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갯물이 들어오는 포구가 있어 방죽을 쌓은 마을이 있었다. 방죽머리는 지금도 이 마을의 별칭으로 남아있다. 신도시가 되면서 대부분 지역은 고층아파트로 채워졌지만 간간이 남아 있는 농지는 과거를 더듬게 한다. 이 곳 태장동 주민들이 ‘방죽머리 르네상스 추진협의회’를 결성하고 마을 환경을 다듬기 시작했다. 버려진 땅에 꽃을 심고, 재활용품을 활용해 바람개비와 솟대를 세웠다. 후미진 벽에는 멋진 벽화도 그려 넣었다. 그렇게 완성된 ‘방죽머리 둘레길’은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산책길로 바뀌었다. 꽃을 심고 가꾸는 마음은 국화 향기 그윽한 ‘국화축제’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주민 손으로 만든 ‘방죽머리 테마 둘레길’
수원시 마을만들기 사업이 태동할 무렵인 2011년 6월. 태장동은 보다 살기 좋은 마을을 위해 주민 참여자를 모집했다. 22명이 마을만들기 전문가로부터 4주간 교육을 받았고, ‘방죽머리 르네상스 추진협의회’는 닻을 올렸다.
그들이 처음 한 일은 ‘마을지도’ 만들기. 그 지도는 나침반이 돼 마을 구석구석의 환경을 바꿔나갔다. 최중영 회장은 “그 당시 지역별로 올레길, 둘레길 등이 조성됐다. 우리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모든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방죽머리 둘레길의 탄생을 설명했다.
회원들은 운동이나 산책을 위해 많이 이용하지만, 노후화로 불편한 박지성 도로의 지하터널 꾸미기부터 시작했다. 물이 잘 안 빠지는 배수로를 정비하고, 밤에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조명을 설치했다.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부착하니 멋진 길로 재탄생됐다. 그 뒤 박지성 공원에 재활용품으로 만든 솟대와 바람개비를 세웠다. 망포고~태안농협 망포지점까지 농지 주변의 버려진 짜투리땅을 정비해 꽃길을 만들고, 바람개비와 태극기 거리도 조성했다. 잠원초 앞의 페트병을 이용한 꽃길과 화단, 동수원 자이1차 맞은편 해바라기길 등 주변에 아름다운 꽃길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둘레길은 주민들에겐 너무나 반가운 산책길이지만, 땀 흘리며 길을 만든 회원들에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방치된 땅의 무성한 풀들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꽃씨를 뿌렸다. 으슥하고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던 곳이 꽃길로 변하자 밤에도 많은 주민들이 산책하곤 한다”며 백효현 회원은 노고가 빚어낸 결과를 자랑스러워했다. 김영순 회원은 손수 다듬은 놓은 뒤에는 흐트러진 곳만 보면 어떻게 꾸며볼까 고민에 빠진다고 귀띔했다.
소문리길에 벽화골목이 생겼어요~
올 여름에는 망포동 소문리길에 벽화 및 입체벽면을 완성했다. 꼬불꼬불 골목길에 회원들과 학생들, 어린아이의 고사리 손까지 합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했다.
벽화는 류선하 감사의 힘이 컸다. 38년의 교직 생활에서 퇴직했지만 미술전공을 살려 박지성도로 터널 작업, 마을 벽화작업에 밑그림을 그리는 등 열정을 보였다. 심춘구 회원은 주민들이 산책하면서 아름답고 화사한 벽면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으니 마음까지 환해진단다. 점점 예뻐지는 마을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는 두영애·유선희 회원은 고백한다. “여기서 오래오래 살래요!”
■또 하나의 자랑, 국화 향기 그윽한 ‘태장국화축제’
방죽머리 둘레길에 꽃길을 조성하면서 꽃과 가까워진 회원들은 ‘태장국화축제’도 열고 있다. 올해 3회째로 접어든 축제는 다른 마을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직접 주민이 가꾼 국화를 지역주민들에게 선보인 뒤, 수원시 행사에도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회원들은 매주 함께 땀을 흘린다. 현재 지초농장 이범용 대표가 국화재배 노하우를 회원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고, 축제를 위한 국화꽃들을 키우는 감독을 맡고 있다. 조그만 화분에서 시작해 3번을 옮겨 심고, 유인작업을 하며 국화작품을 완성해 간다.
드디어 열리는 국화 축제. 가지각색의 국화꽃의 아름다움을 상상만 해도 피로는 눈 녹듯이 사라진다는 이순영 회원. 국화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에 힘이 난다는 유선희 회원. 축제의 전통이 계속 이어져 국화축제라고 하면 태장동을 떠올리게 하고 싶다는 박영숙 회원. 축제를 보는 사랑은 한마음, 한뜻이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 마을의 환경은 우리가 지킨다~
무엇보다 1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원들 사이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돈독해 졌다. 최 회장은 이런 회원들에 고마움을 표했다. “회원들의 노력은 어디 가서 살 수 없다. 바로 이것이 마을을 발전시키는 동기가 되고 밑거름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열정, 노력들이 쌓여 조금씩 변모시킨 마을은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과 봉사의 보람을 되돌려 준다. 퇴직 후 참여하고 있는 우영기 감사는 마을을 위해 활동하니 오히려 젊어졌다는 소릴 많이 듣는다며 맞장구를 친다.
관에서 거저 해 줬을 것이라 생각하고 무관심했던 주민들의 반응이 날로 좋아지자 신바람이 난다는 회원들. 방죽머리 둘레길에 피어난 꽃처럼, 1년 내 정성 들여 만개하는 국화꽃처럼 태장동 마을 곳곳에 아름다운 꽃이 돼 머물 것이다.
■국화축제 일정
일시 10월21~22일 예정
10월24~26일 수원시 국화축제
프로그램 국화전시 및 판매, 사생대회, 마을음악회,
체험부스 운영, 먹거리 장터 등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