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시대, 엄마들도 문화센터나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화센터가 아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리도 가깝고 학교 소식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흔치 않은 프로그램까지 배울 수 있다. 수명초등학교(교장 박호선)에서 마련한 평생교육학습 프로그램인 ‘동화구연 지도자’ 과정은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과 회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평생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독서‧ 비전지도사 과정에 이은 동화구연 지도자 과정
금요일 오전 10시, 엄마들이 바쁜 걸음으로 학교 시청각실에 도착한다. 잠깐의 발성 연습 을 시작으로 지난 번 공연에 대한 평가가 이어진다. “다섯 손가락이나 찌그러진 항아리는 반응이 제일 좋았어요. 다음 공연 때도 무대에 올리면 아이들이 좋아하겠더라고요.” “이제 동화책을 읽다보면 모든 책이 동극을 올릴 수 있는 이야기로 떠올라요.”
일상생활로 지쳐있다 동화구연 수업만 들으면 좋은 에어지를 얻는다는 이들. 수명초등학교에서 ‘독서비전지도사 과정’에 이어 올해로 2회째 ‘동화구연 지도자 과정’을 수강하는 엄마들이다.
수명초등학교의 평생프로그램은 ‘독서교육으로 내 자녀 우등생 만들기’로 시작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부모의 반응이 좋아 그 다음 해 ‘독서‧ 비전지도사 과정’으로 다시 편성했다. 수명초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김인숙 강사는 “ ‘독서‧ 비전지도사 과정’에 참여한 엄마들이 독서로 아이들의 비전을 찾았다며 독서 교육의 효과를 인정했고 독서와 연관된 다른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 평생학습 프로그램으로 ‘동화구연지도자과정’을 다시 개설하게 됐다” 고 설명한다.
수명초등학교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교육청에서 ‘평생교육 우수 학교’로 선정돼 프레젠테이션을 하는가 하면 참여 엄마들이 재능기부로 학교 도서관과 돌봄 교실에서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활동의 폭이 넓어졌다.
‘다섯 손가락 장갑’ 동극, 학교 무대에 오르다
동화구연 지도자 과정 수료식이 있던 날. 수료식에 참석한 내빈들과 교사들을 위해 이제까지 배운 내용 중 ‘다섯 손가락 장갑’ 동극으로 시연을 했다. 이 무대를 지켜본 교장 이하 모든 교사들이 시연으로 끝나기에는 아깝다며 1~2학년 학생들에게 동극으로 보여주자고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생전 처음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무대에 오른 엄마들, 아이들의 환호와 함께 학교는 축제 분위기가 됐다. 이후 학회에 때마다 동극을 해달라는 부탁이 이어지면서 동화구연을 하는 엄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동화구연을 배운 엄마들도 자신감을 충족하는 시간이 됐다. 나이가 들면 마음이 어두워지는데 동화구연 하면서 밝아졌다는 이점려(68) 어르신은 “앉아 있으면 쉬워 보이는데 막상 무대에서니 떨렸어요. 동화구연을 하면서 발표력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고 전한다. 송은숙(42) 회원은 “ ‘너는 특별하단다’ 동화책을 읽으며 눈물이 났어요. 자존감이 낮은 나를 발견하게 됐고 아이도 그렇다는 걸 알게 됐죠. 나를 위해 열심히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천식으로 나오기 힘든 상황이지만 끝까지 해낸 오경미(43) 회원은 “약을 먹어도 소용없었지만 동화구연을 하면서 돌팔구가 생겼어요. 매번 행복을 충전하게 되면서 마음이 치료되는 것 같아요”라고 강조했다. 이숙희(43) 회원은 “동화 구연을 배운 뒤로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아요. 목소리 톤도 낮아지면서 아이가 엄마가 변했다고 그러네요.”
동화구연을 배운 엄마들, 직장에도 적용하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바로 직장에서 적용하는 엄마들도 많다. 음악치료사인 김현지(37씨)회원은 아이가 건네준 동화 구연 공문을 보고 박사과정 중인 음악치료와 접목하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음악치료를 받으면 아이의 감정 표현력이 향상되면서 자신감도 충족되죠. 여기에 동화구연을 접목시키니 정서발달이나 사회성, 집중력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발표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이경순(47) 회원은 동화구연을 도서관에 접목시키고자 참여하게 됐다. “도서관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동화구연을 편성하게 됐습니다. 배우면서 아이들에게 적용하니 자신감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던 김미연(39)씨는 “아이들에게 동화구연을 접목시키고 싶었어요. 목소리를 응용해서 책을 읽어주는데 자신감이 생겨 아이들에게 보다 발전된 모습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미니 인터뷰
김인숙 강사
“동화책을 읽으면서 엄마들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수업 시간에 만든 재료로 아이들을 위한 공연도 하면서 엄마들이 먼저 변화되기 시작했어요. 일상생활에서 기쁨을 느끼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회복됐습니다.”
오은성 회원
“매주 금요일 동화구연 수업을 듣고 나면 긍정 에너지가 생겨 주말 동안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이 전달됩니다. 학교 무대에서 동극을 본 아이에게 ‘엄마 최고’ 라는 칭찬을 받게 되니 아이들을 위해 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찾게 됩니다.”
이승희 회원
“동화구연을 배우러 다니는 그 자체가 기쁘고 행복합니다. 지난 학기부터 혼자 송정초등학교에서 매주 재능기부로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를 합니다. 여기서 배운 내용을 바로 적용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니 아이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허정하 회원
“유아교육을 전공해 동화구연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할 기회가 있었지만 관심이 없어 묻어두고 있었어요. 10년 전 배우지 못한 미련이 있었는데 이제야 해결하게 됐습니다. 동화구연을 시작하면서 도전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고 항상 이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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