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착한소비, 윤리적소비가 지속적인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착한소비란 나의 소비 행위가 다른 사람, 사회, 환경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고려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소비하는 행위를 말한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 혹은 거창하고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작은 관심만 있다면 매일 마시는 커피, 가끔 들르는 카페만 바꿔도 착한소비가 가능하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카페 ‘35cm’
실력만큼은 손꼽히는 바리스타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공간
독특한 이름의 카페 35cm는 뇌성마비장애인들의 고용창출과 사회와의 건강한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 뇌성마비장애인협회가 설립하고 경리단길 장진우거리로 유명한 장진우 대표의 디자인 및 컨설팅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이다. 이곳은 뇌성마비장애를 갖고 있지만 실력만큼은 뛰어난 바리스타가 일하고 있다. 개관한지 한 달여. 유럽풍으로 꾸민 깔끔하고 멋스러운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테이블 사이마다 놓여있는 허브식물과 관엽수, 크고 작은 선인장도 인상적이다. 높은 천정에는 노란색 조명을 주렁주렁 매달아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우리는 이 공간을 별이 쏟아지는 밤이라고 불러요.” 박세영 센터장이 조명으로 환한 주방을 가리키며 설명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심리적인 거리가 35cm입니다. 또 출입구에 35cm의 공간만 더 있어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이동이 쉬워지죠. 카페 35cm가 장애인들이 문밖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15~20인 정도가 머무를 수 있는 회의실이 따로 있어 장애인 및 지역주민들 모임에 대관하고 있으며 음악회나 작은 공연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위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6가 67-3
-문의: 2677-8008
카페 ‘빈자리’
위기청소년들의 일자리, 쉴 자리, 꿈자리를 위해
카페 빈자리는 주식회사 ‘자리’에서 설립한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위기청소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1년 전 문을 열었다. 2층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빈티지하게 꾸민 공간은 분위기에 민감한 사람들도 만족할 만하다. 방과 거실, 주방의 뼈대를 그대로 두고 공사해 독특한 동선과 자리배치가 매력적이다. 오래된 느낌의 철제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면 스터디나 작은 파티를 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있다. 한쪽에는 무료 바리스타교육장도 있는데 이곳에서 위기청소년들을 바리스타로 길러낸다. 올해만 벌써 취약계층청소년 200여명이 전문교육을 받고 정서적, 경제적 자립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자리’의 이광희 실장은 “자리라는 글자에 ‘ㅂ’만 붙이면 자립이 된다”고 전한다.
“이곳은 탈학교, 범죄, 가정해체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설 수 있게 하는 일자리 제공과 쉼터마련을 위해 생겨났습니다. 커피전문점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이들을 위해서라도 빈자리처럼 공정한 대우를 해주는 곳이 늘어나야 합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라서인지 일하는 이들의 외모도 생각도 젊다. 이 젊음이 시들지 않고 위기청소년들의 희망이 되도록 한 잔의 커피도 의미를 담아 마셔보자.
-위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5가 67
-문의: 070-7758-7095
카페 ‘그라나다’
질 좋은 커피를 마시기만 해도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어요
호젓한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구암공원을 마주하고 예쁘게 자리 잡은 카페 그라나다. 이곳은 지적, 발달장애인의 고용창출을 위해 7년 전 문을 열었고, 6명의 장애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7년째 일하고 있는 김보라씨는 “아직도 손님 대하기가 어렵고, 주문이 많은 날은 허리통증으로 힘들어요. 하지만 커피를 만들고 커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네요”라며 깔끔한 아메리카노를 추천했다.
사람들이 그라나다를 즐겨 찾는 이유는 커피와 함께 다양한 유기농제품을 온오프라인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 위층에 로스팅 작업실이 있어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온 아라비카 고급생두를 전문가들이 직접 로스팅하고 장애인 직원들은 포장, 판매를 담당한다. 더치커피는 영양성분이 우수한 발아원두로 만들어 선물용으로 인기다. 최근에는 티백제품의 판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라나다 보호작업센터의 유점화 원장은 “한적한 곳에 위치해 일부러 들러야 하는 곳이지만 한 번 오신 분은 다시 찾는 장소”라며 “질 좋은 커피를 마시기만 해도 장애인을 도울 수 있으니 꼭 발걸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위치:서울 강서구 허준로 5길 37
-문의: 02-3661-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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