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민회관 상주 예술단체 ‘극단 그림연극’

연극에서 찾은 활력소 ‘나는 배우다’

지역내일 2014-08-19

예술이 무거운 날개옷을 훌훌 벗고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중이다. 사람들의 마음 속 상처, 화를 다독거리고 소소한 기쁨과 여유를 선물하면서.
극단 그림연극은 송파구 주민들에게 연극으로 일상의 예술을 선보인다. 시작은 어르신들 부터였다.
“맘껏 움직이고 소리 지르며 속마음을 내 몸으로 표현해보라고 하더군. 무작정 시키는 대로 따라 했는데 재미가 붙더라고.” 서병학(68세)씨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지난해 대학로 무대에 데뷔한 어엿한 배우다. 예전부터 취미 삼아 배웠던 저글링, 요요, 접시 돌리기, 킥보드 실력이 무대 위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9월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리는 연극 <소녀의 꿈>에도 특별 출현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내비친다.

그림


배우로 데뷔한 어르신들의 변신
“어르신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기 발산이 쉬워요. 살아온 인생을 거침없이 표현할 줄 아시죠. 100세 시대라지만 우리 사회의 은퇴 시기는 되려 50부터 시작되잖아요. 그런 응어리, 허전함이 예술로 눈 돌리게 만드는 듯 해요.” 연극 지도를 맡은 김영아 한국외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가 귀띔한다.
극단 그림연극이 송파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르신들에게 선보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입소문 나면서 연극을 배우러 오는 교육생이 점점 불어났다.
올해는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 후원으로 송파구민회관 상주 예술단체로 뽑혀 폭넓은 연령층에게 연극 교육을 선보이는 중이다.
극단을 이끄는 이현찬 대표는 독일 유학 중에 만난 인형연극을 국내에 선보인 주인공. 인형과 배우가 함께 무대에 올라가 대등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색다른 방식의 모던 연극이 그의 특기다. 온갖 종류의 인형, 애니메이션, 그림 같은 다양한 시각 요소를 연극과 결합시킨 실험적인 작품을 고집스럽게 무대에 올리면서 마니아층도 확보했다. 현역 배우인 동시에 연극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영아 교수는 이론과 실기에 두루 능한 국내에서는 드문 연극인이다.
이처럼 개성이 뚜렷한 극단 그림연극은 그동안 어린이부터 주부, 직장인, 어르신까지 연극을 통한 예술교육을 여러 지역에서 다채롭게 진행해 왔다. 이런  내공과 연륜이 예술에 갈증을 느꼈던 송파 주민들에게 스펀지처럼 스며들고 있다.
“우리는 연극을 놀이처럼 쉽고 재미있게 접근해요.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움직이다 보면 힐링이 된다고들 하세요. 게다가 즉흥 연극 작업도 흥미로워 하시죠.” 이 대표가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연출을 맡은 이 대표는 교육생들이 툭툭 던지는 일상 속 대화를 세심하게 수집해 대본으로 녹여 한 편의 연극 작품을 완성한다. 이 같은 ‘공동 창작’ 형식을 사람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인다고. “나이 들어서 느끼는 서러움, 자식과 손주를 위해 황혼육아를 받아들여야 할지 말지를 놓고 벌이는 마음 속 갈등 같은 ‘생활 이야기’가 리얼하게 표현되니까 후련해들 하세요. 이런 점이 세상과 소통하는 연극의 묘미지요.” 김 교수가 덧붙인다.


인형으로 마음 치유
얼마 전에 진행한 인형 워크숍도 호응이 컸다. 인형은 심리치료나 상담, 교육 등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방법론을 실제 연극을 해보며 배울 수 있기 때문에  5일간 열린 워크숍 내내 참가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신체 훈련과 손관절 유연성 연습을 한 다음 주변의 물건을 이용해 즉흥적으로 표현해 보도록 하죠. 팀원들 끼리 직접 만든 인형을 움직여도 보고요. 인형은 활용 범위가 폭넓기 때문에 동화구연가, 심리치료사, 상담가 같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찾아오세요.” 김 교수가 귀띔한다.
어린이 연극 교육도 진행중이다. 발성과 대사, 연기 같은 연극의 기본기를 닦으며 또래들끼리 협동심, 창의성까지 배울 수 있어 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나도 배우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무대에 서볼 수 있는 기회도 다양하게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각계각층의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송파시니어씨어터페스티벌도 10월1일~2일 송파구민회관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대표작 <한여름밤의 꿈>에 출연할 시민배우 모집도 한창 진행중이다. 
이처럼 극단 그림연극이 전방위적으로 연극 공연, 교육을 진행하는 건 삶 속으로 스며든 예술을 경험해 볼 기회를 사람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어서다. 지역사회에 예술 인프라가 허약했던 터라 송파구청도 발 벗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연극을 만난 뒤로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자신감이 붙은 시니어 배우들을 보면서 깨닫는 게 많아요. 무대 위에 서는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점도 좋고요. 무엇보다 연극을 배우러 꾸준히 찾아오는 주민들과의 만남이 즐겁습니다.” 이 대표는 덧붙인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송파어린이극단 2기 모집
-내용 : 연기, 발성, 소품 만들기 등 연극의 전 과정 배우기
        무대 위에서 연극 공연
-교육 : 10월~12월 주 1회 
-모집기간 ; 9월1일~9월30일
-문의 : 02-412-3883 , www.bildthea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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