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박찬웅 배명고 2학년

‘이 길이 내 길’ 일깨워 준 과학의 재미

지역내일 2014-12-18

“에너지 최소 단위 양자로 미시세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상대성이론>, <시간의 역사>, <핵물리학>.... 그동안 읽은 책을 하나씩 열거하면서 물리학의 재미를 이야기하는 박찬웅군의 눈은 반짝거린다.  

박찬웅
 
수학, 과학 통해 공부의 즐거움 맛보다
그의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는 양축은 과학과 수학. 특히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과학 사랑’의 씨앗은 중학생이 된 후 교육청 영재반을 거치면서 싹을 틔워 고교 입학 후에도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수성의 세차운동’, ‘빛의 간섭현상을 통해 본 중력에 의한 빛의 휘어짐’ 같은 탐구보고서에 자청해서 매달리는 이유를 그는 “그냥 과학이 재미있으니까요”라고 담백하게 답한다.
수학의 재발견도 고교 시절의 큰 수확이다. 그가 꼽는 ‘수학의 고수’는 바로 학교 선생님들. “여러 개념이 복잡하게 적용된 고난이도 문제를 심플하면서 명료하게 풀어내며 학생 눈높이에 맞춰 명쾌하게 설명해 주세요. ‘이런 방식으로도 문제를 풀 수 있구나’라는 선생님들로부터 수학적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내용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수학과 과학이 자신의 기질과 딱 들어 맞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연역적 추론 방식의 수학과 귀납적으로 풀어내는 과학은 닮은 듯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며 싱긋 웃는다.
꾸준히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박군. 많은 학생들이 골머리를 앓는 수학을 어떻게 공부하는 지 궁금했다. “고교 입학 전 수학의 정석을 꼼꼼히 공부한 게 도움 됐어요. 문제 풀이보다는 원리와 개념을 숙지하고 공식들을 하나씩 증명해 봤거든요. 개념이 탄탄해야 응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내신 시험용 수학공부는 속도가 중요해요. 실수 없이 빨리 푸는 훈련이 꼭 필요해요.”


트롬본, 펜싱, 스킨스쿠버 배우며 고교시절 만끽하다
선한 눈빛을 가진 조용한 모범생 이미지의 박군.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내성적이며 숫기 없고 말주변도 없어 조용히 책만 팠다고 한다. 하지만 고교 기숙사 생활은 그에게 다이내믹한 인간 관계와 색다른 경험을 선물했다.
“기숙사생 전원이 관악합주를 의무적으로 해요. 덕분에 난생 처음 트롬본을 연주했지요.” 음악선생님의 지도로 악기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 송파구민회관 무대에도 섰다.
“트롬본은 플루트, 클라리넷 같은 다른 악기들이 돋보이도록 음을 받혀줘야 해요. 트롬본을 불면서 협동심, 주연 아닌 조연의 역할을 배울 수 있었어요.” 입술을 떨어야 소리가 나는 트롬본. 배우기 까다로워 무던히 애를 먹었고 공연을 앞두고는 입 안에 구내염이 날만큼 맹연습을 했다.
“1학년 때는 세컨드 주자였는데 올해는 퍼스트 트롬본 주자로 한 계단 올랐고 파트장이 돼 단원들 연습까지 시켰어요. 샌님 소리 듣던 내가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긴장 속에 한 곡 한 곡 연주한 그 순간들이 뿌듯해요. 죽을 때까지 못 잊을 추억입니다.”


배명고 기숙사는 학생들이 공부 뿐 아니라 음악, 스포츠 활동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특색 있게 운영된다. 
기숙사생 전원이 참여하는 펜싱, 스킨스쿠버 강습도 그 중 하나다. 기초 체력 기르기부터 펜싱의 기본 동작을 하나씩 익혀 시합 하면서 운동의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 동해 바다 수심 30m 아래로 잠수해 이색적인 바닷속 풍경을 오감으로 체험하며 학생, 교사 간 끈끈한 정을 쌓았다.
“본래 운동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았는데 펜싱, 스킨스쿠버는 재미있게 배웠어요. 또래들과 이색 스포츠를 맘껏 즐기는 시간들이 내 고교시절을 풍성하게 만들어 줬고 입시 스트레스를 떨쳐낼 수 있는 숨구멍이 됐죠.”   


과학자 꿈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다
과학동아리 활동도 꾸준한 지적 자극제 역할을 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끼리 모여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며 연구 보고서를 쓰고 학교 축제 때는 이벤트성  실험을 하며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관심 분야를 밀도 있게 파고들어 고교 수준을 넘는 지식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해요. 실험설계를 잘못해 실험을 망쳤더라도 오류가 뭔지 파헤치는 과정도 의미 있고요.”
과학에 대한 애정이 깊은 그는 서울대 계산과학캠프 등 대학에서 주최하는 여러 캠프도 틈나는 대로 참여하며 진로 탐색의 끈도 꽉 쥐고 있는 중이다. “평생토록 연구하는 학자의 길을 가고 싶어요.”
매년 노벨물리학상 발표 시즌만 되면 가슴이 설렌다는 박군. 물리학을 향한 애정이 얼굴에 흠씬 배어 있었다.
 


후배를 위한 조언 한마디
진로 결정은 빠를수록 좋고 학년별 로드맵이 중요
고1 때 동아리, 독서인증제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분야 책을 읽지 못한 게 아쉽다.
체력 관리는 필수
학기중 시험 공부, 수행평가 준비, 동아리활동 등 해야 할 게 산더미인데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낭패다. 평소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한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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