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주민들, 지금 떨고 있나요?

서울시 발표에도 커져가는 싱크홀·동공 공포

지역내일 2014-09-02

요즘 어딜 가나 싱크홀(Sink Hole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어 생긴 움푹 팬 웅덩이)과 동공(洞空 겉에선 안 보이는 도로 밑의 구멍) 이야기다. 애들 입에서도 “동공이 무서워 그쪽으로 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지경. 차를 타고 가다가 혹은 길을 걷다가 갑자기 땅이 훅 꺼져버리면 어쩌나 하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사실, 싱크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분별한 도심개발의 결과로 최근 3년간 전국에서 발견된 씽크홀만 53개. 하지만 잇달아 송파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는 싱크홀과 동공은 TV나 라디오에서 언급되는 뉴스가 아닌 생활 속 불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싱크홀
 
석촌지하차도 동공
9호선 실드공사가 원인, 제2롯데월드와는 무관

현재 송파구에서 발견된 싱크홀과 동공은 모두 9군데. 지난 6월 29일 방이동에서 직경 60cm의 싱크홀이 발견된 후 방이동과 석촌동, 그리고 잠실종합운동장 동문 앞에서도 싱크홀이 발견됐다. 지난달 21일 방이사거리 인도에서 발견된 싱크홀이 마지막. 주민들에게 커다란 불안감과 공포의 엄습은 지난 8월 5일 석촌동 석촌지하차도에서 직경 2m50cm의 대형 동공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싱크홀이 발견되기 이전부터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갖가지 루머들이 떠돌았던 터라 싱크홀의 잇단 발견은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해경(47세 잠실본동)씨는 “석촌호수에 물이 줄어들어 밤마다 수십 톤의 물을 퍼다 붓는다느니, 어느 아파트에선 주민들도 모르게 공사가 진행됐다느니 등 여러 소문이 난무하는 가운데 직접 눈에 띄는 문제점이 발견되니 덜컥 겁이 난 게 사실”이라며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이유와 해결책 등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석촌지하차도에 대형 싱크홀이 발견된 다음날인 8월 6일, 서울시 공무원과 외부전문가 10여 명이 원인조사를 시작했다.
28일, 서울시는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총 7개의 크고 작은 도로함몰과 동공에 대한 민간 조사위원회의 원인조사 결과와 복구 계획을 밝힌 「서울시 도로함몰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민간 조사위원회가 추정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한 결과 석촌지하차도 동공 원인은 지하철 9호선(919공구) 실드공법(지반 내에 실드라고 하는 강제의 통 또는 틀을 추진시켜 터널을 구축하는 공법)터널공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의 제2 롯데월드 공사는 동공 형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실드공법으로 공사 중인 다른 곳은 동공 등 이상 징후 없이 안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서울시는 연평균 681건이 발생하고 있고 매년 그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도로함몰과 관련, 노후 하수관 등 주요 발생 원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특별대책을 마련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은 불안, 상인은 울상
서울시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의 불만과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상업에 종사하는 주민의 경우 매출이 급감하면서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실정이다.
석촌지하차도 주변의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심각하다. 주변 건물과 도로를 정밀하게 계측한 결과 안전하다는 서울시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민과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싱크홀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의 불만은 더욱 크다. 지하차도 양방향으로 교통을 전면 통제하고 있어 유턴차량이 꼬리를 물고 주택가 주변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
20년 넘게 석촌동 주택에 살고 있는 유모씨(68세, 여)는 “70평생을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렇다고 살던 곳을 떠날 수도 없고, 방송에서는 날마다 싱크홀 뉴스가 나오는데 불안하긴 하지만 어쩔 방법이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며 “집 앞으로 차들이 많이 다니니 좁은 길 건너는 것도 쉽지 않다”고 불안한 심정을 토로한다.
주변 상인들의 불만은 더 심각하다. 10년째 석촌역 지하차도 진입로 바로 옆에서 불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규씨. 이곳은 주차장이 갖추어진 큰 규모의 음식점이어서 인근 주민보다는 멀리서 찾는 손님이 많다. 여름철 특수를 누려야하는 시기지만 전년도 8월 매출과 비교하면 30%이상 매출이 급감한 실정이다. “지역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손님들이 아예 접근조차 안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 곳 뿐만 아니라 주변의 상가 대부분이 힘든 상황이다. 원인규명도 중요하지만 하루빨리 복구가 이뤄져서 정상영업이 가능해져야하는데 조만간 일부라도 개통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현재 공정으로 봐서는 그마저도 힘들어 보인다”는 김씨의 설명이다. 전체적인 경기침체로 수익이 예년만 못하지만 싱크홀 발생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 김씨의 입장이다.
언론의 보도에 대한 주민의 불만도 많다. 싱크홀과 동공이 발견되면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하게 복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하는데 책임소재와 위험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것.
석촌역 주변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0세, 여)는 “과대보도하고 있는 언론의 책임이 90% 이상이라고 본다. 하루도 뉴스에서 싱크홀에 대한 보도가 나오지 않는 날이 없다. 연일 계속되는 보도에 주민은 물론이고 온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제2롯데월드 건설로 인한 루머에 석촌역 지하차도의 동공까지 겹쳐지면서 부동산 거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서울시는 주민의 불안이 더 커지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언론의 보도 또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이은경 리포터 hiallday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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