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영어 공부도 빠듯한데 ‘독서 논술’까지 해야 하나!

지역내일 2014-12-24

 부모가 자녀에게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책 읽어라’일 것이다. 아이가 말을 깨치면 성대모사까지 해가며 열정적으로 책을 읽어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거실을 서재로 만들어서 자녀의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정성 덕분인지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연평균 독서량이 2011년도에 24권에서 2013년 32권으로 8권이 늘었다. 그런데 2013년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에 불과하다.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현재 성인들처럼 책을 멀리하게 되지 않으려면 진정한 독서의 길을 터득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제일 먼저 만나는 세계이며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그러나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가 돌보아 줄 수 있는 영역이 차츰 줄어든다. 그러다보니 부모들은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선생님을 찾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고심해서 좋은 책을 골라주던 부모님도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책 읽으라’는 잔소리만 늘어날 뿐 제대로 된 독서 지도는 해주기가 어렵다. 그래서 좀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또는 막연하게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독서 논술’ 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독서 논술이 왜 필요한지, 독서 논술 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배우는 아이도 자녀를 맡긴 부모님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독서 논술’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독서는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기 위하여 책을 읽는 일’이며, 논술은  ‘어떤 것에 관하여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함, 또는 그런 서술’을 뜻한다. 즉, 독서 논술이란 ‘책을 읽고 그에 관한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닦고 교양을 쌓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히 이해하기 쉬운 말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막연한 말이 없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인지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을 논리적인 글로 옮기는 것이 어렵다. 그리고 그 과정이 어떻게 몸과 마음을 닦고 교양을 넓혀준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 ‘책 읽는 바보’라고 일컬었던 이덕무는 이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내용을 남겼다. “옛날에 책을 베껴 써주는 품을 팔면서 책을 읽었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가 일찍이 그 수고로움을 비웃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내가 그 꼴이 되어 눈이 침침하고 손에 굳은살이 박힐 지경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싶어 베껴 쓰는 옛 사람이나 이덕무의 이야기는 책이 범람하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는 도리어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독서에 대한 그 대단한 열정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읽을 책이 많아졌다고 해서 독서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책을 구하기 어려웠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책이 많아서 오히려 좋은 책을 고르기가 어렵다. 헤매지 않고 길을 찾기 위해서는 식견을 간춘 선생님의 안내가 필요하다. 여행지에서 길잡이의 역할이 길을 짚어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듯, 선생님의 역할도 책을 골라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좋은 길잡이는 눈여겨보아야할 경치를 일러주고 장소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숨어있는 맛있는 집을 알려준다. 그것처럼 좋은 선생님은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생각의 물꼬를 어떻게 틀 수 있는지 가르쳐 준다.
 예로부터 글은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도, 기업에서 인재를 등용할 때도 글쓰기라는 관례를 통과토록 한다. 물론 내용을 통해 그 사람의 자격과 능력을 보고자 함도 있겠지만, 단지 그것만을 위한 것이라면 굳이 완결된 형태의 글을 쓸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논리적인 글은 고도의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우선 좋은 글을 많이 접하여 생각이 트여야 한다. 그리고 의도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구조화하는 방법을 익혀야 논리적인 글쓰기가 가능하다.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여 명확하고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적절한 훈련을 거쳐 수학이나 업무에 필요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다.
 글은 사람이다. 글에는 삶이 묻어난다. 글을 통해 삶을 배우는 것이 독서다. 그리고 그에 비추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독서 논술’이다. 결국 삶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독서 논술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삶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듯 독서논술도 추상적인 지식이나 교양만을 쌓는 과정이 아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행평가 과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서술형 답안을 어떻게 작성할 것이가’와 같이 공부하다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독서 논술이다.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 독서 논술이다. 결국 독서 논술 교육은 청소년기의 구체적인 고민들을 해결해줌으로써 삶을 꾸려나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데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길잡이인 것이다. 

장세희


장세희
생각의창 국어논술학원
EBS 중학프리미엄 강의
02-2650-8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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