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시학부모회연합회, 원주푸드종합센터 방문
‘무엇인가를 예사로 자주 하다’는 의미로 ‘밥 먹듯 하다’라는 표현이 굳어진 것처럼 ‘밥 먹는 일’은 누구에게든 중요하다. 특히 자녀들의 일상인 학교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내 아이의 발육과 건강에 필요한 영양을 충족할 수 있는 식단으로 채워지는지, 또 위생과 안전관리는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늘 궁금하다. 그런데 마침 이런 답답함을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하고, 현재 우리지역의 급식체계는 어떠한지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있었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지역농가와 학교 직접 연결
지난 11월 29일 춘천시학부모회연합회에서는 강원도춘천교육지원청 학부모지원센터 후원으로 ‘학부모와 함께하는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춘천시 초․중․고․특수학교 학부모회장단 및 급식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이 함께 ‘원주푸드종합센터’를 방문했다.
춘천시학부모회연합회 김주묵 회장은 학교급식지원센터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개별 학교별로 식자재를 구매하는 상황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역농민과 지역학생들이 서로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형태로서의 급식센터 건립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춘천시에서도 관련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먹거리 문제인 만큼 우리 학부모들이 더 깊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문제이기에 이번 현장체험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기존 각 학교별 개별입찰을 통한 급식업체 선정방식과 달리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식재료를 생산하는 지역 농가와 학교를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공적 기구이다. 이에 그간 지역의 많은 단체들이 급식의 질적 측면과 안전성 확보, 농민소득 보장을 위한 대안으로 이 기구의 설치를 지속적으로 제안해왔다. 현재 전국의 36개 지자체가, 강원도는 원주, 정선, 홍천, 횡성 등 4개 지역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운영 중이다.
학생과 지역농가가 상생하는 원주푸드종합센터
2011년부터 원주시에서 60억원의 사업비(한강수계기금 50%, 시비 50%)를 투자해 올해 첫 운영에 들어간 원주푸드종합센터(흥업면 대안리)는 연면적 3,255m2 규모로 종합지원시설, 전처리시설, 물류․저온저장시설 및 사무실, 교육장, 인증실 등을 갖추고 있다. 원주지역의 친환경농산물을 계약재배로 우선 수매하여 세척, 탈피, 썰기 등 전자동 전처리를 거처 원주지역 초․중․고등학교 87개교 가운데 55개교에 신선하고 안전한 친환경 식재료를 직접 공급한다. 더욱 눈에 띄는 건 지역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원주시장이 안전성을 보증하는 ‘원주푸드 인증’ 농산물 공급으로 학교급식의 질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는 것. 원주시는 올해부터 재배 필지별 토양과 용수검사 실시 후, 재배중인 농산물을 출하하기 전에 잔류농약 정밀분석을 실시해 적합 판정을 받은 농산물에 대해 원주푸드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인증에 필요한 검사비용은 농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액 시비로 지원하고 있다.
원주시 농업유통과 조성택 지원팀장은 “지역 내 로컬푸드와 학교급식의 연계로 학생들에게는 안전성이 확보된 먹거리를 더욱 저렴하고 신선하게 보급할 수 있고, 지역농가들은 고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면서 유통을 확대할 수 있어 함께 상생하는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더 나은 학교급식이 우리지역에서도 현실화되길
이날 학부모들은 품질과 안전관리, 가격의 투명성, 공공성을 높이고 소규모 학교들의 배송문제도 함께 해결하고 있는 이곳 시스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질문들을 적극 쏟아냈다. 특히 현재 춘천시에서도 시내에서 먼 거리에 있는 작은 학교들은 식자재 배송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 이에 학교 규모나 도심지와의 거리 등에 상관없이 똑같은 식자재를 보급하고, ‘대파 한 단’이라도 매일 아침 책임지고 배송을 할 수 있는 이곳의 시스템은 작은 학교 학부모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학부모들은 새벽시간 식자재가 출고되는 6개의 게이트부터 각종 식자재들이 보관되는 저장고, 그리고 재료를 씻고 준비하는 전처리시설들도 둘러봤다. 다들 내 아이의 먹거리와 직접 연관돼 있다 보니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점검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아침부터 시작된 겨울비로 다소 추운 날씨였지만, 학부모들은 더 나은 학교급식에 대한 관심과 기대로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하루 일정을 보냈다. 또한 오후 시간에는 내년부터 실시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앞두고 원주 한지테마파크를 찾아 한지공예 실습 시간도 가졌다.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 사진제공 : 강원도춘천교육지원청 학부모지원센터
<인터뷰> 춘천시학부모회연합회 김주묵 회장
- 춘천시학부모회연합회는 어떤 단체인가요?
춘천지역 74개 초․중․고 및 특수학교 학부모회 회장들의 연합모임입니다. 각 학교 학부모회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소통창구로, 강원도춘천교육지원청 학부모지원센터와 협력해 학부모 학교교육 참여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학부모회의 제도적 법제화를 위한 조례제정이 추진 중입니다. 현재 도의회에 계류 중으로, 통과되면 법적기구로 자리매김해 우리 학부모들의 건전한 학교교육 참여 활성화를 돕는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특히 학교급식에 관심이 각별하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급식 현실을 보면서 학부모회 일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학교마다의 깨기 힘든 관행들을 어떻게든 고쳐보고자 합니다. 특히 현재의 급식유통은 개별학교 실정에 따라 친환경에서부터 관행농(비료, 농약 사용)까지 식자재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춘천의 농산물도 가락동을 거쳐 내려온 물건을 구매하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만들어져 농가와 직거래를 하면 학교급식은 2,000원에 사던 걸 1,500원에 살 수 있고, 농민들은 1,000원에 팔던 걸 1,500원에 팔게 됩니다. 또한 친환경 농산물만을 구매가 가능합니다. 즉 같은 가격 또는 더 낮은 단가로도 우리 아이들의 밥상이 더욱 안전하고 풍요로워지고, 더불어 지역농민과 함께 상생할 수 있기에 학부모회연합회에서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 학교급식지원센터 추진 경과는 어떻습니까?
현재 춘천시에서는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과 관련된 컨설팅을 진행 중에 있어요. 우리시에 적합한 센터 형태가 결정되면, 빠르면 2017년 하반기쯤이면 센터를 준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어떻게든 진행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찌 보면 또 하나의 거대한 공룡업종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어요. 우리 학부모님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춘천시도 센터를 만든 후 운영의 모든 걸 맡기는 것이 아니라, 원주푸드종합센터처럼 시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앞으로 또 다른 중요한 계획이 있나요?
춘천시학부모회연합회에서는 급식문제와 함께 중고등학교 연합체육대회의 개선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지금의 연합체육대회는 뜨거운 날씨에 학생들을 동원, 요식행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 문제로 춘천시장님께 면담을 요청 중이고, 이외에도 학부모이기 때문에 보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여러 학부모님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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