 엄마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파주시 교육문화회관 자원봉사센터 김용옥 회장(58)이 짧은 순간 울컥했다. 이미 눈가는 붉어졌다.
“친정 엄마가 제 나이 서른 살에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충격이 컸어요. 제 결혼식도 못보고 가셨거든요.”
자신의 결혼식 때 부모님 대신 앉아있는 오빠와 올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며 한없이 ‘엉엉’ 울었다는 김용옥 회장. 지금도 봉사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만나게 되면 친정 엄마 생각에 마음이 울컥해지곤 한단다.



교육문화회관에서 맺은 봉사의 인연, 15년간 이어져


김용옥 회장은 어딜 가든 흥이 넘쳐 분위기를 살릴 줄 아는 사람이다. 노래와 춤에 재능이 있어 상품을 건 무대에 오르기라도 하면 대부분 순위권 안에 들 정도로 끼가 많다. 또 오지랖도 넓어 집 앞 골목길에 자리 펴고 동네 어르신들 모셔와 음식을 나눌 정도다. 교육문화회관 자원봉사센터 회장 8년에, 동네 부녀회장으로도 8년째 활동 중이라니 그 활동성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러한 그가 자원봉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5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김씨는 자원봉사와 관련해 큰 관심이나 활약을 보이지 않던 평범한 주부였다. 40대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국악의 매력에 이끌려 파주시 교육문화회관(당시 여성회관)에서 마련한 국악 강좌를 신청해 들으러 다니게 됐다.
당시 회관 측은 교육수료생과 수강생들이 지역사회에 재능을 환원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자원봉사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김씨도 주변 교육생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그렇게 커다란 계기랄 것도 없이 시작한 자원봉사, 그게 이제 어언 15년이 다 돼간다. 12월 말 현재 그의 누적 자원봉사 시간은 6900여 시간. 그는 그간 지역사회와 자원봉사 현장에서 헌신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파주시에서 주최한 ‘2014 파주시자원봉사자 한마음 대축제’에서 최우수자원봉사자에게 수여하는 공로패(대상)를 전달받았다.
현재 파주시 교육문화회관에는 교육수료생과 수강생, 동아리 회원 등을 중심으로 미용봉사, 빵 봉사, 예술봉사, 노력봉사, 수강접수 도우미 등으로 나뉘어 체계적인 자원봉사시스템 하에 다양한 봉사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회원 각자가 교육문화회관에서 배운 교육을 바탕으로 각자의 적성과 재능을 살려 봉사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많다. 정기적으로 빵을 만들어 팔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도 하고, 또 노래나 춤, 사물놀이 등의 공연으로 봉사를 펼치기도 한다. 미용기술을 배운 이들 중에는 어르신 미용봉사를 지속적으로 하는 이들도 있고, 양로원 등에서 어르신 목욕봉사 등을 하며 헌신하는 이들도 많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열정이 넘쳐나는 봉사활동


오랜 기간 교육문화회관 자원봉사센터에 몸담아온 김용옥 회장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지역 내외, 곳곳에서 열정을 다해 봉사에 임하고 있다. 동도 트지 않은 새벽길을 마다 않고 지방 설해 복구 현장이나 수해 복구 현장 등을 찾아 나서는가 하면, 병원이나 양로원 등에서 자신의 재능을 살려 국악과 노래 등으로 신명나는 공연 봉사를 펼치기도 한다. 또 양로원 등의 어르신 목욕봉사를 10년 넘게 하고 있으며, 회관 내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빵 봉사도 꾸준히 하고 있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연탄배달 봉사, 김장 나눔 봉사 등의 단골 봉사 아이템이 있다.
김 회장은 많은 종류의 봉사들 중에서도 그의 장기인 국악으로 양로원 등의 어르신들에게 노래봉사를 할 때 더욱 큰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무표정하게 유리창 밖만 쳐다보던 노인들이 박수를 치며 웃음을 짓고 춤도 덩실덩실 추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분들에게 활력소가 되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겠더라고요. 노래 불러드리고 장구도 쳐드리며 함께 교감하고 놀아드리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그렇게 봉사를 하고 돌아오는 날에는 ‘그분들에게 위안이 됐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게 ‘참 잘했다’고 칭찬하며 하루를 돌아보곤 한다는 김 회장.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몸은 좀 고되지만 사람들 만나 웃으며 봉사하다보면 피곤도 모르겠고 기분이 참 좋아져요.”


가정이 편안해야 봉사도 잘 할 수 있어


김 회장은 자신이 이렇게 열정을 갖고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자신을 뒤에서 묵묵히 지지해주는 남편이 있다고 했다.
“저희 부부가 금슬이 좋아요. 남편이 제가 봉사 활동하는 걸 많이 밀어주죠. 제가 몸이 힘들다고 하면 안마도 해주고요, 또 미리 밥 해놓고 새벽에 봉사하러 나간다고 하면 남편이 차로 태워다 주기도 해요. 가끔은 ‘나도 같이 갈까?’ 하며 봉사현장에 같이 가주기도 하죠. 남편이 이렇게 많이 지지해주니까 제가 봉사할 수 있는 거예요.”
김 회장은 자신이 체험한 봉사의 소중함을 주변사람에게도 알리기 위해 “와서 봉사 해봐,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게 다 덕을 쌓고 사는 거야”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게 해서 봉사에 동참하게 된 지인들은 그에게 “봉사를 해보니 정말 좋다, 봉사에 대해 알게 해줘 정말 고맙다”며 인사를 건네곤 한단다.
“아무런 욕심도, 여한도 없어요. 봉사가 좋아 할 뿐이에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돼 뿌듯하다는 나의 만족감으로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앞으로 제 여가도 즐기면서 봉사는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그는 끝으로 자원봉사를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의미 있는 조언 한 가지를 덧붙였다.
“제가 봉사를 해보니 가정이 우선 편안해야 봉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정적으로 뭔가 힘든 게 있으면 봉사에 발 벗고 나서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러니 봉사에 앞서 내 가정을 편안하게 하는 것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그 다음이 봉사라는 걸 염두에 뒀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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