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 없는 물수능이었던 올해 수능에서 단 한 문제의 실수가 운명을 갈라 많은 수험생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작년 수능의 실패를 만회한 김현수 군을 만났다. 자율고인 한일고 출신인 그는 작년엔 사탐1과목·제2외국어 2등급을 제외하고 모두 3등급을 받았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기 1년,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한 치의 실수 없이 1등급을 받아냈다.
■그저 열심히만 공부한 고교 3년, 공부 방법이 잘못 됐다
현수 군은 수원 메가스터디가 인정한 성실함의 대명사. 재수생활의 어떤 방황도 원천적으로 봉쇄한 꾸준함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하지만 그 성실함 뒤에는 공주 한일고에 입학해 쓰디쓴 현실을 맛본 나름의 사연이 숨어 있었다. 입학 성적이 164명 중 146등이었던 것.
첫 상담에서 담임선생님은 ‘만약에 전학 갈 마음이 있다면 지금 가라’고 하셨다. 의도는 가지 말라는 것이었지만 그 말은 가슴에 크나큰 생채기를 남겼다.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한일고에서 수위를 달린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모두가 인정할 만큼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자신의 자존감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능 결과는 참담했다. “공부 방법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열심히 했던 게 잘못이었어요. 사물함이 꽉 찰 정도로 책을 사서 항상 새로운 문제, 어려운 문제에 매달렸어요”라고 현수 군은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또 수능 날까지 전력투구를 해야 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더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생각하면서 수능 막바지를 흘려보냈다. 모의고사에서는 1~2등급이 나왔기 때문에 안일해진 탓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사고라 상대적으로 불리한 내신을 만회하기 위해 수능에서는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기본에 충실하며 같은 책을 3번 반복했더니 자신감이 생겨
현수 군은 3등급이 가득 찼던 작년 수능 성적을 잊지 못한다. 너무 심한 좌절감에 ‘수능은 나와 안 맞구나. 공무원 시험 준비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그러나 곧 다시 한 번 후회 없을 공부를 해보고 포기하겠다는 각오로 재수에 도전하게 된다.
결심이 서고 나니 학원 선택이 급선무였다. 한일고에서 학원이나 누군가의 코칭 없이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힘들었던 현수 군은 수원 메가스터디를 선택했다. “학원의 꼼꼼한 관리가 저랑 잘 맞았어요. 상위권 친구들의 대다수가 서울의 유명학원을 다녔는데, 자습도 선택이고 자율권을 너무 많이 주더라고요.” 수원 메가스터디는 방학을 반납하는 것은 물론 평일·토요일은 오후11시, 일요일도 저녁 9시까지 자습이어서 딴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았다.
학원 담임선생님의 코칭도 큰 힘이 됐다. 5~7월 슬럼프에 빠질 때, 이 위기만 극복하면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 과연 예언대로 8월 사설학원 모의고사부터 탄력 받은 성적은 수능에서 정점을 찍었다. 영어·수학은 만점, 국어는 95점 등으로 한국사 2등급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냈다.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키워드는 ‘반복’인 것 같아요. 기출문제와 평가원 문제 등을 중심으로 반복했는데, 모든 과목의 문제집을 3번씩 풀었어요.” 수학의 기본서를 등한시하고 텝스에 매달렸던 작년과 달리, 전 수능과목을 EBS 연계교재를 충실히 활용한 것도 고득점의 비결이었다. 수능 전날까지 가장 익숙한 문제집들을 보면서 두려움을 떨쳐낸 것 역시 도움이 됐다.
■도약의 밑거름이 된 실패, 재도전은 값지다
현수 군은 고교 입학 후 생긴 열등감 때문인지 보란 듯이 SKY에 합격하는 것이 꿈이었단다. 재수를 결심하고서는 더 이상 열심히 할 수 없을 정도로 공부한다면, 어느 대학을 가더라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소망은 여전히 유효했다.
이제 현수 군은 충분히 SKY에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을 받아 자신의 꿈을 이루려 한다. 연세대 경영학과에 지원해 경영 컨설턴트 관련 일을 미래의 진로로 생각하고 있다.
“올해 성적표를 보면서 내 실력임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재도전을 시작해야 해요. 모의고사의 잘 본 성적을 믿고 자만하거나, 못 봤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수능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결과가 기다릴겁니다”고 재수를 결심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넨다. 실패의 경험은 도약의 밑거름이 되기에, 재도전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현수 군. 자신이 그랬듯이 열심히 땀을 흘린다면 1년이라는 시간은 아무런 보상 없이 허투루 지나가지 않을 것이란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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